• 입력 2024.11.12 17:05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공표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정책을 접하고 사업을 시작한 종이 빨대 제작 회사가 23회 서울카페쇼에 참가했다. (사진=강석호 기자)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공표한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정책을 접하고 사업을 시작한 종이빨대 제작사가 23회 서울카페쇼에 참가했다. (사진=강석호 기자)

[뉴스웍스=강석호 인턴기자] 정부의 ESG 정책에 힘입어 커피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꿈꿨던 '종이빨대' 회사는 불과 1년 만에 20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이 회사는 하루빨리 사업을 정리하고 싶다며 재고 처리를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삼성동에 소재한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서는 예년과 달리 종이빨대 업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친환경을 앞세운 종이빨대 업체들은 전시회 부스를 가득 채웠지만,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상황은 1년 만에 돌변했다. 종이빨대가 사라진 부스에는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박람회 현장을 찾은 기자는 종이빨대를 제작하는 A사 대표의 하소연을 들을 수 있었다. 

A사 대표는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정책을 접하고 정부 유관기관을 통해 종이빨대 제작 기계를 수입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유예하는 결정을 내리자, 투자금은 20억원가량의 빚으로 돌아왔다.

그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계도 기간의 무기한 연장을 두고 "갑작스레 판로가 막히면서 팔 수도, 폐기할 수도 없는 종이빨대가 너무 많이 쌓였다"며 "사업을 접고 싶어도 못 접는 상황이다. 전체 20억원의 빚 중에서 정부에 지은 채무만이라도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식품접객업소 및 집단급식소에서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했다. 해당 조치는 2022년 11월부터 시행돼 중소형 매장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플라스틱 빨대 규제 계도 기간은 지난해 11월부터 무기한 연장으로 돌아섰다.

A사 대표는 종이빨대의 해외 시장 진출도 여의찮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종이빨대 시장은 지난해 15억1000만달러(약 2조1000억원)에서 오는 2032년 26억9000만달러(약 3조7560억원)의 성장을 예상했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달랐다.

그는 해외 종이빨대 시장을 겨냥해 보면 어떻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미 동남아시아 국가 바이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부정적 인식이 크다"며 "바이어들은 한국에서 판매 못하는 제품을 사야 할 이유가 뭐냐면서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들어둔 종이 빨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 카페쇼에 참여했다"며 "종이빨대 전체 생산라인을 하나만 남겨두고 전부 가동을 중단했다. 직원들도 퇴직금 주고 다 내보낸 상황"이라고 억울함에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한편, 국내 식품·외식시장에서는 정부의 오락가락 친환경 정책을 놓고 종이빨대 사용에 혼선을 빚고 있다. 최근 농심은 음료 브랜드 '카프리썬'에 제공되는 종이빨대를 이달부터 플라스틱으로 전면 교체한다고 밝혔다. 커피 프랜차이즈는 스타벅스와 폴바셋 등 일부 브랜드만 종이빨대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다수 프랜차이즈는 빨대 선택을 가맹점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믿고 그동안 친환경 종이 개발에 공을 들인 제지업계부터 중소 제조업체들까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례"라며 "손바닥 뒤집는 정부 행정으로 발생한 피해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신뢰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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