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11.25 20:47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최근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 소명을 다하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고등법원 형사 13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검찰은 이 회장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 벌금 1억원을 부과할 것을 요청했다. 

이 회장은 오후 7시 30분부터 5분간 미리 준비한 A4 용지 2장을 꺼내 들고 최후 진술을 진행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먼저 재판장과 두 배석 판사, 법원 관계자들에 대해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어 "올해 1심 판결을 선고받을 때가 떠올랐다. 1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안도감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삼성과 저에게 보내준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마음속 깊이 새겼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 세계 곳곳에 여러 사업가 및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국내외 현장을 뛰는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삼성의 미래를 그려왔다"며 "올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다시 이 자리에 섰다. 그동안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저 자신과 회사를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던 귀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유에 대해 "저는 회사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주주들이 동의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후 삼성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하며 많은 시간을 자책했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를 속이거나 하는 것은 결단코 없었다"며 "그럼에도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이다. 재판부가 보시기에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이는 온전히 제가 감당할 몫"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을 이끈 전직 임원들을 언급하며 "평생 회사가 하는 일에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삼성전자의 위기에 대해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고, 누군가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한다. 유관 언론도 삼성은 잘 이겨낼 것이라고 한다. 많은 분들의 걱정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다시 되돌아보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 회장의 최후변론은 삼성에 대한 위기설이 팽배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심경을 밝힌 것이어서 이목이 쏠린다. 

이 회장이 2심 판결에서도 1심처럼 무죄 판결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심 판결은 내년 2월 3일 오후 2시 재판에서 내려진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까지 고려한다면 9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다시 상고심까지 이어진다면,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경영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빨리 사법 리스크가 해소돼 삼성이 미래 먹거리를 위한 대형 인수합병(M&A)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삼성은 이날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해 원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한 것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에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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