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윤희 기자
  • 입력 2025.05.12 17:32

32·33대 김문수, 35대 이재명 전직 경기도지사 대선 격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뉴스웍스=최윤희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경기도지사 무덤론'과 관련해 역대 경기지사들의 대권 도전사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경기도정을 이끈 이재명-김문수 간 양강 후보 간 대결로 치러진 만큼, 누가 당선되든 사반세기가 넘는 기간 불문율로 자리 잡아온 '대선 징크스'는 깨지게 됐다.

경기도는 인구 1300만의 전국 최대 지방정부다. 이 때문에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정치인들은 모두 '대권 잠룡'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1995년 민선 1기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이후 임창열 전 지사를 제외한 이인제·손학규·김문수·남경필·이재명 등 5명의 경기지사 모두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며 정치권에서는 '경기지사 무덤론'이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초대 민선 경기지사인 이인제 전 지사는 임기중이던 1997년 3월 제15대 대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신한국당 경선에 도전했지만 이회창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후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탈당한 뒤 독자 출마를 위해 ‘제3지대’ 국민신당을 창당했지만 낙선했다. 2002년 16대 대선 때엔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돌풍에 무릎을 꿇은 뒤 탈당해 자민련에 입당했다. 2007년 17대, 2017년 19대 대선에도 도전했지만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2002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민선3기 도지사에 당선된 손학규 전 지사는 세 번 대권 도전에 나섰으나 모두 후보 경선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2007년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지만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다. 2012년에도 민주통합당 경선에 나섰지만 친노계가 당권을 장악하며 문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2017년에는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으나 안철수 후보에게 패해 출마가 무산됐다.

민선 4·5기를 연임한 김문수 전 지사는 두 번째 지사 임기 중이었던 2012년 4월 '박근혜 대세론'이 지배한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선 결과 박 전 대통령은 8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김 전 지사(8.7%)를 따돌렸다.

5선 의원 출신에 한나라당 소장파 그룹 남원정 3인방으로 불리면서 유력한 잠룡으로 꼽혔던 남경필 전 지사는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바른정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유승민 전 의원이 남 전 지사에게 압승을 거뒀다. 이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패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대권 반열에 오른 이재명 전 지사도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선 도전에 이어 민선7기 임기 도중인 2021년 7월 대권 재수에 나섰지만 윤석열 후보와 맞대결에서 0.73%p라는 역대 최소 득표율 차이로 패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경선'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경선'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상황이 이렇자 지난 대선 이후에 경기도청이 광교신청사로 이전했으니 이번 21대 대선에서는 '대권주자 무덤'이라는 징크스가 깨질 것이란 근거없는 낭설도 흘러나왔다. 역대 경기도지사의 수난사가 계속 이어지면서 지역정가에서는 옛 경기도청과 1967년 지어진 도지사 관사 터가 흑역사의 주범으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대통령을 배출한 서울시청과는 달리 경기도청 자리는 조선시대 전염병 집단격리 수용지로 역병 환자 시신을 묻었던 곳이고, 경기지사 공관이 자리 잡은 수원시 팔달산 기슭은 들물과 날물이 부딪치는 사통팔달 지형에 자리하고 있어 풍수적으로 악조건 속에 있다는 웃지못할 괴담이 회자되곤 했다.

심지어 김문수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가 본관 옥상에 설치된 조립식 패널건물을 철거하는 재정비 공사를 벌인 것을 두고 김 전 지사가 당시 한 언론인클럽 특강에서 역대 도지사의 대권 실패를 관사 터와 연관지어 얘기한 것을 빗대어 풍수지리를 염두에 두고 가건물 철거공사를 고안했다는 전언이 나돌 정도였다.

남경필 전 지사는 이런 공관을 시민 공간으로 개방하고 직접 사용하지 않았던 반면 이재명 지사는 재임 시절 관사를 다시 고쳐 입주한 후 공관을 비상근무 때와 접견용 업무 공간으로 적극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후보는 2018년 경기도지사 취임직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경기도지사 무덤론'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경기도를 무덤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도민들에게 미안한 일"이라며 "전임 지사들은 정치인들이었고 저는 실무적 행정가다. 정치 활동 하듯이 하면 경기도에서 성과를 내기 힘들다"며 전임 지사들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중들은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박에 바로 알아챈다. 감히 속여 먹을 생각을 하는 정치인들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본다"며 대권 도전 보다 도정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강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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