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5.05.31 08:00

한은 "올해 0.8% 성장"…석 달만에 반토막 '내수 부진·수출 둔화' 반영
내달 새정부 출범…SK증권 "미 관세 제동·2차 추경 고려시 0.8% 상회"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올해 성장률 0%대가 공식화되고 있다.

5월 들어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됐고, 기준금리도 0.25%포인트 추가 인하됐지만, 한국은행마저 0%대를 제시하면서 코로나19 시국이던 2020년(-0.7%)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0%대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이던 2009년(0.8%)이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은행은 5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작년 11월 1.9%에서 올해 2월 1.5%로 낮아진 뒤 5월에는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출 둔화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최근 성장경로를 보면 1분기는 내수 부진 심화로 역성장(-0.2%)했고, 2분기에도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2분기에는 정치 불확실성 완화 등으로 반등하겠으나 건설경기 부진과 더딘 소비 회복으로 당초 예상인 0.8%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1분기에도 전망(0.2%)을 크게 하회했다. 하반기 대대적인 반등이 없다면 0%대 저성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4일 "우리 경제는 2025년에 건설업 부진과 통상 여건 악화로 0.8%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KDI 전망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를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한 협상 결과를 반영하지 않았던 만큼, 한은이 이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성장 하방 위험은 여전한 모습이다. 

특히 한은은 관세 유예기간 동안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무역협상이 원만히 진행되면서 미국 관세율이 연말까지 상당폭 인하될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에서도 연간 성장률 상승폭을 0.1%포인트로 봤다. 새정부 출범 후 2차 추경 등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낙관적인 관세 상황에서도 1% 성장을 어렵다고 판단했다.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 전망보다는 밝다. 씨티는 0.6%, JP모건은 0.5%로, HSBC는 0.7%로 한은보다 낮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9일 통화정책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유튜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9일 통화정책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유튜브)

한은은 0%대 저성장 상황에도 경제위기는 아니라고 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0%대를 기록했던 2009년(0.8%) 글로벌 금융위기를 언급하며 "당시에는 잠재성장률이 3%대였지만 지금은 고령화 등 여러 구조적 요인으로 2% 이하로 떨어지는 추세로, 역성장 확률이 2008년에는 한 5%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4%에 이른다. 굉장히 힘든 건 사실이나 경제위기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부도가 속출하고 금융경색으로 돈이 돌지 않았지만 지금은 금융여건만 보면 유동성 상황 등이 오히려 완화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빠르게 낮추면 경기부양보다는 주택 등 자산으로 유동성이 흘러들어가 코로나 때 했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한편 내달 초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정부는 연말에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6~7월에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해 성장률을 제시한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해 연초에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새정부 출범 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준비해 발표하게 되는데, 통상 정부의 성장률에는 추진할 정책에 대한 기대 등이 담기는 만큼 0.8%보다는 높을 가능성이 있다. 

SK증권 리서치센터는 "대선 지지율  1·2위 후보들은 모두  2차 추경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했고, 지난 28일 미국 국제통상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해 2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까지 관세정책에 제동이 걸렸다"며 "미국 상호관세 무효화, 차기 정부 2차 추경 조기 집행 가능성을 고려하면 올해 성장률은  0.8%보다 소폭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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