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5.06.27 19:00

퇴직연금공단 신설엔 운영비 발생…기존 사업자 은행·보험·증권사 '반발'
벤처기업 투자 손실 위험성 확대·3개월 이상 퇴직금 지급 기업부담 가중

고용노동부 홍보 사진. (출처=고용노동부 페이스북)
고용노동부 홍보 사진. (출처=고용노동부 페이스북)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퇴직급여를 일시불이 아닌 연금으로만 받을 수 있게되는 '퇴직연금 의무화'가 고용노동부에 의해 추진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동안은 일시금인 뭉칫돈으로 받거나 연금으로 받는 것 중의 양자택일이 가능했지만, 향후에는 의무적으로 '연금'의 형태로 나눠서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유권 제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고용노동부가 추진 중인 '퇴직연금 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크게 다섯 가지다. 현행은 퇴직금과 퇴직연금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를 퇴직연금제로 일원화 하고, 이 같은 업무를 수행할 기관이 현재는 없지만 향후엔 퇴직연금공단을 신설해 이를 담당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는 퇴직금을 국내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밖에도 현행은 30인 이하 업체만 가입이 가능하지만 향후엔 100인 이하 업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끝으로 현행은 1년 이상 근로자에게만 지급되고 있는 퇴직급여를 향후엔 3개월 이상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퇴직급여 적립금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431조원 정도다. 이것이 2050년이 되면 국민연금 규모를 추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공적 연금 성격으로 바꾸기 위해 5단계에 걸쳐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이다. 노동부는 퇴직연금 의무화를 추진하되 단시간에 의무화할 경우 중소 영세 업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기업 규모별로 300인 이상, 100∼299인, 30∼99인, 5∼29인, 5인 미만 등 대기업부터 5단계로 나눠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한 찬반 양론 각각의 논거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일시금 아닌 연금 형태로만 지급…'자유권 침해' 논란

가장 큰 반발은 '내가 받아야 할 돈을 왜 내맘대로가 아니라 정부가 규제하려 드느냐'다. 연금으로 받건 일시금으로 받건 그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근로자 본인의 자유권적 기본권에 속한다는 주장이다. 현행을 연금형태로만 받게 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체제에선 맞지 않다는 얘기다. 아울러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으면 목돈을 한 번에 활용할 수 있어 퇴직 직후 가용 재산이 늘어나게 할 수 있는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반면 연금 형태로 수령하게 하면 근로자가 기업 부도 시에도 퇴직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퇴직금이 안정적인 노후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또한 회사 입장에선 일시불로 퇴직금을 주기 위해선 사내에 돈을 적립해둬야 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히 영세한 업체의 경우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돈을 제때 적립하지 못해 퇴직금이 체불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연금 형태로 나눠서 받게되면 근로자가 재직하는 동안 회사가 반드시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체불 우려가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퇴직연금공단 신설… "수익률 제고" vs "공단운영 수수료 들어"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공단이 신설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의 운영처럼 퇴직연금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인데, 이를 통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퇴직금 의무화 시행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노후 보장이 강화되고 국가의 복지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개인과 국가 모두에 유익한 제도로 정착될 확률이 크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인 은행·보험사·증권사는 퇴직연금 기금화에 반대하고 있어 공단 설립 과정에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고, 공단이 설립되면 공단 자체의 운영에 들어가는 운영비와 그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애초에 퇴직연금공단이 설립되지 않고 그냥 퇴직금을 일시불로 지급하거나 현행처럼 기존의 은행·보험사·증권사에서 연금형태로 주게된다면 별도로 이 같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기금의 벤처기업 투자… "벤처기업 육성" vs "손실 위험성 높아"

기금 운용 방식에 대한 논란도 상당하다.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금지됐던 퇴직연금의 벤처기업 투자를 허용하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릴 수 있고 벤처기업 육성 등 효과도 있다고 주장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액은 11조9457억원이었는데, 퇴직연금의 투자가 가능해지면 시장 규모가 수배 불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7년까지 퇴직연금보장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반면 이에 대해 '그동안 국내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지 못하게 한 이유가 원금 손실 우려 때문'이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게 잘 되면 모르겠지만 사업이 실패하게 되면 원금 손실이 될텐데 그것은 누가 책임지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특히 굴지의 대기업도 사업 리스크가 있는데 벤처기업이라면 더욱더 사업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벤처기업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면 감당이 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3개월 이상 근로자에게도 퇴직연금 지급…"혜택 대상 확대" vs "기업부담 증가"

고용노동부는 현재 1년 이상 일해야 받는 퇴직급여를 3개월만 일해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이행 계획을 보고하면서 "사회안전망 강화 및 노동시장 취약 계층 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배달 라이더 등과 같은 특수고용·플랫폼 피고용자도 퇴직연금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현재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퇴직연금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들에게도 퇴직연금 혜택을 주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 검토안대로 3개월 일한 이들에게도 퇴직금을 줄 경우 사실상 '단기 아르바이트생' 등 거의 모든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크게 늘릴 뿐 아니라, 이럴 경우 퇴직금만 받고 옮기는 식의 근무 행태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또한 피고용자의 비정상적인 이직에 따른 고용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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