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5.06.30 18:29

국내 지도서 예성강 의도적 삭제했다는 루머 '허위' 가능성 높아
석모도 수치 일반 자연 방사선 수준 크게 초과…예의주시 해야

북한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정련공장과 예성강의 물길. 예성강의 물줄기가 한강하류에서 합류되는 것이 확인된다. (출처=구글지도)
북한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정련공장과 예성강의 물길. 예성강의 물줄기가 한강하류에서 합류되는 것이 확인된다. (출처=구글지도)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2024년부터 북한의 우라늄정련공장에서 황해북도 평산군 근처 예성강을 통해 핵 폐수를 방류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에는 데일리NK가 이 같은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북한이 핵 폐수를 예성강을 통해 방류할 가능성과 그 위험성 정도 및 세간에 퍼져있는 각종 루머에 대해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어느 부분이 루머인지 파악해봤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향후 대응책은 어떠해야 할까도 함께 짚어봤다.

◆지도에서 예성강 의도적 삭제?…'허위' 가능성 높아

의혹의 핵심은 '북한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정련공장에서 핵폐기물이 예성강을 통해 방류됐고 이것이 한강 하류와 합쳐지는 지점을 통해 서해바다로 핵폐기물이 흘러나갔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에 우호적인 이재명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고의적으로 예성강이 흐르는 주변을 지도에서 삭제 처리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이 같은 의혹의 근거는 구글 지도 등의 글로벌 기업 외국 지도에서는 위성사진이나 단순 그림지도로 봐도 예성강이 서해로 이어져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 같은 국내 지도에는 예성강이 서해와 이어지는 하류 쪽 부분이 분명하지 않게 나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성강 논란이 일기 전인 2021년 하반기 무렵에도 예성강 하류는 지도에 표기돼 있지 않았다. 따라서 핵폐기물 방류 의혹 이후에 예성강을 삭제했다는 주장은 무색해진 셈이다.

그렇지만 올해 6월에 평산 우라늄정련공장의 핵폐기물 방류 문제는 당시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고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가 지난 2017년부터 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오마이뉴스가 지난 2019년 8월 28일에 기사로 다룬 것을 보면 적어도 2017년 무렵부터는 핵폐기수 방류의 위험성은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지도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근거는 좀더 이른 시기부터 확인된다. 카카오맵은 최소 2010년대부터 예성강이 표기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핵폐수 방류 의혹 이후에 예성강이 지도에서 삭제됐다는 주장 자체는 허위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2022년 봄부터 예성강으로의 핵폐수 방류 공사가 시작됐고, 2024년 가을 이후로는 방류 배출이 위성에 의해 포착됐다. 공교롭게도 방류 공사 기간과 네이버 지도 예성강 삭제 시간이 다소 비슷하기에 이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최근 불거진 네이버 지도와 구글 지도 간 차이에 대해 의도적으로 특정 영역을 지운 것이 아니다"라며 "구글 지도와 달리 국내 이용자들이 네이버 지도에서 북한 지역을 보는 분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자주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오해"라고 해명했다. 

◆북한의 핵폐수 방류,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

황해북도 평산군 우라늄정련공장의 위험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평산 우라늄 광산에서 캐낸 원광을 정련 시설에서 처리한 뒤 우라늄정광(옐로우케이크·안정적 형태의 우라늄 산화물)은 농축시설로 옮기고, 남은 폐기물 찌꺼기는 우라늄 정련공장 남쪽 야외 호수에 파이프를 통해 직접 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 천연우라늄의 약 10%가 폐기물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폐기물에는 우라늄 붕괴 생성물이 들어 있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 이 호수가 넘치면 예성강으로 물이 흐를 수 있어 이 때 우라늄 폐기물이 예성강으로 함께 흘러 들어가 서해로 방류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특히 북한은 최근 호수와 예성강을 직접 연결하는 배수로를 건설했다. 핵 폐수가 흘러내려오게 되는 곳인 서해 인천 앞바다의 방사능 수치는 해양수산부 방사능 안전 시스템에서 지난 6월 26일 기준으로 문제없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천 강화군 석모도 인근에서 공기중 방사능 수치가 0.87마이크로시버트(μSv/h)가 찍혔다. 이게 문제가 됐다.

◆인천 강화군 석모도 모래방사선 수치 0.87μSv/h…"자연 상태의 값 아님"

결론부터 말해 '0.8마이크로시버트면 아직 위험한건 아닌데 지속 모니터링은 해야 되는 수치이고, 장기간 노출은 삼가야 할 수치'라는 게 적잖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모래에서 0.87 μSv/h는 상당히 높은 수치이며, 바닷물 역시 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Chat GPT역시 위험성을 경고했다. Chat GPT의 분석을 간단히 요약하면 "모래는 방사성 물질이 가라앉아 쌓이기 쉬운 환경이다. 특히 방사성 세슘(Cs-137 등)은 토양이나 모래에 잘 흡착되며, 물보다 오래 남는 특성이 있다. 만약 모래 위에서 0.87μSv/h라면 해당 지역은 핵폐수나 오염된 해수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방사성 물질이 침착됐거나 퇴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0.87μSv/h는 일반적인 자연 방사선 수준(0.05~0.20μSv/h)을 크게 초과하는 수치로, 자연 상태에서 쉽게 나타나지 않는 비정상적인 값이다. 보통 0.30μSv/h를 넘어가면 조사 대상이 되며, 0.40μSv/h 이상부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이 수치가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면 당장 인체에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지만, 이 수준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연간 피폭량이 7~8mSv에 이를 수 있어 일반인의 권장 기준치(1mSv/년)를 훨씬 초과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원인 규명과 방사선 노출 최소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방사능 인체 누적시 기형아 출산·암·백혈병 발병 확률 '기하급수적 상승'

북한이 실제로 무단으로 핵폐수를 방류한다면 북한과 접해있는 수도권 지역의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예성강 하류는 김포, 강화도쪽과 직접 연결이 된다. 따라서 방사능 오염수가 그대로 물길을 따라 내려온다면 한강 하류지역과 서해바다에 면한 지역은 오염을 피할 수 없다. 또 방사능이 장기간 인체 속에서 축적이 될 경우 기형아 출산·암·백혈병·원인모를 병 등에 걸릴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이번 방류 의혹이 제기된 평산공장이 단순 정련시설이라면 위험이 제한적일 수 있으나, 핵연료 농축 및 핵무기 제조와 연계된 폐수라면 매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더군다나 북한이 핵 오염수를 정화 작업 처리할 능력이나 기술 등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북한은 지구상 가장 폐쇄적인 독재 국가로 평가되는 곳이므로 국제사회와의 협력여부도 미지수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향후 국가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조사와 분석 등을 먼저 행하고 이로써 과학적인 분석 자료가 수집되면 이를 토대로 국제사회에 호소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환경·인명보존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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