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22 13:4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김용태 티맥스ANC CTO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티맥스ANC가 인공지능(AI) 플랫폼 '가이아'로 국가 디지털 주권 확보에 나선다. 해외 거대 기술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 AI 주권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가이아 개발을 이끄는 김용태 티맥스ANC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가이아를 "운영체제(OS)부터 미들웨어, 데이터베이스(DB), AI 등 모든 정보기술(IT) 기술 스택을 통합해 웹과 앱을 개발, 배포, 운영하는 '통합 슈퍼 앱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김 CTO는 가이아의 개발 배경에 대해 "세상이 다변화될수록 IT에 대한 요구사항도 다양해지고 복잡해진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자 수요가 폭발하지만, 언제까지나 개발 요구에 대응해주는 개발자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 경험이 없는 사람도 쉽게 앱을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는 '노코드 앱-웹 빌더' 기능에 집중했다. 가이아는 사용자가 다른 사람과 채팅하듯이 글을 입력하면 웹이나 앱을 만들 수 있어 소상공인 웹사이트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인다.
AI 시대에 데이터는 핵심 자원이다.
해외 클라우드에 의존하면 우리 기업과 국민의 민감한 데이터가 해외 기업 서버에 저장돼 데이터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 특히 국가 안보나 핵심 산업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저장될 경우 정보 유출 등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다.
티맥스ANC는 가이아 활용으로 데이터 생성, 저장, 분석, 활용 등 모든 과정에서 데이터가 국내 인프라 내에서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해 주권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 거대 기술 기업의 불합리한 데이터 정책이나 비용 상승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김 CTO는 "통합된 데이터를 가져야 AI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며 "티맥스는 OS, 미들웨어, DB 제품 개발로 밑단부터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이 내재화돼 다른 회사보다 앞선 AI 서비스와 기술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티맥스ANC는 클라우드 인프라, OS, 미들웨어, DB, AI 등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을 자체 개발해 가이아를 완성했다. 기술 내재화는 해외 기업의 서비스 중단이나 정책 변경 같은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자체 기술력으로 AI 서비스의 핵심 요소들을 통합하면서 더욱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이아를 활용하면 모든 소프트웨어 도입에 드는 총소유비용(TCO)을 최소 30% 이상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시스템 자원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는 9월 12일에는 일반 사용자를 위해 가이아를 무료로 공개한다. 이는 최근 네이버의 웹사이트 제작 도구인 '모두' 서비스 종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이아에서 AI에게 몇마디 간단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웹사이트를 만들고 챗봇까지 제작할 수 있다. 가이아 인프라 내에서 웹호스팅도 지원하며, 사용자가 원하는 경우 별도 도메인을 제작한 웹사이트에 연결할 수도 있다.
가이아 제공에서 이익을 남기지 않고 확산에 주력한다는 게 티맥스ANC의 전략이다. 김 CTO는 "가이아가 폭넓게 확산되면 우리 플랫폼 자체가 '바잉 파워'가 생긴다"며 "처음부터 이용 자체를 유료화해 매출을 일으킬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B2B 시장 공략을 위해 가이아는 온프레미스(자체 구축) 방식으로 기업 내부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데이터 주권 확보에 유리하다. 기밀 정보가 회사 외부로 유출될 우려를 줄여줘 정부나 공공기관처럼 외부 서비스 사용이 제한적인 곳에서 효과적이다. 김 CTO는 "정부나 공공기관은 외부 서비스를 원칙적으로 대부분 쓰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끔 디자인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가이아는 업무 자동화에도 기여한다. 김 CTO는 "그룹웨어와 전사적 자원 관리(ERP) 패키지들을 만들고 있다"며 "협업에 필요한 앱 패키지들을 묶어 심리스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및 AI 전환을 위해 민관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김 CTO는 "AI 주권 확보 측면에서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구축이 어렵고 많은 비용이 들지만, 가이아로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및 클라우드 네이티브 앱을 쉽게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민간의 기술 개발과 성장을 지원하고 공공 부문에서 국산 기술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티맥스ANC는 20여 년간 독자적인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해왔다. 그 결과물인 가이아로 국내 산업의 해외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자립을 앞당기겠다는 포부다.

김 CTO는 최대 1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가이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티맥스ANC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한때 직원 임금과 퇴직금 지급이 지연되기도 했다.
그는 재무적 이슈와 인력 이탈에 대해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투자나 대출 등 자금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개발 인력이 적잖이 빠져나갔지만, 지금 남아있는 분들은 상당히 노련하고 실력 있는 분들"이라며 회사의 미래에 대해 신뢰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회사가 흔들린 적은 있지만 '기술 독립'이란 운영 철학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