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29 16:49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과 그의 할아버지인 고(故) 이건희 선회장을 닮은 모습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이지호(24) 씨는 39개월간 군 복무를 하는 해군 함정 통역장교의 길을 선택하고, 해군 학사 사관후보생으로 입교해 장교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입대를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지호 씨는 아버지인 이재용 회장보다는 할아버지인 이건희 선대회장을 더 닮았다. 이 선대회장이 중학교 재학 당시 짧은 머리에 강아지를 쓰다듬으면서 찍은 사진을 보면 지호 씨와 판박이 같다는 평가가 많다. 184cm 키의 지호 씨가 보다 다부진 몸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는 매우 흡사하다.
지호 씨는 공식석상에서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 지난 2020년 선대회장이 영면했을 당시 장례식장에 마스크를 쓰고 모습을 나타낸 것이 가장 최근이다. 당시에는 이재용 회장과 눈매가 많이 닮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성장하면서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호 씨는 지난 23일 해군 학사 사관후보생으로 입교했다. 일주일 앞서 15일 해군사관학교에 입영한 그는 일주일 동안 체력 검정과 신체검사, 기초군사훈련을 받았고, 가입교 기간에도 동기들과 잘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83명의 후보생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입교식에서 지호 씨는 선서 대표 후보생의 선서 이후 '사관후보생 이지호'라고 크게 외쳤고, 장교 교육 대대장과 악수하며 "사관후보생 이지호,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호 씨는 미국에서 태어난 복수 국적자였지만,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군 함정 통역장교의 길을 선택했다. 복수 국적자의 상당수가 한국 국적을 버리고 병역을 면제받거나, 복무하더라도 일반 병사로 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지호 씨는 해군 장교 입대를 위해 이재용 회장을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장교는 일반 병사보다 복무 기간이 두 배 이상 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통역장교는 복무하면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통역 업무를 하면 자기보다 높은 사람을 통역하는 것이다 보니 본인이 경험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리더십을 보고 배울 수 있다"며 "대주주라는 위치에서 이 같은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지호 씨 입대는 삼성가 이미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의 입대 후 주요 커뮤니티에서는 '(지호 씨가)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줬다', '삼성가답다'라는 평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차원에서도 세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미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0년 경영권 승계 논란 당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4세 승계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이재용 회장의 아들에 대한 사랑도 눈에 띈다. 이 회장은 15일 이 씨의 입대날 별도의 일정이 있어 동행하지는 못했지만, 이때 삼성전자는 군인을 대상으로 한 할인행사를 대대적으로 해 관심을 모았다. 아들에 대한 사랑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 대한 혜택으로 이어진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과거와 달리 재벌가에서 적극적으로 병역 의무를 다하고 있는 사례가 많아 눈길을 끈다. 특히 장교로서의 복무 경험은 이들 자녀에게 리더십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공군 장교로 복무하던 2009년 당시 정운찬 국무총리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회담에서 통역 보좌를 맡아 주목받았다.
한화는 재계 오너 가문 중에서도 장교 출신이 많다. 김 부회장은 미국 하버드대 졸업 뒤 2006년 공군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해 통역장교로 복무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도 예일대를 졸업한 뒤 공군 장교로 병역을 마쳤다. 김승연 회장, 동생인 빙그레 김호연 회장, 누나인 김영혜 씨 역시 공군 장교 출신이다.
삼양그룹 4세인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은 한미연합사령부 미8군에서 통역장교로 근무했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사장은 2014년 삼양그룹에 입사해 해외팀장 등을 거쳐 삼양홀딩스 글로벌성장팀장으로 일한 뒤, 2023년 12월 사장으로 선임됐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2005년 ROTC 43기로 임관해 육군 제 701특공연대에서 복무한 후 중위로 전역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민정 씨는 여성으로서 드물게 장교로 복무했다. 민정 씨는 2014년 해군사관학교 후보생으로 자원입대해 2015년 청해부대, 2016년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복무한 뒤 중위로 전역했다.
민정 씨는 7월 미국 뉴욕 지역 언론인 ‘더 버펄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군 복무 중 동료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다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경험했다. 이후 정신적 위기에 몰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사명을 갖게 됐다”면서 군에서의 경험이 인테그랄헬스 창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