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18 10:57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8일 사건 발생 10개월 만에 경찰에 출석해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전 목사는 "은퇴한 목사는 개털", "서부지법 사태는 나와 관계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국민저항권'을 내세워 대규모 집회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 목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가 받는 혐의는 특수건조물침입과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다. 경찰이 서부지법 난동 직후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이래 전 목사를 직접 소환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목사는 출석 전 취재진을 만나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광화문 운동을 7~8년간 하면서 경찰과 부딪치거나 좌파 단체와 싸우지 말라고 계속 강조해 사건사고가 하나도 없었다"며 "1월 18일 저녁 7시 반에 광화문 집회를 종료했고, 나는 연설을 짧게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서부지법 사태가 일어난 것은 그다음 날 새벽 3시"라고 주장했다.
신앙심을 이용한 심리적 지배, 이른바 '가스라이팅'으로 난동을 부추겼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가스라이팅은 법률 용어도 아니다"라며 "목사가 설교할 때 성경에 감동받고 은혜를 받는 게 어떻게 가스라이팅이냐"고 반박했다. 난동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특임전도사' 2명에 대해서도 "정식 교인이 아니다. 가끔 만나면 인사했을 뿐"이라며 관계를 부인했다. 난동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원래 광화문 단체가 아니고 다른 데 가서 소리 지르는 애들"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사랑제일교회가 난동 구속자들에게 영치금을 보낸 의혹에 대해서도 "5년 전에 목사직을 은퇴했는데 교회 재정과 영치금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은퇴한 목사는 개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퇴했다고 하면 교회 행정과 재정 등 어디에도 간섭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자신에 대한 수사에 정치적 배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민정수석실에서 지휘한 것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바람이 불기도 전에 경찰이 드러누웠다. 한국이 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는 '국민저항권'이 헌법 위에 있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국민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 장소와 주체와 관계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국민저항권"이라며 "혼돈한 세상에서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 그래서 광화문에 천만 명이 모여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 목사의 혐의를 부인했다. 교회 측은 "이번 서부지방법원 사태는 공식 집회가 종료된 뒤 약 9시간 후에 발생한 돌발적 상황으로, 이를 전 목사와 직접 연결하는 해석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전 목사의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혐의를 설명하는 데 가스라이팅 같은 비법률적 용어 외에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직접적인 지시나 개입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명확한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전 목사가 신앙심을 내세운 심리적 지배와 금전 지원 등의 방식으로 측근과 보수 유튜버들을 관리하며 올해 1월 19일 시위대의 서부지법 난입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8~9월 사랑제일교회와 전 목사 사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결과물 분석을 거쳐 이달 들어 주요 피의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신의한수' 운영자 신혜식 씨와 전 목사의 딸 등 다른 피의자 8명과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는 이미 완료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전 목사만 조사하면 수사가 마지막 수순"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 목사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신병 처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