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25 11:50
161명 승진 '5년 만에 증가'…AI·로봇·반도체 핵심 기술인력 전면에 배치
HBM4 성과자 등도 대거 승진… 30대 상무 2명·40대 부사장 11명 탄생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가 25일 단행한 임원 인사의 특징은 '인공지능(AI)·로봇·반도체 등 기술 인재·주요 사업 고성과자·젊은 인재 발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핵심 기술자를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켜, 기술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리더십을 재편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임원 인사를 통해 부사장 51명, 상무 93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161명을 승진시켰다. 임원 승진자는 지난해 대비 24명이 증가했다.
이번 인사에서 서열·연공 위주의 관행을 깨고 30·40대 임원을 많이 발탁한 점이 눈에 띈다. 여성 임원 승진자도 9명에 달해 지난해 7명 대비 2명이 늘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기술 인재 및 젊은 인재, 고성과자를 발탁하다 보니 임원 승진자수가 증가했다"며 "해마다 임원 승진자 수가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하는데, 올해는 그 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기 임원 인사 규모는 2021년 214명 이후 2022년 198명, 2023년 187명, 2024년 143명, 2025년 137명으로 줄곧 감소세를 보여왔지만, 5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최근 반도체 사업이 슈퍼사이클 국면에 접어들면서 적어도 향후 2년 간은 활황세에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 것도 한 몫을 했다. 삼성전자가 5년 만에 임원 승진 규모를 키운 것은 경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임원 인사를 통해 차세대 기술을 이끌 리더들을 많이 발탁했는데, 이는 미래 기술을 주도적으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미를 담고 있다. 신사업 및 차세대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사장단 인사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데 중점을 맞춘 반면,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혁신'을 주요 키워드로 선택했다. 자율주행 로봇 개발 전문가를 상무로 발탁했으며, LLM 기반 대화형 플랫폼 개발을 주도한 인물, 고대역폭매모리(HBM) 전략을 주도한 인재, 2·3나노 수율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 파운드리 분야 전문가, 차세대 V-낸드 제품 개발을 주도한 인재 등을 부사장·상무로 대거 발탁했다.
이번 인사에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관련 인재들이 많이 발탁된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의 HBM4는 HBM3에서 나타났던 것 같은 발열·속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성능이 이전 제품 대비 개선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특히 HBM4가 내년을 주도할 핵심 제품으로 꼽히는 만큼 관련 인재들이 발탁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 39세 2명을 상무로, 40대 부사장 11명을 발탁했다. 지난해 각각 1명과 8명이었던 것에 비해 규모가 더 커졌다. 전자 산업에서 AI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며 '속도전'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에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한 것으로 분석된다.
30대 상무 2명은 DX 부문 MX사업부 시스템 퍼포먼스그룹장 김철민(39) 상무와 DX 부문 삼성 리서치 AI 모델팀 이강욱(39) 상무다.
승진자 평균 연령은 47.7세로, 지난해 47.6세와 유사했다.
여성 임원 승진자수도 지난해 대비 2명이 증가헀다. 2023년 여성 4명이 승진해 2017년 이후 가장 적은 여성 승진자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9명이 승진해 여성 임원에 대거 발탁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성별이나 국적을 불문하고 성과를 창출한 임원들이 발탁돼, 외국인도 임원으로 승진했다. DS부문 DSC 화남영업팀장 제이콥주 부사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삼성전자의 임원 인사에 대해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YES'로 응축된다"며 "YES는 Young(30대를 포함해 젊은 리더 전면 배치), Expand(성과에 따른 보상 확대와 조직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임원 승진자 증가), Strengthening(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 리더 강조)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번째 특징으로 30대를 포함해 젊은 인재를 발탁하거나 승진 대상에 포함해 젊은 리더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사장단과 달리 부사장 이하에서 승진자를 늘린 것은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가헀다.
인재 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유능한 인재에 대한 이탈 방지와 다소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전환하는 등 다각적인 이유에서 승진 규모 등을 확대한 것으로 분석했다.
오 소장은 "기술의 삼성을 실현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및 로봇 등 기술 인재에 대해 승진 카드로 격려했다고 볼 수 있다"며 "승진자 임원은 많았지만, 퇴직자 임원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없다. 차후 전체 임원 숫자가 많아졌는지 줄어들었는지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