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4.16 19:05

이용호 당선자 "민심이 천심 확인"…홍준표 측 "보수 재건 염원하는 대구시민들 덕분"
'낙선 고배' 이용주 측 "민주당 텃밭 속 '묻지마 투표'에 당할 길 없어"

이용호(가운데) 무소속 전북 남원·임실·순창 당선자와 그의 배우자가 지난 15일 오후 10시 45분 경에 자신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축하의 꽃다발을 목에 걸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이용호 후보실)
이용호(가운데) 무소속 전북 남원·임실·순창 당선자와 그의 배우자가 지난 15일 오후 10시 45분 경에 자신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축하의 꽃다발을 목에 걸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이용호 후보실)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4·15총선의 열전 레이스가 여당인 민주당의 '4연속 승리'로 막을 내렸다. 지역구마다 이긴 후보는 활짝 웃었고 끝내 진 후보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21대 총선에선 '압승'이란 대기록을 수립했다. 보수의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고 진보의 시대가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이번 총선은 민주당이라는 거대 진보 정당의 빛나는 승전 속에 미래통합당이라는 거대 보수정당이 참패하고 이에 더해 소수정당들도 함께 몰락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렇다면, 소수정당이라는 소총 지원과 외풍을 막아줄 울타리도 없는 무소속 신분으로 선량이 된 당선자들의 당선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이번 당선자 중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막강한 화력지원을 받는 후보를 꺾고 당선증을 받아 안게 된 이용호 무소속 남원·임실·순창 당선자가 돋보인다.

아울러, 이 후보 보다는 인지도 측면에서는 앞서지만 미래통합당에서 끝내 공천에서 배제함으로써 뒤늦게 대구 수성을에 도전해 금배지를 달게된 홍준표 무소속 당선자도 눈에 띈다.

또한, 이들과는 달리 무소속으로 전남 여수갑에 도전했다가 민주당의 높은 장벽 앞에서 낙선하게 된 이용주 후보도 있다.

이들 3곳의 무소속 후보 측이 밝힌 승리요인과 패배요인을 진단해본다. 이는 4회에 걸친 '총선 이후의 정치 세계'에 대한 시리즈의 첫 편이기도 하다. 

◆이용호 "민심이 천심임을 확인한 선거"

이용호 무소속 남원·임실·순창 당선자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승리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깨어있는 남원·임실·순창 지역민들의 위대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도 민주당의 바람이 태풍급으로 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분들은 '당은 민주당이 좋은데, 그런 당에서 나온 후보는 문제가 좀 있지 않느냐'는 여론이 좀 있었고, 당보다는 인물을 우선시한 민심도 상당히 작용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시, 민심이 천심이라는 것을 확인한 선거였다"면서 "그러니까, 언제든지 당이 어떤 상품을 내놓는다고 해서 지역민들이 무조건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고 피력했다. 

또한 그는 "당이라는 부분을 빼고 인물만 놓고 비교를 하자면, '소신을 갖고 그동안 의정활동을 해오고 지역예산을 확보한 저에게 좀더 점수를 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선거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이 당선자는 "무소속은 혼자서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라며 "당 소속 후보는 일종의 치어리더들이 지역으로 내려온다. 당의 지도부가 오기도 하고, 다른 동료 후보들이 오기도 하면서 세를 과시하는데, 나는 혼자 싸우다보니 굉장히 외롭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당 소속 후보는 거대 정당의 기본적인 지지를 받고 여기에다 당 소속의 지방의원들이 동원돼 사실상 선거운동원으로 뛰게 된다. 뿐만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들 이심전심으로 당 소속 후보를 뒷받침하므로 무소속은 이런 것들을 모두 이겨내야 함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외롭고 힘든 자신의 처지와도 싸움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그렇지만 정말로 저는 이번에 느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결국은 아무리 힘이 쎈 당심이라도 민심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며 "이번의 승리는 나의 승리가 아니라 민심의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홍준표 관계자 "보수우파 세력의 재건을 염원하는 대구 시민들의 승리"

대구광역시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후보는 득표율 38.5%(4만15표)를 기록, 이인선 미래통합당 후보를 불과 2.8%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금배지를 달게 됐다. 이인선 후보는 최종 35.7%(3만7165표)를 가져갔다.  

홍준표 당선자 측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준표 후보가 아니고서는 답이 안 나온다는 게 이 지역 상당수 사람들의 정서"라며 "이번에 홍 후보가 승리하게 된데에는 보수우파의 재건을 바라는 대구시민들의 염원이 녹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선거기간 내내 밑바닥을 훑고 다녔는데, 만나는 시민들이 하나같이 홍준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처음에는 홍 후보자가 50%이상을 득표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만나는 사람들 중의 열의 아홉은 당연히 홍 후보가 당선 돼야 한다"며 "홍 후보가 아니면 도대체 그 누가 보수를 제대로 우뚝 세우겠느냐라는 말을 항상 듣고 다녔다"고 회고했다.

'보수 우파 재건을 향한 염원 외에도 승리요인을 꼽는다면 그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지금, 여러 측면에서 너무나 소외돼 있는 대구를 홍 당선자가 확실히 발전시켜줄 것이라는 믿음과 더불어 강력한 홍준표의 리더십이라면 반드시 '분명히 결과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주 보좌관 "민주당 텃밭 속 '묻지마 투표'에는 당할 길 없어"

이용주 무소속 전남 여수갑 후보자 측의 보좌관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된 선거 패배의 원인에 대해 "상대 후보자인 주철현 민주당 후보 개인에게 진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여수갑 지역의 토양 속에서 '묻지마 투표'라는 높은 장벽에 걸려 무너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우리가 아무리 '일 잘하는 예산왕'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나왔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벽을 넘을 수 없었다"며 "여기에는 제 아무리 일을 열심히 했다고 해도 아무 필요가 없없다. 조직이나 선거전략도 먹혀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정당대결로 갈 경우, 무소속이면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민주당 소속 후보로 나온 것에 비해 기본적으로 30% 이상 까먹고 들어가는 셈이어서 당선될 수가 없었다"며 "특히 노인 분들은 무조건 민주당 지지 행태를 드러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민주당 소속 후보자가 다소 간의 흠결이 있다고 해도 그 후보를 찍어줘야만 문재인 대통령이 힘을 받을 것 아니냐는 이런 정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고 답변했다.  

◆지역에 착근한 무소속 후보들의 '생환'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보자들은 전국적으로 5명에 불과하다. 홍준표 대구 수성을 후보, 윤상현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후보, 권성동 강원 강릉시 후보, 이용호 남원·임실·순창 후보 및 김태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후보 뿐이다.

야당의 한 핵심 인사는 이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번 무소속 당선자들은 지역에 뿌리깊게 착근된 사람들"이라며 "물론, 거대정당 소속 후보자로 나왔다면 그 프리미엄까지 누려서 더 많은 득표를 했겠지만, 이번처럼 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워낙 탄탄한 지역 조직을 갖고 있는데다, 개인적 매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쉽게 무너질 인물들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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