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2.12.26 00:05

증시 부진·자금 경색 따른 실적 악화…내년 코스피 1940~2640

 

여의도 증권가. (사진=유한새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연초에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증시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탈됐다. 

증시 불황과 함께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증권사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권사들은 내년이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며 인력 감원에 나서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계열사까지 매각하며 자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거래대금 32% 감소…역머니무브 현상 '심각'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2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7531억원으로 지난해 12월 9조9195원에 비해 31.92%(3조1664억원) 감소했다. 증시 하락세가 멈출 조짐이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이 떠난 것이다.

올해 2977.65로 출발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23일 2333.29에 거래를 마쳤다. 1년 동안 21.64% 하락했다. 지난해 6월 3316.08까지 치솟았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9월 2134.7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유동성을 대거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과정에서 물가가 상승한 가운데 올해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면서 에너지 가격 폭등, 물류 대란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됐다.이에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4번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초강력 긴축을 지속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기준금리를 3.25%까지 올렸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증시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흘러 들어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71조7327억원이었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6일 46조1188억원으로 35.71% 감소했다. 

반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NH농협·신한·하나·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27조2986억원으로 지난 1월 말 666조7769억원에 비해 24.07%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는 증시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코스피 등락 범위를 1940~2640포인트로 예측한다"며 "아직까지 실물 경기 측면에서 강건한 펀더멘털 회복세가 갖춰졌다고 보기 힘들다. 이를 보완해 줄 강한 유동성의 유입을 바탕으로 한 유동성 랠리의 환경 역시 갖춰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적 반토막…대형사까지 번진 '구조조정'

증시 침체와 함께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증권사의 실적도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1조76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은 7148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대비 59.49%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7408억원으로 지난해(1조1834억원) 대비 37.40% 떨어진 수준이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도 올해 각각 5147억원(전년 比 46.68% ↓), 3413억원(전년 比 63.36% ↓), 4946억원(전년 比 45.66% ↓)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모두 1조원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 위축에 따른 거래 감소로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이익이 감소한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운용 손실이 반영된 탓도 적지 않다.

이처럼 실적이 바닥으로 떨어진 가운데 부동산 PF발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졌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강원도의 레고랜드 미지급 이행 사태로 자금시장은 순식간에 경색됐다.

특히 대형 증권사와의 경쟁에서 밀린 중소형 증권사들이 고위험군에 속하는 중·후순위 부동산 PF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이에 케이프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다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인력 감원 바람이 불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했고, 하이투자증권은 고연차·고연령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다올투자증권은 정규직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경영 관련 직무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은 경영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올투자증권은 다올 타일랜드와 다올인베스트먼트까지 매각하면서 자금 수혈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감원 바람은 대형 증권사까지 번졌다. 이달 KB증권은 1982년생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KB증권이 희망퇴직을 받은 만큼 다른 대형 증권사도 본격적으로 인력 효율화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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