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3.05.04 06:00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지원사업 1년도 안 돼 대부분 끝나…"국가부터 기준 잡아야"

(사진=안무서운 회사도 홈페이지 캡처)
(사진=안무서운 회사도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상위 법률부터 없다는 것이 문제다. 법제화 마련이 매우 절실하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은둔고립 외톨이 청년 지원 조례를 두고 있지만 조례로 움직이기엔 사실상 한계가 있다."

김옥란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장은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립은둔청년과 관련한 지원 방안의 문제점을 이같이 밝혔다.

김 센터장은 "조례에 따른 정책적 지원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일회성인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1년이 채 안 돼서 대부분의 지원사업이 끝나버린다. 고립과 은둔을 회복할 시간은 이보다 더 걸릴 텐데 회복 기간과 지원사업 존속기한이 맞지 않는다. 지원의 연속성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다보니 지속가능한 회복 프로세스를 가진 공간도 부족하기 에 청년이 와도 오래가지 못하고 연락 혹은 인연이 끊어진다"고 한탄했다.

각 지자체 마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조례가 다르고 정확한 타겟팅을 통해 지원하는 정책마저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정책을 통합 관리할 상위법마저 없다는 한계점으로 고립·은둔 청년들을 다시 사회로 나올수 있게 지원하는 '지지대'가 부실하다는 한계점이 노출되고 있다.  

서울, 광주 등 몇몇 광역도시들을 조례 및 대책들을 연달아 내놓고 있지만 그 외에 지자체에 거주하는 고립은둔청년들은 지원 사각지대에 내몰리며 '양극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대구시 조례 제정했지만 실태조사 계획 없어

고립은둔 청년과 관련된 조례는 증가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2019년 광주광역시에서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만든 이후 2023년 5월 기준, 은둔형 외톨이에 관한 지자체 조례는 전국 15개 지자체에서 제정됐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시작으로 ▲광주광역시 동구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 ▲부산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 ▲서울시 은평구 은둔형 외톨이 재활촉진 조례 ▲전라남도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 ▲광주광역시 남구 은둔형 외톨이 재활촉진 조례 ▲서울특별시 노원구 은둔형 외톨이 지원에 관한 조례 ▲안동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은둔형 외톨이 재활촉진 조례 ▲전라북도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 ▲울산광역시 중구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 ▲서울시 서대문구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 ▲고양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 ▲인천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 ▲서울시 강북구 은둔형 외톨이 지원에 관한 조례 등의 순으로 조례를 제정했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는 공통적으로 기본계획 수립, 직업 훈련과 취업 관련 지원, 상담·활력 조성 활동 등을 규정한다. 지자체 마다 실태조사, 지원센터 설치, 평생교육 지원, 부모 지원 등 내용도 담았다.

현재 가장 활발한 지원 활동을 하는 곳은 서울시이다. 

서울시는 약 12만9000명으로 추산되는 서울 고립·은둔 청년들이 사회에 복귀할 때까지 원스톱으로 지원·관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립·은둔 청년 발굴체계를 구축한다.

시는 복지전달체계 사업, 지역별 위기군 분포 현황 분석 자료 등을 활용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지인이 상시적으로 상담·신청·의뢰를 할 수 있도록 할 도울 방침이다. 또한 고립 정도와 은둔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정밀한 진단도 실시한다. 진단 검사 결과에 따라 고립·은둔 청년을 3가지 유형(활동형 고립청년, 비활동형 고립청년, 은둔청년)으로 분류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아울러 내년까지 서울청년센터 내 전담 TF를 구성해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중장기 정책 모델을 설계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자체가 서울 등 소수의 광역도시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전체 지자체 226개 대비 6.63%만 조례가 있으며 서울과 비교하면 지방에 있는 은둔형 외톨이들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광역시 중 하나인 대구시는 지난해 사회적 고립 청년지원 조례를 만들었으나 실제 지원 정책수립까지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는 지난해 10월 '대구광역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지만 아직 실태조사 계획조차 없다. 조례에 따르면 대구시는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이를 시행해야 한다.

조례를 발의한 김태우 대구시의원 "이제 막 조례가 만들어진 단계로, 추경에서 관련 예산이 배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은둔형 청년 문제에 대해 조례가 지정만 됐을 뿐 대책이나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3월 정부 실태조사 결과에 기반해 추정하면 대구의 은둔형 청년은 만 19~34세 청년 43만 1938명의 2.4%인 1만 366명이다.

대구시는 예산편성을 8월부터 준비하고 10월에 마무리 하기 때문에 지난해 10월 조례가 제정돼 올해 예산에는 반영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추경 역시 국비매칭사업이나 재난 발생시 편성을 해서 우선순위가 밀려 내년 예산에 고립 은둔청년과 관련된 실태조사를 반영한다고 알렸다. 

대도시인 부산에도 고립은둔 청년에 중점을 둔 맞춤형 프로그램이 없다. 부산시는 니트족, 무기력 청년 등을 한데 모아 '무직'에 초점을 맞춘 지원 정책만 실시하고 있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기자에게 "지난해에 실태조사를 했고 지원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연구 완료 예정이 8~9월이다. 청년에 포커스를 맞춘 조례는 부산시의회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부산시의회 이종환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2월 2일 부산시 고립·은둔 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실태 조사 결과 부산 은둔형 외톨이의 81%가 20∼30대 청년"이라며 "부산시가 진행하는 고립·은둔 청년을 상대로 한 지원정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하루빨리 조례를 제정해 부산의 고립·은둔 청년이 정책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는 문제점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 가정방문 상담. (사진=광주시 홈페이지 캡처)
은둔형 외톨이 가정방문 상담. (사진=광주시 홈페이지 캡처)

윤창현 의원, 청년자립지원법안 대표발의

정부와 지자체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고립은둔 청년들은 계속 방치되고 있다. 

뉴스웍스 취재진이 만난 이승우(남·29·가명)씨는 "특히 서울은 그나마 활성화된 시설 및 지원이 많으나 지방은 많이 부족하다"면서 "지역 마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주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원 정책은 당사자 자체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지원으로 접근해야 하며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지원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각기 분리된 지자체 조례가 아닌 정부 차원의 대책이나 국회 차원의 법안 등 상위법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립은둔 청년과 관련된 부서에 있는 지방 공무원은 기자에게 "상위법이 있으면 주관부처가 명확히 생기고 전국적인 공통상황에 대한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국비지원을 할수 있다"면서 "국가가 기준을 잡으면 지자체도 이에 따라 기준을 잡아 국가가 하는 것에서 부족하거나 남은 부분을 우리가 채워 더욱 세심하게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에서는 조례를 꾸준히 제정하고 있지만 국회에선 복지사업 지원대상에서 청년을 법률적으로 인정한 법 제정 시도가 처음으로 이뤄졌을 뿐이다. 현재 연령대별 취약계층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는 노인(노인복지법)과 아동(아동복지법)뿐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가족 돌봄과 질병, 장기 미취업 등을 이유로 사회로부터 고립되거나 스스로 은둔을 택한 청년들이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자립지원법안'을 지난 1일 대표발의 했다.

이 법안은 '은둔형 외톨이'라는 사회적 낙인없이 당사자는 물론 가족의 심리사회적 회복을 지원하도록 해 사회로의 재통합을 지향하도록 했다. 청년 복지지원과 관련된 단체 혹은 청년 간의 자조모임 단체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당사자 친화적인 자립지원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다만 이 법안이 통과하기 위해선 여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언제 국회 문턱을 넘을지 알 수가 없다.

정부도 나서고 있지만 담당 정부 부처도 불명확하고 부서간 통합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 뚜렷한 진척이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올해 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규모·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거쳐 추후 지원사업 모형을 개발할 계획이다.

여성가족부 또한 지난달 은둔형 청소년을 위기청소년 특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청소년복지 지원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정부에서 의결됨에 따라 지원을 할 계획이다. 은둔형 청소년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으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외모와 흉터 교정 비용과 교복·학용품비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혜원 파이나다운 이사장은 "고립·은둔청년 담당 정부기관이 없다"면서 "파이나다운청년들은 경기도 1호 청년 복지대상 공익법인이다. 경기도에서 공익법인 신청을 하라고 먼저 제안이 왔는데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가부가 아닌 행안부에서 받았다. 고립청년 관련 부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법령 제정, 실태 조사까지 예상되는 시간을 고려해 기존 정책 등을 보완, 정비해서라도 지원을 확대, 내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옥란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장은 "지역·기관마다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맞는 상담·프로그램 등의 체계가 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인력·예산·정책도 많이 부족하다"면서 "제일 중요한 정책이 없으니 그에 맞는 예산 사용이 불가하다. 시급한 사안이다 보니 기존 정책이라도 보완해서 지원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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