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7.26 14:56
김영식(왼쪽 두 번째)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과 이창용(네 번째) 해양수산부 해사산업기술과장이 25일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영식(왼쪽 두 번째)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과 이창용(네 번째) 해양수산부 해사산업기술과장이 25일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노르웨이는 2015년부터 시작된 민관 파트너십 녹색해운프로그램을 통해 친환경선박 기술을 개발해왔다. 신기술 개발 및 적용성 연구, 실증 과제 추진, 선대(船隊) 적용이란 3박자 해운전환계획 이행을 친환경 해운산업 선진국 진입의 원동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와 승객을 함께 실어나르는 페리 180척 중 70여척을 2022년까지 전기추진 친환경 선박으로 바꿨고 향후 최대 127척을 전환할 예정이다." 

김영식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친환경 전기선박 활성화 촉진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 항만에 정박한 상태에서 대형 충전플러그로 충전하는 노르웨이의 전기추진선 개발 동향을 설명했다. 전기추진선은 전기 공급원으로부터 충전받은 전기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국제해사기구 등 국제사회의 탈탄소 규제 강화로 해운산업에서 탄소중립 연료 전환의 절박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박은 운항 과정에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7%를 내뿜기 때문이다. 국제가스조합에 따르면 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이 트럭 50만대 분량의 미세먼지와 디젤승용차 5000만대 분량의 황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면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환경규제 흐름에 따르기 위해 해운업의 친환경 연료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해외 항만충전식 전기추진 차도선 모습. (사진=김영식 책임연구원 발제 캡처)
해외 항만충전식 전기추진 차도선 모습. (사진=김영식 책임연구원 발제 캡처)

북유럽 해운선진국들이 친환경선박에 관심을 갖는 것은 벙커C유를 사용하는 기존 선박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운항시간이 길지 않은 연안에선 전기 추진 차도선이 제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기모터로 작동되는 선박으로 무탄소화 운항을 시도하고 있다. 먼 바다로 장기간 운항에 나서는 선박이 액화천연가스,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연료를 이용하려는 것과 비교된다. 

이들 국가는 대체로 피오르드와 호수 등 연중 파도가 거의 없는 정온수역(定溫水域)의 연안에서 페리를 운영한다. 항만에 충전 인프라를 설치, 충전하기 쉽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초의 전기 추진 차도선(車渡船)을 2015년 취항한데 이어 2021년부터 23노트의 속도를 자랑하는 세계 첫 전기추진 고속페리까지 운항 중이다. 

반면 국내 차도선은 내륙에서 섬으로 여객과 차량 등 화물을 싣고 이동한다. 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가 큰데다 태풍도 자주 찾아와 고전력의 항만 충전시설을 구축,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를 감안, 선박에 고정식 배터리와 화물차에 실린 이동식 배터리를 통해 전원을 공급하는 이동·교체식 전원공급시스템 기반의 420톤급 순전기추진 차도선이 개발되고 있다. 승객 120명과 차량 20대를 싣고 10노트로 왕복 2시간을 운항할 수 있도록 건조됐다.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친환경 전기추진 차도선 주요 기술 (사진=김영식 책임연구원 발제 캡처)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친환경 전기추진 차도선 주요 기술 (사진=김영식 책임연구원 발제 캡처)

김영식 책임연구원은 이날 '전기선박의 세계 기술 및 정책동향‘ 발제를 통해 "지난해 3월 선체 진수를 마치고 12월에 이동 교체식 전원공급시스템의 선박 적용을 마쳤다"며 "지난 5월까지 충전시설 설치와 점검, 안벽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 5월까지 실증운항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고정식 배터리 사용 전기추진선을 시험운항한데 이어 6월에는 이동식 배터리 사용 전기추진선을 시험운항했다. 내년말까지 전기추친 차도선의 최적화와 상용화를 지원하면서 국산화제품에 대한 트랙 레코드를 확보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실제 사용된다면 연안 대기 오염 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정부는 2020년 1월 친환경선박법 시행에 따라 같은 해 12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되는 제1차 친환경선박 개발·보급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일명 '2030 Greenship-K추진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40%, 2030년까지 70%를 줄이는 미래친환경선박 세계 선도기술을 확보하고 2030년까지 친환경선박 전환율 15%를 달성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대상선박 3542척 중 528척을 친환경선박으로 대체한다는 장기계획이 단계별 목표에 맞춰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한 중간점검이 필요하다.

탄금호를 운항 중인 일렉트릭유람선 (사진=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 홈페이지 캡처)
탄금호를 운항 중인 일렉트릭유람선 (사진=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 홈페이지 캡처)

친환경선박 활성화 정책에 따라 강이나 호수 등 내수면용 전기추진 어선은 2013년 개발, 보급 중이다. 2021년 7월부터는 국내 최초의 상업용 전기추진선박인 탄금호 일렉트릭유람선이 충주시 탄금호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운항 중이다. LNG와 디젤의 두 종류의 연료를 이용하는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선박인 울산태화호는 지난해말 명명식을 가진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승선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정원 300명 내외의 울산태화호는 무게 2700톤, 길이 89.1m, 폭 12,8m, 높이 5.4m 규모로 연안 관광 유람선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울산태화호는 첨단 스마트 선박시대를 알리는 상징적인 존재다.

이창용 해수부 해사산업기술과장은 '친환경선박 활성화 및 보급 촉진 정책' 발제에서 "내항선에서 친환경선박을 건조할 때 선가의 최대 30% 보조금을, 외항선의 경우 선가의 최대 10% 보조금을 예산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국가인증 신기술을 적용해 친환경 내항선박을 건조하는 민간사업자에겐 척당 50억원 이내에서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총58척의 친환경선박 건조를 지원할 방침이다. 10척 중 5척은 전기추진, 4척은 전기+디젤 방식의 하이브리드, 1척은 LNG 추진 방식을 채택했다.

이 과장은 기존 지원제도의 문제점도 지적, 주목을 끌었다. 그는 "현재 선박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내·외항 화물선과 여객선을 위주로 한다"며 "유·도선 등 영세선사의 친환경 선박 도입 활성화와 운영 지원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방안을 놓고 관계기관, 금융권, 산업계의 협력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성곤 민주당 위원이 25일 열린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읽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위성곤 민주당 의원이 25일 열린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읽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와 관련,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회사를 통해 "해양수산부는 매년 '친환경선박 보급시행계획'을 세우며 글로벌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원책은 공공선박에 무게가 실려 있고 소규모 영세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유·도선 사업의 경우 제대로 된 금융지원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위 의원은 "외항·내항 화물선과 여객선 등 해운법 적용을 받는 해수부 소관 선박은 보조금 등 정부 지원과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를 통한 정책금융지원이 종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반면 유·도선은 유·도선법의 적용을 받아 친환경선박 전환 업무와는 거리가 있는 행전안전부 소관으로 구분돼 종합금융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행안부 관리감독을 받는다는 이유로 유·도선이 친환경선박 지원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25일 국회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 중인 위성곤 의원 (사진=원성훈 기자) 
25일 국회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 중인 위성곤 의원 (사진=원성훈 기자)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해사기구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연례회의에서 오는 2050년까지 해운 분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기존 2008년 이산화탄소 배출량(7억9400만톤) 대비 50% 수준에서 100%로 대폭 높이기로 합의했다. 탄소부담금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비용화, 감축을 유도하는 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향후 기항지에서 보급받기 쉬운 대체연료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하는 결정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해운업계의 탈탄소화 흐름을 이끌면서 향후 구체적으로 추가될 각종 환경규제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할 것이다.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이 선두주자로 나선 전 세계 친환경선박의 시장 가치는 16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국내 조선 3사는 대형 친환경선박 수주에선 단연 앞서가고 있다. 기존 기술과 인력, 금융지원 방식을 준용한다면 중소규모 친환경선박에서도 'K-그린쉽'은 능히 리더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친환경 선박 전환과 관련된 정부 계획에서 보완할 대목부터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실행력과 완성도,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해수부와 행안부는 보다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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