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02 15:50
7월 17일 새만금 산단에서 열린 ㈜하이드로리튬 및 ㈜리튬포어스 착공식에서 김관영(왼쪽 네 번째) 전북도지사와 전웅 대표이사 등이 시삽하고 있다. (사진=전북도 홈페이지 캡처)
7월 17일 새만금 산단에서 열린 ㈜하이드로리튬 및 ㈜리튬포어스 착공식에서 김관영(왼쪽 네 번째) 전북도지사와 전웅 대표이사 등이 시삽하고 있다. (사진=전북도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지난 6월 현재 전라북도 인구는 176만2021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2월 (178만6855명)보다 1년 6개월 만에 1.4%(2만4834명) 줄었다. 광주광역시(142만481명)과 전라남도(181만1554명)를 더한 호남권 인구는 499만8393명으로 500만명선마저 무너졌다. 전체 인구(5155만8034명) 대비 호남은 9.7%. 전북 비중은 3.4%에 불과하다.

호남 인구는 2013년 5월 대전과 충남·충북을 합친 충청권에 추월당한뒤 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다. 농업 비중이 높은데다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청년층 유출을 늘리면서 신생아마저 격감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전라북도가 내년 1월 18일부터 전북특별자치도로 바뀐다. 2022년 8월 18일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각각 발의한뒤 133일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고 지난 1월 10일 정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처럼 빠른 기간에 전북특별법이 제정된 것은 광역시가 없어 지역 발전에서 소외되고 불균형이 심화됐던 지역 사정이 정치적으로 감안된 덕분으로 풀이된다.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 강원특별자치도에 이어 특별자치단체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전북도는 내년부터 특별법에 따라 전북만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지역 필요에 따라 다양한 초광역 협력 강화를 추진할 수 있다. 균형발전 특별회계의 별도계정 설치로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가능하고 중앙부처로부터 행·재정상 특별 지원과 각종 시책 사업을 추진할 때 우선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 전북도는 14개 시·군과 업무협약을 맺은데 이어 내년부터 어떤 특례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받을 것인지를 놓고 발굴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주요 분야별로 특례안이 법제화되지 못한다면 간판만 특별자치도일 뿐 기실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례발굴과 중앙부처와의 협의가 별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특별법 제도개선 국회 세미나’가 1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전북특별법 제도개선 국회 세미나’가 1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운천 의원이 주최하고 전라북도와 전북연구원이 주관한 '전북특별법 제도개선 국회 세미나가 1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정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전북특별자치도가 '자치권'이 보장되는 명실상부한 특별자치도로서 출범할 수 있도록 핵심 특례를 논의하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북특별자치도의 성공적 출범을 위해 전북의 미래 발전 방향을 구체화시키고 주요 분야별 핵심 특례를 보완하는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이 필요하다"며 "다시 한 번 여·야 쌍발통 협치로 법안의 준비와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북은 14개 시·군 중 10개 시·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광역지자체 중에서 전남·경북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지역공동체가 붕괴되면서 지방소멸 우려가 높다. 지난해 현재 외국인 유학생 16만6892명 중 수도권 체류자의 비율은 60%에 달하지만 전북은 5%에 불과하다. 근로자 20만3121명 중 수도권 비율은 47%이고 전북은 4%에 그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역별 여건에 적합한 탄력적인 이민 정책과 생활인구 정착 등을 통해 지역 성장동력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2040년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목표를 84조3945억원으로 설정했다. 50조3982억원을 기록한 2021년보다 67.5% 늘어난 수치다. 전북연구원은 도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이 1% 증가하면 실질 GRDP가 0.177%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2040년 목표 달성을 위해 도내 거주 외국인을 22만7615명 늘릴 계획이다.

김종훈 전북도 경제부지사는 이날 법무부,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관계자들도 참석한 세미나에서 답보상태에 놓여 있는 특례안 법제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표적인 제도 개선과제로 이민자 확대를 위한 특례 신설이 거론됐다. 저출산·고령화 심화와 청년층의 수도권 이전으로 위기에 처한 농어촌을 되살리고 만성적인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위해 지자체 스스로 외국인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일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달라는 얘기다.

박광온(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한병도 도당위원장, 김관영 전북도지사, 정운천 국회의원 등이 7월 2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전북특별자치도법 세미나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전북도 홈페이지 캡처)
박광온(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한병도 도당위원장, 김관영 전북도지사, 정운천 국회의원 등이 7월 2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전북특별자치도법 세미나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전북도 홈페이지 캡처)

전북에서 영주자격을 얻으려하거나 장기체류하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증 발급절차와 체류자격 변경, 체류기간 연장 등에 관한 요건을 달리 정하는 방향으로 법무부장관이 출입국관리법에 대한 특례를 설정해 달라는 것이 핵심요구다. 물론 '도지사가 요청하는 경우'라는 전제가 붙는다. 

아울러 전북자치도 이민비자자격 특례 신설도 요청했다. 도지사가 '전북이민비자' 발급을 추천하는 경우 법무부장관은 기존 사증발급 절차의 기준과 요건을 달리해서 전북이민비자를 발급해달라는 것이다.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시범사업'은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에 따라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이미 시행 중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역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3~5년 한시적으로 시범실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북도 입장이다. 이를 위해 지역특화산업, 산업별 특성, 인구 분포 특성 등을 고려해 수용가능한 이민규모를 산정하고 글로벌생명산업이민, 어업이민, 농생명이민, 창업이민, 은퇴이민, 문화이민 등 다양한 형태로 전북이민비자발급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 부지사는 새만금사업지역에 K-POP 국제교육도시를 지정하고 지원하는 특례 인정도 강조했다. SM, YG, JYP, 하이브 등 국내 4대 기획사와 손잡고 새만금에 교육시설과 스튜디오, 공연장, 방송시설 등을 갖춘 K-POP 국제학교와 교육벨트를 신설, 도내 외국인 유입을 늘리고 무주 태권도원과 연계해 K-컬처 진흥에 기여할 계획이다.

전통지상 및 상점가 육성 특례도 요청했다. 골목형 상점가는 기존 전통시장과 상점가에 해당되지 않은 골목상권 중에서 특정 조건에 맞는 상권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기부는 2000㎡ 내 점포 30개 이상이 밀집하고 해당 구역 토지나 건물 소유자의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상인조직을 결성한 경우 전통시장 상인에 준해 시설현대화사업이나 상권활성화 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기준은 수도권이나 대도시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전북도는 ㎢당 인구밀도가 226명으로 1만5560명인 서울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서울 관악구만해도 골목형 상점가가 5곳 선정되었지만 전북도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골목형 상권 지정 관련 면적 또는 점포수를 낮춰 적용하거나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특례를 반영해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7월 20일 전북 새만금을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최종 선정한 가운데 도청 브리핑룸에서 김관영(가운데)도지사가 정세균(왼쪽 첫 번째) 전북 이차전지 특별위원회 명예위원장과 국주영은 도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전북도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7월 20일 전북 새만금을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최종 선정한 가운데 도청 브리핑룸에서 김관영(가운데)도지사가 정세균(왼쪽 첫 번째) 전북 이차전지 특별위원회 명예위원장과 국주영은 도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전북도 홈페이지 캡처)

전북도는 ▲농생명지구 내 외국인 파견 근로 유연화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려는 자에 대한 내국인 구인노력 기간 단축 또는 생략 ▲해외 우수창업기업 체류자격 지원시설 지정 및 운영 ▲전북 소재 학교 및 공공급식 식재료로 전북 농산물 우선 구매 및 공급 등에 대한 특례 인정을 위해 중앙부처와 지속적인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잇따른 특별행정구역 신설을 놓고 비판도 나온다.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특별자치'라는 구호를 내걸자 표를 잃지 않기 위한 여야의 정략적 이해타산이 뒤따르면서 탄생한 제도라는 것이다. 광역시가 없는 충북이 특별자치도 추진에 나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인구 100만명 이상의 기초지자체에게 특례를 인정한 수원, 고양, 용인, 창원 등 4개 특례시에 이어 특별자치도까지 남발되는 것은 곤란하다.

다만 이미 국회를 통과한 특별자치도법이 제대로 실행되는 것은 중요하다. 중앙부처는 소관 업무를 대상으로 특례를 과감히 인정, 자치분권이 실현되도록 돕는데 앞장서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정운천 의원이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정운천 의원이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정운천 의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주요 분야별 핵심 특례 논리를 보완하고 전북만의 특색을 살린 특례들을 반영, 8월 중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인구절벽에 처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탈피해야 한다. 동네와 마을이 살아남아야만 지역공동체가 유지된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영속성도 담보될 수 있다.

정부로부터 권한을 이양 받는 지방정부가 실정에 맞는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을 수립, 공격적으로 실행해야만 지속가능한 한국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관이 민을 이끄는 시대는 끝난지 오래다. 주민이 지역발전을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지방정부는 이를 돕는 체제가 정립되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인 기업 유치를 위해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은 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투자와 입주를 촉진할 아이디어를 내는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전북특별도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특례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각 부처가 적극 협력하는 것이 전북특별자치법 정신을 존중하는 길이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기업 투자 몰리고 있는 전북특별도에 도약의 발판대를 제공해주자. 국가 차원에서 외국인 이민자를 대폭 늘려야할 처지다. 전북도를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비자 발급 완화 및 지역이민비자 신설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한뒤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