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11.10 14:50

기준금리 인하되면 주식시장으로 '머니무브'
"운용사 보수경쟁 안타까워…질적 성장 걸림돌"

10일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상무가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3 글로벌 ETP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10일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상무가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3 글로벌 ETP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올해 10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에 상륙한지 21년 만이다. 그 중심에는 삼성자산운용이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02년 국내 최초로 ETF를 최초로 상장한 데 이어 해외형·채권형 ETF 등을 국내 처음으로 연이어 상장하면서 수십년간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브랜드인 KODEX는 국내 ETF 시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KODEX는 올해 업계최초로 순자산 45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순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채권형 ETF가 주목을 받으면서다. 삼성자산운용은 내년에도 업계 전반적으로 채권형 ETF의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은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상무와의 일문일답이다.

-삼성자산운용 ETF의 강점은 무엇인가.

"올해로 ETF 운용 경력 21년이 됐다. 다른 운용사에 비해 운용 경력이 긴 만큼 노하우가 쌓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패시브 상품이라 하더라도 다른 중소형 운용사가 가질 수 없는 운용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상품을 잘 만들고, 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고객들에게 최고 퀄리티의 상품을 주기 위해 블랙록 등 다양한 회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하이일드 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회사는 국내에 우리 뿐이다. 운용 노하우와 다양한 회사와의 협업으로 최고 퀄리티의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ETF 운용 경력은 우리 회사가 압도적일 것이다. 경력이 쌓인 직원들이 많다 보니 신입직원들한테도 가르쳐 줄 수 있는 직원도 그만큼 많다"

-내년 ETF 트렌드를 전망하자면.

"올해 채권형 ETF 상품이 많이 출시됐지만, 내년에도 채권형 ETF 출시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주식형 ETF 상품은 현재 많이 출시돼 있지만, 채권형 ETF 상품은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된지 몇 년 안 됐기 때문에 다양한 라인업들을 출시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채권형 ETF는 국채에만 한정됐고, 듀레이션 측면에서도 3~10년물 장기 상품에 집중됐다. 하지만 이제는 초단기 파킹통장형 ETF도 출시됐고, 크레딧과 듀레이션 수준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특히 현재 국가적으로 봐도 채권은 미국과 한국에 집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양한 채권형 ETF 상품이 출시될 수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투자 방법을 조언하자면.

"이론적으로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주가의 밸류에이션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만약 기준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주식의 매력도가 올라갈테니, 지금까지 주식에서 채권으로 머니무브가 발생했다면 다시 주식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기준금리가 내려간다는 것은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뜻이다. 소프트랜딩이 될지, 하드랜딩이 될지 판단을 해야한다.

만약 채권 투자를 생각한다면 이자수익과 자본수익 모두 고려해야 한다. 채권은 통상 듀레이션이 20년을 웃돌기 때문에 1%만 내려가도 자본이익만 20%가 넘어, 오히려 주식보다 변동성이 높을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자본 차익을 얻기 위해 이러한 트레이딩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운용사들간 ETF 출시 경쟁, 리브랜딩 등 마케팅 측면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잠잠한 모습이다. 이유는 무엇인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ETF 운용사가 15개였지만, 2021년부터 급격히 늘어나더니 올해는 24개가 됐다. 올해 말 한 곳 더 늘어날 것이란 이야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총 25개가 경쟁하게 된다.

지난해까지는 주식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마케팅에도 집중할 수 있었다. 우리도 브랜드명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새롭고 친근한 이미지로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하지만 매년 그러한 경쟁을 할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주식시장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 드라이브를 걸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었다"

-미국에서 가상화폐 현물 ETF 승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블랙록에서 주도하고 있다면, 한국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주도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상화폐 ETF는 주도와 주도하지 않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일단은 가상화폐 자체를 어떻게 법적으로 정의를 내릴 건지, 세금은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 수탁은 어느 조직에서 할 것인지, 거래소는 어느 거래를 적격 거래소로 판단할 것인지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논의들을 삼성자산운용의 주도로는 할 수 없다. 업계 전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까지 가상화폐에 대한 허용이 안돼 있는 상황이라 지금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연구원 등에서 가상화폐를 포함한 새로운 투자 수단이 도입돼야 시장이 질적 성장을 하지 않겠냐는 제언이 나오고 있는 만큼 고려는 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운용사간 ETF 보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용사의 핵심 비즈니스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ETF도 결국 규모의 경제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수 경쟁이 치열해지는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는 보수를 인하해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은 있다. 예를 들면 보수 1bp 상품을 만들면 1조원을 모아도 수익은 1억원이다. 우리는 운용 보수 외에는 벌 수 있는 수익이 없기 때문에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도 수익이 있어야 좋은 인력을 채용하고, 자금을 투입해서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이 ETF를 잘 알 수 있도록 할 수 있는데, 보수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 질적 성장에는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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