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27 18:15

후룸라이드 탄 듯 떠밀려 내려가는 즐거움 '엄청'…오가는 길 돌고래 무리 '보너스'

펠렐리우 망망대해에서 만난 자이언트 트레발리 무리.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펠렐리우 망망대해에서 만난 자이언트 트레발리 무리.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팔라우 주도인 코로르에서 약 40㎞ 떨어진 펠렐리우 섬은 팔라우 역사에서 일대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1944년 세계 2차대전 당시 펠렐리우에서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 진행됐다. 미국이 일본에 승리하면서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지나면서 여러 번의 침략자에 의해 수탈 당했던 역사가 미국 중심의 세계로 재편됐다. 2차대전 종전 이후 1947년부터 팔라우는 오랫동안 미국령으로 자리했고 결국 독립했다. 역사적인 무게만큼이나 펠렐리우의 바다는 다른 사이트와 다른 모습이다. 

펠렐리우 섬 전경. 잔잔한 수면 모습과는 달리 바닷속의 조류는 거세고 강하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펠렐리우 섬 전경. 잔잔한 수면 모습과는 달리 바닷속의 조류는 거세고 강하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팔라우는 크게 세 곳의 바다로 구분된다. 주섬인 코로르 인근의 Palau Sea와 Blue Corner와 Blue Hall이 위치한 태평양, 그리고 펠렐리우가 위치한 Peleliu Sea다. 물론 전체적으로 태평양에 속한다. 펠렐리우는 팔라우의 바다와는 다른 얼굴을 한 곳이다.

바다별 느낌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팔라우씨는 그야말로 산호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어 에머랄드빛으로 색을 내고, 푸른 빛의 태평양은 깊은 바다의 강렬함을 가지고 있다. 펠렐리우씨는 여러 조류들이 만나는 곳이다. 이로 인해 독특한 물살을 지니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팔라우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펠렐리우 섬. 보트로 약 1시간 10여분이 소요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팔라우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펠렐리우 섬. 보트로 약 1시간 10여분이 소요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펠렐리우는 조류 다이빙을 즐기는 다이버에게는 팔라우 최고의 포인트다. 보통의 다이브샵에서는 펠렐리우 일정을 잘 잡지 않는다. 우선 팔라우 본섬인 코로르에서 거리가 약 1시간 10분 걸리는데다 거센 조류를 맞닥뜨려야 하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강렬한 평형 조류는 물론 월 주변에 형성되는 상승 조류, 그리고 무엇보다 조심해야 하는 하강조류 지대들이 곳곳에 포진한다. 따라서 다이버들의 경험과 그들의 요청이 없이는 다이브샵에서 별도로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이 통상적이다. 펠렐리우에도 별도의 다이브샵이 있다. 일본인이 운영한다고 하는데, 시즌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나의 첫 펠렐리우 다이빙은 내가 다이브마스터였을 때 조류다이빙을 즐기고자 하는 다이빙 강사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갖게 됐다. 이후 여러 번 펠렐리우는 팔라우행에서 늘 빠지지 않는 포인트로 자리잡았다. 펠렐리우 다이빙은 통상 1일 3회에 걸쳐 진행되며, 모든 다이빙이 펠렐리우에서 진행된다. 

팔라우에서 조류다이빙으로 유명한 펠렐리우로 가는 여정. 1시간 이상 보트로 가야해서 조금 일찍 서둘렀다. 5월의 바다는 그야말로 '장판'과 같다. 그 어떤 물결도 허용하지 않는 그야말로 평평함 그 자체였다. 햇살은 뜨겁지 않았고, 바람은 덥지 않았다. 팔라우는 바다 속 뿐만 아니라 바다 그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왜 팔라우가 '신들의 바다정원'이라고 일컬어지는지 알게 되는 곳이다.

펠렐리우 오가는 길에 늘 만날 수 있는 돌고래 무리. 보트를 좋아해 경쟁하듯 유영을 같이 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펠렐리우 오가는 길에 늘 만날 수 있는 돌고래 무리. 보트를 좋아해 경쟁하듯 유영을 같이 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40여분을 달렸을까? 갑자기 현지 가이드인 '제이윈'이 소리를 치며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보트 위의 다이버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돌고래 무리가 나타난 것이다. 키를 잡고 있던 제이윈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돌고래 무리를 향해 다가갔다. 

생애 첫 야생의 바다에서 돌고래 무리를 맞닥뜨렸기에 그 설레임에 심장이 쿵쿵거렸다. 내 발걸음과 시선도 분주해 졌다. 어디에 있는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바로 눈 앞에서 그들은 모습을 드러냈다. 

수면 위로 곡예를 하듯 뛰어다니는 돌고래 무리들. 그 감동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소리를 내내 질러대며 그들의 군무를 감상했다. 우리 보트 주변을 한참 동안 유영하고 다녔다. 수백마리에 이르는 돌고래 무리들이 말이다. 마치 우리를 환영이라고 하듯 곳곳에서 무리 지어 점프를 하더니 보트 쪽으로 다가와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다.

벅찬 감동이란 이런 것인가? 펠렐리우로의 여정이 마치 축복의 길처럼 느껴졌다. 오늘 다이빙의 얼마나 멋질지 마치 서곡을 알리는 듯 했다. 

한동안 그들의 멋진 유영과 점프를 감상하고 다시 펠렐리우도 나아갔다. 이후에도 돌고래 무리들이 곳곳에서 나타나 단체 점프, 연속 점프 등 '2단 콤보'를 발사했다. 

팔라우에서 느끼는 또 다른 어마어마한 감동이었다. 바다를 다니며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는 이같은 경험은 그야말로 행복함 그 자체다. 그리고 이번 돌고래 무리와의 조우는 내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았다. 

펠렐리우 가는 길에 만난 돌고래 무리의 감동은 오늘 펠렐리우 다이빙의 즐거움을 예상케 했다. 

참고로, 펠렐리우를 오가는 길에는 늘 돌고래 무리를 만날 수 있다. 

펠렐리우 옐로우 월은 이름 그대로 노란산호로 가득하다. 마치 노란 꽃밭 같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펠렐리우 옐로우 월은 이름 그대로 노란산호로 가득하다. 마치 노란 꽃밭 같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월을 가득 메운 노란 산호의 꽃밭 ‘엘로우 월(Yellow Wall)’

다이빙 포인트는 옐로우 월(Yellow wall). 이름 그대로 월 전체가 노랑으로 덮여 있다. 바로 노란 빛의 산호들 때문이다. 마치 아름다운 꽃밭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씨월드다이브센터의 김영숙 강사는 펠렐리우 포인트에서 개인적으로 이 포인트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월 지대를 가득 메운 노란 산호들과 월 지대를 올라 바위지대로 올라서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곳곳에 펼쳐진 열대바다의 여유로운 풍경과 그 속에 자리잡고 있는 거북이 무리들이 우리를 반기는 곳이다. 대부분의 거북이들은 마치 집이라도 정해져 있는 듯 자신이 있는 자리를 떠나지 않거나 다른 곳으로 움직이더라도 이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입수 후 바로 왼쪽으로 월을 끼고 나아가면 서서히 노란 산호의 무리들이 산호를 밝히고 있다. 그야말로 노란 꽃밭이 쭈욱 이어진다. 왜 포인트 이름이 'Yellow Wall'- 노란 벽으로 붙여졌는지 이해가 갔다.

월 가득 노란 산호로 가득하고, 그 속에 크레이 피시가 숨어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월 가득 노란 산호로 가득하고, 그 속에 크레이 피시가 숨어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월을 치고 오르면 평지가 나타난다. 시야가 썩 좋지 않았지만 수중 평지는 늘 편안함을 선사한다. 팔라우와는 다른 느낌의 차갑고 무거운 느낌의 포인트이다. 어류의 빛깔도 검은색이 대부분이다. 가끔 노란 산호들 사이에 자리한 피라미드 피시가 화려하면서도 산호의 색감과 너무 잘 어울린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짙은 푸름 안에 무채색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시 월로 나아가 움직였다. 왼쪽에 월을 두고 나아가니 아름다운 노란 산호 밭이 쭈욱 펼쳐지며, 조금 더 다채로운 색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네모네 피시가 말미잘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었더 넣었다를 반복했다. 어디가나 늘 반가운 녀석이다.

옐로우 월으로 올라서니 스팅레이가 곳곳에 모습을 보인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옐로우 월으로 올라서니 스팅레이가 곳곳에 모습을 보인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옐로우 월은 생각보다 다채로움은 덜 했지만 기존 팔라우 다이빙 포인트와는 차별된 느낌을 주는 포인트였다. 팔라우에 비하면 다소 무거운 느낌의 포인트이면서 바다 역시 다소 무채색의 느낌이 강했다. 마치 뭔가 강한 것을 숨기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펠렐리우 컷(Peleliu Cut), 강한 조류에 길 잃어

이번 포인트는 ‘펠렐리우 컷(Peleliu Cut)’이다. 펠렐리우 컷에서 펠렐리우 코너(Peleliu Corner)로 나아가는 코스였다. 월을 왼쪽에 두고 나아가는 포인트인데, 조류가 독특한 지형이었다. 씨월드다이브센터 김영숙 강사에 따르면 펠렐리우 코너는 마치 수족관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월 근처로는 상승조류가 거세게 밀어 붙이고, 월에서 떨어지면 뒤에서 강력한 조류가 떠미는 곳이다. 자칫 펠렐리우 코너 쪽에는 하강조류를 만날 수도 있는 포인트여서 가이드의 안내에 잘 따라야 하며, 다이버간 거리를 많이 두지 않는 편이 좋다. 

펠렐리우 바닷속은 거세고 다양한 조류가 만나는 곳으로 조류의 방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조류로 인해 공기방울의 파열이 넓게 펼쳐진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펠렐리우 바닷속은 거세고 다양한 조류가 만나는 곳으로 조류의 방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조류로 인해 공기방울의 파열이 넓게 펼쳐진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잔뜩 기대를 하고 입수했다. 푸름 속으로 뛰어 들어 쭈욱 떨어졌다. 30여 미터를 떨어지고 나서 월을 왼쪽에 두고 나아갔다. 자칫 월 쪽으로 붙어 월 윗 쪽으로 상승하게 되면 모두가 월 위 쪽으로 붙어야 한다는 가이드의 사전공지가 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잠시 한 눈을 팔았을까? 두 명의 다이버들이 갑자기 월 쪽으로 붙더니 급상승을 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사전에 공지했던 월 쪽의 상승조류를 만난 것이었다. 후미의 가이드가 급히 그들을 조류 밖으로 끌어보려 했으나 그와 다른 다이버 한 명도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야말로 동시에 4명이 쭉 월 위 쪽으로 딸려 올라갔다. 선두에 위치해 있던 김영숙 강사와 나 그리고 한 명의 다이버는 갑작스런 상황에 급히 진행을 멈춰야만 했다. 조류를 맞닥뜨리기 위해 거세게 핀을 차야만 했다. 조류를 역으로 거슬러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지대마다 각기 다른 거센 조류에 인해 순식간에 이산가족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김영숙 강사가 손짓을 하며 월 위 쪽으로 가자고 지시를 했다. 조류를 거스르기 위한 강력한 핀킥. 너무 오랜만에 쉴 새 없이 핀을 차며 월 위 쪽으로 향했다. 겨우 월 위 쪽으로 다가가 그들과 조우했다. 하지만 이도 금새 반대 조류로 급격히 떠밀려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조류에 몸을 맡긴 채 떠밀려 가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편안히 조류다이빙을 즐기는 시간. 어느새 뒤에서 밀어주는 조류가 속도를 붙였다. 카메라를 붙들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가이드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적절히 속도조절을 해야만 했다. 뒤쪽에서 미는 조류라 사실 속도를 늦추기에도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상어들이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심지어 월 아래로는 어마어마한 군락의 상어 무리들이 어슬렁거리며 다니고 있었다.

펠렐리우 월 아래에는 상어 무리가 어슬렁 거리고 다니고, Redtooth trigger fish 등 다양한 어류들이 무리지어 다닌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펠렐리우 월 아래에는 상어 무리가 어슬렁 거리고 다니고, Redtooth trigger fish 등 다양한 어류들이 무리지어 다닌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다들 다소 어처구니 없는 처지였다. 물론 최초 브리핑 때 들었던 이야기라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상황이긴 했지만, 실제 벌어지자 다들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 이야기는 후에 누가 잘못했는지를 다이빙을 마치고 두고두고 회자되며, 논란이 일었다. 결국 360도 카메라에 흔적이 다 남아서 또 한바탕 웃음을 나누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판 조류에 몸을 맡긴 채 흘러내려왔던 느낌은 너무 좋았다. 사실 이것이 전부였다. 사진도 거의 없고, 동영상 역시 제대로 찍을 시간이 없었다. 왜 펠렐리우가 조류다이빙 포인트라고 말하는지를 체험했다.

두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펠렐리우 섬에 내려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펠렐리우 섬 중간으로 쭈욱 이어져 있는 바다로 들어서니 마치 작고 잔잔한 강이 이어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맞은 편에는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었다. 이곳에 잠시라도 머물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펠렐리우는 생각보다 큰 섬으로 많은 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대부분 어른들은 이 곳에서 살아가지만 자녀들은 학업을 위해 코로르로 나간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한동안 휴식을 취한 뒤 오늘의 마지막 다이빙을 준비했다. 다시 Cut으로 갈 것인지 Express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선장은 자꾸 화이트비치로 가자고 난리를 쳤는데, 알고 보니 본인이 좀 쉬고 싶어서 계속 농담조로 말을 던졌다. 한동안 점심을 먹고 씨월드다이브센터의 가이드인 제이윈과 프랭키 그리고 선장과 한참을 이야기를 나눴다. 제이윈과 프랭키는 어느새 알고 지낸 지 오래되다 보니 편안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인연은 그렇게 이어진다. 

세번째 다이빙 포인트는 일단 조류의 상태를 파악해야 했다. 김영숙 강사가 펠렐리우 컷으로 먼저 가서 조류를 확인하더니 아무래도 펠렐리우 익스프레스로 가야겠다고 의견을 알려왔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해 조류를 체크하고 나서는 OK 사인이 떨어졌다. 

팔레리우는 거센 조류의 영역이다. 조류로 인해 공기방울들이 옆으로 흩어져 나간다. 바닥에 바짝 붙어 바위 등을 잡아야 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팔레리우는 거센 조류의 영역이다. 조류로 인해 공기방울들이 옆으로 흩어져 나간다. 바닥에 바짝 붙어 바위 등을 잡아야 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펠렐리우 익스프레스(Peleliu Express), 조류 다이빙 즐거움 한껏 경험

오늘의 마지막 다이빙은 펠렐리우 익스프레스(Peleliu Express). 제대로 조류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포인트다. 브링핑이 이어졌다. 최종 목적지는 마찬가지로 펠렐리우 코너(Peleliu Corner)다. 익스프레스에서 시작해 펠렐리우 코너로 나아가는 것으로, 코너를 중간에 두고 펠렐리우 익스프레스(Peleliu Express)와 펠렐리우 컷(Peleliu Cut)이 좌우에 위치한다. 결국 양 포인트 모두 펠렐리우 코너(Peleliu Corner)에서 만나는 코스. 

푸른 바다 속으로 다시 몸을 던졌다. 태평양의 푸름이 시야에 가득 담겨 왔다. 18m 지점까지 쭈욱 내려가니 Redtooth trigger fish 무리들이 거세게 몸을 던져왔다. 꼬리 지느러미가 초생달 모양이어서 모양이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어종이다. 곳곳에 검은 Redtooth trigger fish의 무리들이 이 곳의 주인을 자기라고 주장하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센 조류에 바닥을 집고 있는 가이드. 그 앞으로 상어와 거북이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거센 조류에 바닥을 집고 있는 가이드. 그 앞으로 상어와 거북이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그러던 잠시, 이 곳의 주인은 사실 상어였다. Whitetip Reef Shark와 Gray reef Shark의 무리들이 30여 미터 지점에 가득 무리를 이루고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상어의 터전이었다. 

월 쪽으로 올라서니 드디어 조류의 거센 부딪힘이 느껴졌다. 약 15~16m 지점이다. 김영숙 강사가 조류걸이를 걸라는 신호를 주었다. 조류걸이를 걸고 거센 조류를 맞으며 익스프레스 포인트의 생동감을 만끽했다. 거북이가 거센 조류를 무시라도 하듯 유유히 뚫고 사라졌다. 상어들은 여전히 깊은 수심에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녔다. Redtooth trigger fish들도 그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동안 조류걸이에 의존해 경치를 만끽하며 동영상을 찍었다. 우리가 내뱉은 공기방울은 거센 조류에 밀려 위가 아닌 우리 밑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조류걸이를 걸고 거센 조류를 이기며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조류걸이를 걸고 거센 조류를 이기며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다시 조류걸이를 풀고 이동했다. 이제는 그야말로 조류에 몸을 맡길 차례다. 조류걸이를 제거하자마자 몸이 휘청 아래로 쏠렸다. 바닥에 몸을 비교적 가까이 위치시키고, 조류에 몸을 기댔다. 쭈욱 조류를 따라 내려갔다. 포인트의 이름처럼 고속도로 위를 미끈히 빠져나가는 고급 스포츠카의 질주를 느끼듯 부드럽게 조류를 따라 밀려갔다. 두 손이라도 쭈욱 위로 폈다면 마치 슈퍼맨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았다. 

조류는 거셌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다이빙이 가능해지자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아 카메라 안에 들어오는 우리의 모습은 그야말로 바람에 날아가는, 아니 하늘 위를 날아가는 마치 히어로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만큼 감동적이었다. 다이버 모두가 비슷한 감동을 느꼈는지 그들의 몸도 부드러웠고, 곳곳을 담아두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리고 한참 월 위에서 조류 다이빙을 즐기며, 쉬었다 나아가기를 반복했다. 조류 다이빙은 눈에 무엇인가를 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바다의 흐름을 받아 안는 것이었다. 왜 그래서 사람들이 조류 다이빙의 즐거움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이야기했는지 이제서야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조류가 강한 지역에서는 으레 조류를 타면서도 최대한 바닥에 밀착해 속도를 많이 줄이거나 월 사이로 피하기가 일쑤였는데, 이번 조류 다이빙을 통해 확실히 조류에 몸을 맡겼을 때의 황홀감 그리고 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드리프트 다이빙(Drift diving)이라고 불리우는 조류다이빙은 조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몸을 맡긴 채 쭈욱 흘러가는 다이빙이다. 가급적 바닥에 바짝 붙어 조류에 몸을 맡겨야 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드리프트 다이빙(Drift diving)이라고 불리우는 조류다이빙은 조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몸을 맡긴 채 쭈욱 흘러가는 다이빙이다. 가급적 바닥에 바짝 붙어 조류에 몸을 맡겨야 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즐거운 다이빙도 어느새 끝자락을 향해 갔다. 다시 청아한 바다 한 가운데로 나아가 출수를 준비해야 했다. 월 지대를 지나 푸른 바다의 가운데로 다시 들어갔다. 김영숙 강사가 3분 정지 출수 신호를 보냈고, 우리는 서서히 상상을 시도했다.

그런데 아뿔사!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핀을 차는데도 빛이 아스라이 멀어지며 푸르른 색이 강렬해 졌다. 심지어 영숙 강사가 자꾸 멀어지고 있었다. 다이브컴을 보니, 수심이 무려 35m가 넘었다. 문득 머리를 친 생각 '하강조류를 만났구나'. 주변에 다른 다이버들 역시 나와 비슷한 수심을 유지하고 있어 서로에게 신호를 주기 시작했다. 하강조류를 탔다고. 출수를 앞두고 있어 다이브컴을 계속 확인하던 차였기에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으며 한없이 하강조류에 휩쓸려 깊은 수심으로 빨려들뻔 했다. 이 곳이 두번 째 다이빙 전 브리핑 때 영숙 강사가 이야기 했던 '하강조류'를 만날 수 있는 지점이었던 것이었다.

거세게 핀을 차고, BC에 공기를 넣고 올라서기 시작했다. 서서히 수심을 회복하고, 5m 지점에 도착해 안전정지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알아챈 덕분에 하강조류의 아찔함도 경험할 수 있었으니 만족에 더 만족스러운 다이빙이었다.

출시 당시 하강조류에 휩쓸렸다. 순식간에 7m에서 35m까지 떨어졌다. 인지 후 최선을 다해 빠져나왔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출시 당시 하강조류에 휩쓸렸다. 순식간에 7m에서 35m까지 떨어졌다. 인지 후 최선을 다해 빠져나왔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그리고 출수했다. 머리와 가슴이 벅찬 감동으로 쿵쾅쿵쾅 거리고 있었다. 배에 올라서도 감동은 쉽게 사그라 들지 않았다. 벅찼다.

펠렐리우의 3월은 씨브림(Sea Bream) 산란기이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펠렐리우의 3월은 씨브림(Sea Bream) 산란기이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펠렐리우 익스프레스 포인트의 3월은 씨브림(Sea Bream)의 산란기다. 3월의 팔라우는 곳곳에 산란기를 맞이하는 어류들로 가득하다. 한 곳에 가득 모여 있는 그들의 모습은 먼발치에서 보기만 해도 압도적인 감동으로 다가 온다. 저렇게 많은 같은 어류가 산란을 위해 모여 있는 모습. 종족보존이라는 것이 자연계에서 얼마나 위대한 일이며,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씨브림이 거대한 무리로 뭉쳐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씨브림이 거대한 무리로 뭉쳐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조류가 워낙 강해 몸을 지탱하는 것조차 힘들어 오랜 시간 한 곳에 머물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포인트지만, 조류걸이를 걸어 조류를 온몸으로 맞딱뜨리며 월 아래로 상어의 무리들이 유유자적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포인트이다. 조류를 타고 마치 후룸라이드 같은 놀이기구를 타듯 떠밀려 내려가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자이언트 트레발리의 거대무리를 출수 직전에 만났다. 그들 무리 안에서 즐기는 다이빙은 황홀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자이언트 트레발리의 거대무리를 출수 직전에 만났다. 그들 무리 안에서 즐기는 다이빙은 황홀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그리고, 출수 직전 망망대해에서 거대한 자이언트 트레발리(Giant Trevally)의 무리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포인트의 압도적인 즐거움 중의 하나다. 실제로 출수 전 거대한 자이언트 트레발리의 무리를 만나 그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유영했을 때의 감동은 평생 잊히지 않을 강렬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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