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2.28 17:30

정부 "의료계 대표 모아 대화하자"…의협 "우리가 유일한 법정단체" 반박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업무를 중단한 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업무를 중단한 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으로 정한 2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일부 전공의가 복귀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 만에 강대강 대치 국면을 풀고 극적인 타협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6일 "29일까지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일체 묻지 않겠다"며 전공의의 복귀를 촉구했다.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안내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연일 강경 대치 중이다. 특히 정부는 전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 등을 적용한 것으로,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정부가 의사들을 고발한 건 이번이 최초다. 또 복지부는 이날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등의 자택을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전달했다.

이에 대해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정부의 무리한 고발과 겁박을 지켜보며, 많은 국민들과 의사들은 황당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정부가 명령만 내리면 그것이 곧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처벌을 통한 겁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다"며 "의사에게 수갑을 채우고 폭력을 사용해 강제로 일터에 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현재 시스템에서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를 돌보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만약 3월 1일 이후부터 전공의에 대한 고발을 비롯한 처벌을 본격화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병원에서 전공의는 찾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전문의가 배출되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며 "후배들의 부당한 피해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현재의 봉직의, 개원의, 교수 등 모든 선배 의사들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모두 접으면서 의업을 포기하고, 그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28일 오후 충청남도 천안의료원을 찾아 응급실 및 중환자실 등 의료진들의 연장근무에 따른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비상진료체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행정안전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28일 오후 충청남도 천안의료원을 찾아 응급실 및 중환자실 등 의료진들의 연장근무에 따른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비상진료체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종교단체에서도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7대 종교단체 대표들이 모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정부와 의료계는 조금도 양보없이 위협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에 나서고, 불가피한 갈등과 타협을 이유로 환자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게 하거나 볼모로 잡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의대 정원 확대는 역대 정부마다 논의한 것으로, 의료계 집단반발로 미뤄져 왔을 뿐 언젠가는 시행해야 할 국가적 중대 사안"이라며 "정부와 의료계는 조속히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파국만은 막아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 생명과 건강 보호는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고 자유의 전제조건이며,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은 이러한 국가의 헌법적 책무 이행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고 말했다.

반면 전국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수용 가능한 증원 규모에 대해 '350명'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정원 규모(351명) 수준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거절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3일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의과대학 40개교의 부총장, 의과대학 학장 등 의학교육 총괄 관계자와의 영상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3일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의과대학 40개교의 부총장, 의과대학 학장 등 의학교육 총괄 관계자와의 영상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교육부)

현재 교육부는 증원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22일자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 신청 안내 공문을 시행했고, 대학의 정원 증원신청을 내달 4일까지 받아 추후 대학별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KAMC가 신청기한 연기를 요청했지만 교육부는 예정대로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의대를 보유한 40개 대학 총장과의 간담회에서 적극적인 정원 증원신청을 독려했다.

다만 정부는 의료계가 대화에 나설 경우 '증원 규모'도 논의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대표성있는 구성원을 제안해 정부와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하면서도 의협에 대해서는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의협은 "의협은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로, 비대위는 모든 직역에서 배출된 대의원들의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라며 "정부가 의협의 권위를 떨어뜨려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의협은 내달 3일 총궐기를 예고한 상황이다. 29일에도 전공의 복귀 등 타협에 실패한다면 의료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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