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3.12 17:51

14일 예정 3차 조정회의 결과…파업 여부 가늠자 될 듯

삼성전자 노조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지난 2022년 삼성전자 노조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4일 개최되는 3차 조정회의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첫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삼노에는 이번에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직원들이 과반수 차지하고 있어 이들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직원들은 매년 연봉의 40~50%를 초과이익성과급(PS‧현 OPI)으로 지급받아 왔는데, 올해 지급이 처음 0%로 결정되면서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12일 삼성전자 노사에 따르면 사측과 전삼노는 7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임금 인상을 놓고 2차 조정회의를 개최했지만, 양측이 희망하는 연봉과 복지 수준에 큰 차이만 확인한 채 협상이 결렬됐다.

경영진이 먼저 3차 조정회의를 진행하면 최종안을 가져오겠다고 제안했고, 조정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여 3차 조정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통상 조정회의는 2차에서 합의나 조정 중지로 결론이 나왔으나, 삼성전자는 일주일 뒤 3차 조정회의까지 개최하게 됐다. 

2차 조정회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이뤄졌다. 회사 측에서는 신인철 대표 교섭위원 등 4명이 참석했고 노조 측에서는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 허창수·이현국 부위원장 등 3명이 참여했다. 

◆같은 '반도체 불황'인데…SK하이닉스와 상대적 '차이' 

전삼노는 올해 임금인상률 8.1%를 제시했으나, 사측은 당초 2.5%의 인상률을 내놓았다. 1차 및 2차 조정회의를 진행하면서 사측이 2.5%에서 2.8%로 인상률을 0.3%포인트 높였지만, 전삼노의 인상안과는 5.3%포인트 차이가 있다.

전삼노는 2.8% 인상률은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친다며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삼노는 격려금, 이익배분제 변경, 주거 안정비, 재충전 휴가, 유급 휴일 신설 등을 중앙노동위원회에 요구사항으로 제출했다.

특히 극심한 '반도체 불황' 속에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임금이 삼성전자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제기된 것도 합의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양사의 재직자당 연 급여 총액은 2021년만 해도 삼성전자가 3000만원 이상 많았지만, 2022년에는 격차가 100만원대로 좁혀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분의 임금협상 결과와 성과급, 영업실적까지를 고려하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총급여액에서 근소하게 앞설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임금인상률은 삼성전자를 앞질렀고 연말에도 자사주를 포함해 보너스를 지급한 상황이어서 임금 역전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2023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의결한 데 이어, 12월에 임금 인상 소급분 4.5%를 지급했다. 반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임금 교섭을 매듭지지 못한 상태에서 2년치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성과급에서도 양사는 큰 차이를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7000억원의 영업적자에도 위로금 차원에서 직원당 자사주 15주와 2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 첫 파업 가능성 거론6명 중 1명 '전삼노'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사가 3차 조정회의에서 임금 인상에 합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삼노는 지난해에도 임금 인상을 놓고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파업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을 중심으로 노조 가입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지난해 9000명 수준이었지만, 성과급 예상 지급률이 공지된 연말에 1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 2만명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은 약 12만명으로, 6명 중 1명이 노조원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적자에도 보너스를 지급한 만큼, 0% 성과급인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이 파업에 적극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절반에 못 미치는 노조원들은 DX 사업부 소속인데 이들은 괜찮은 성과급을 받는 만큼, 파업에 찬성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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