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4.03.13 09:09

투자자 적합성 원칙 위반 가점 요인
개별 배상비율 책정 통해 손실 최소

4대 은행 ATM기기. (사진=이한익 기자)
4대 은행 ATM기기.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금융감독원의 홍콩 ELS에 대한 분쟁조정기준이 나오자 시중은행이 바빠졌다. 위법 사안에 따라 배상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세부 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은행의 홍콩 ELS투자 손실에 따른 배상해야 할 비율이 30~40% 범위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는 근거로 최소 20~30%의 기본 배상비율을 적용하고 추가로 내부통제부실 명목인 10%를 가산한 추정치다.

여기에 고객 가입 목적, 연령, 은행 자료 유지 및 관리 미흡 등에 따라 최대 45%의 가산 항목과 투자경험, 매입 및 수익 규모, 금융상품 이해 능력 등에 따른 45% 차감 항목을 적용할 경우 최대 40%까지 배상 비율은 올라갈 수 있다.

이에 배상비율을 30%로 적용할 경우 국민은행은 약 7000억~8000억원 규모의 배상이 예상된다. 이어 신한, 하나은행은 약 1000억~2000억원 규모의 부담이 발생할 전망이다.

다만 일부 은행의 경우 투자자 성향 분석에서 항목을 누락하거나 점수를 배정하지 않는 등 부실이 발견되면 배상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평균 배상비율이 40%일 경우 시중은행이 물어야 할 배상 규모는 상반기 약 2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각 은행은 투자자를 항목별로 나눈 후 개별 배상비율을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최대한 배상비율을 낮춰야 실적 하락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이 배상에 들어가는 비용만큼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줄여 실적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ELS 관련 배상이 지급될 경우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유사하게 영업외비용 등을 통해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빠른 배상 진행을 유도하기 위해 당근도 제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면서 "각 판매사는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을 실시할 수 있다"며 "판매사의 고객피해 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은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과징금 등 제재 수준 결정 시 참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홍콩 ELS 사태로 은행권의 수수료 수익은 축소될 전망이다. 배상에 따른 실적 하락보다 영업 위축이 더 걱정거리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이 ELS 판매로 얻은 누적 수수료 수익은 전체 비이자이익의 약 5% 수준이다.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ELS까지 판매 중지된다면 자산관리 관련 손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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