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1.19 12:31
백인‧군인‧억만장자가 장악한 '트럼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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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김동우기자] ‘아웃사이더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공직이나 군 경력이 없는 정치적 아웃사이더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그가 ‘트럼프 1기’로 구성한 첫 번째 내각 역시 자신 못지않게 파격적인 인사가 많다.
‘트럼프 1기’는 백인‧군인‧억만장자로 압축된다. 장관 지명자 12명 중 10명이 백인으로 채워졌으며 기존 정치 주도세력이었던 워싱턴 정가와는 동떨어진 인물들이 대거 발탁됐다. 반오바마 인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여성은 2명이 포함됐다. 트럼프는 ‘보통 미국인’의 대변자를 자처했지만 총 재산규모가 14조원이 넘는 ‘가질리어네어(gazillionaire) 내각’이 꾸려진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국방장관, 국토안보장관 등 안보라인을 강경 퇴역 장성들이 장악했으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재무·상무장과 경제라인도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월스트리트의 기업가들로 채워졌다. 외교수장인 국무장관에도 외교관이나 정치인 출신이 아닌 경영과 협상에 능한 기업인을 중용함으로써 외교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트럼프 1기의 최대 파격인사는 친러시아 성향 석유재벌 렉스 틸러슨의 국무장관 발탁이 꼽힌다. 트럼프는 글로벌 석유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는 손꼽히는 친러시아 인사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과 17년 지기로 러시아 정부의 훈장도 받은 바 있다. ‘연러타중(連露打中)’ 정책으로 러시아를 끌어들여 미국의 패권에 도전해온 중국을 압박해 국제질서의 새판을 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내정도 논란이 됐다. 그는 ‘매드 독(Mad dog)’이라는 별명을 지닌 초강경파 인사다. 미국은 문민통제 원칙에 따라 현역 군인은 퇴역한지 10년 이후에야 국방장관이 될 수 있는데 트럼프는 특별법까지 만들어서 이 원칙을 깨고 전역한지 3년밖에 안된 그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는 힘에 바탕한 외교·안보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북한과 중국을 향한 경고음 또한 트럼프 못지않게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적이며 중대 위협이라는 인식하에 역내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반드시 책임을 물리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존 켈리를 내정했다. 그 역시 해병대 대장 출신으로 남부통합전투사령관을 지냈다. 육군 중장 출신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까지 합치면 안보라인이 전부 군 장성 출신으로 가득차게 됐다. 또 이들은 대외 군사정책에서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어 오바마 행정부와 마찰을 빚은 전력이 있는 인물들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매우 호전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산업 분야의 수장인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에도 월스트리트 출신 억만장자들이 포진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골드만삭스 출신이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도 로스차일드 대표를 지냈다. 게리 콘 NEC위원장 내정자도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이며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내정된 스티브 배넌도 골드만삭스의 인수합병 전문가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가 대선 유세동안 계속해서 비판했던 월가 출신이라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결국 월가를 규제하겠다던 트럼프의 대선 공약은 공염불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규제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의 본격화가 예고됐다는 평가다.
사법 당국을 책임질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는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강경보수파로 꼽힌다. 검사 출신으로 앨라배마 주 법무장관을 거쳐 상원의원이 된 그는 17년간 군사위에서 활동했다. ‘이민정책 반대’ 입장을 여러 번 밝힌 바 있으며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노동부 장관에 패스트푸드 기업 ‘CKE 레스토랑’의 최고경영자 앤드루 퍼즈더가 지명했다. 퍼즈더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인 양대 노동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과 초과근무수당 적용대상 확대에 반대하고 있어, 노동자 권익 증대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유력 지지자였던 백인 노동자를 뒤통수치는 행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NYT 등의 주요외신은 트럼프 정부의 내각 구성에 차질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정치적 기반이 빈약한 트럼프가 내각구성에 대하여 충분한 인재를 찾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실시된 여론조사연구 기관 퓨리서치의 조사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부처 장관 인선과 고위 공직자 임명을 지지한다는 답변은 절반을 밑도는 40%에 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