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2.18 15:35

완성차 강자들 연합군 구성, 한국도 자동차-IT융합 시대 열어야

#연못 안에 물고기가 한가로이 자맥질을 하고 있다. 작은 올챙이 한 마리가 어디선가 들어왔다. 물고기는 무관심했다. 연못은 물고기만의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물고기는 평화로왔다. 물길질은 계속됐다. 세월이 흘렀다. 올챙이는 황소개구리가 됐다. 배고픈 황소개구리에게 물고기는 맛있는 먹잇감이었다.(물고기는 2016년 자동차업체다. 올챙이는 2016년 IT업체다. 황소개구리는 2020년이후 IT업체다. 먹잇감은 2020년이후 자동차 업체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KIAPI)는 ‘자동차-IT융합시대 한국의 선택: Open Innovation'이라는 주제로 한국 자동차·IT업체간의 협업체계 가동의 필요성과 비즈니스 모델 제시를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산업계 학계 인사들은 독일을 주축으로 한 유럽 업계를 예로 들면서 한국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자료제공=서울대 스마트시스템 연구소>

세계 완성차업체들이 준비하는 미래자동차 산업은 기존 자동차의 첨단 기능이 추가되던 수준을 뛰어넘었다.

자동차가 정보통신(IT)기술과 결합, IT제품으로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소음없는 엔진 연구개발 시대가 저물고 있다. 배터리만으로 움직이는 무공해 자동차가 시판되고 있는데다, 이르면 앞으로 5년안에 무인차(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질주한다.

엔진은 2차 리튬 배터리가 대체하고, 자율주행차는 첨단 IT기술이 핵심부품으로 자리잡게된다.

자동차는 더 이상 내연기관(엔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열린다.

그동안 내연기관 성능에 따라 자동차 품질은 결정됐다. 완성차 업체 순위역시 품질 좋은 내연기관을 생산하는 업체 순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젠 IT기술이 접목되지 않을 경우 세계 제1의 자동차 생산업체의 지위는 보장 할 수 없는 세상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IT 협업 우등생 ‘독일’

세계 완성차 생산 강대국들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열기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IT업체들과 자동차 생산업체들간 사업별로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 스마트카가 대표적이다.

독일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BMW, 폭스바겐, 다임러그룹이 손을 잡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자율주행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클라우드기반 위치추적 지도 서비스를 위해 유럽연합군이 형성됐다. 아우디, BMW, 다임러는 핀란드 노키아가 만든 위치추적 디지털 지도 제작업체 히어(HERE)사를 인수했다.

특히 독일은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 독일을 주축으로 유럽지역 360개 자동차회사와 IT업체가 차여하는 세계적인 개방형 자동차 소프트웨어 표준 플랫폼을 만들었다. 미래 자동차산업은 협업없이 생존할 수 없다는 데 참여업체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 車산업, 이대로는 미래 없다

국내 IT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IT기술의 발전은 몇몇 대기업에 집중된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실리콘밸리가 없다. 핵심기술을 개발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자료제공=서울대 스마트시스템 연구소>

미국의 경우, 구글과 애플의 인력을 대체할 미래자동차 핵심 기술 개발 인력 수급은 여유가 있다.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원 스마트시스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소프트웨어 인력은 255만2000명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25만3000명 정도다. 한국의 인력은 이미 IT연구개발 분야에 소속돼 있다. 홍성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한국에 고급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세계적으로 미래 자동차에 대한 기술경쟁이 촉각을 다투는데 현대차나 현대모비스가 필요로 하는 인력이 대기 중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국내 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유럽에 비해 약 7년정도 기술력이 앞서 있다는 평가자료가 있다”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선 자동차-IT업체간 협업말고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삼성이 손 잡는다면...

지난 2000년 일본의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손을 잡고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세계 1위 전기차 프리우스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유럽은 360개업체들이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한 연합군을 형성하고 실리콘밸리를 앞세운 미국과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자동차업체가 IT‧전장부품 업체를 하나의 자동차 부품업체나 하청업체정도로 생각해선 안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경우 구글이나 애플 등 IT업체가 오히려 기존의 완성차 업체 GM이나 포드를 외면하고 있다”며 “실리콘밸리 기술이 자동차에 접목되긴 하겠으나 완전한 협업시스템 구축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미래 자동차 협업 시스템 구축의 우등생인 독일을 위시한 유럽의 약점은 IT기술이 한국과 미국에 비해 뒤쳐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자동차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에게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

홍 교수는 “정부가 중매를 서고 자동차기업과 IT기업이 손을 잡는 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며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경우 미래자동차 산업에선 가장 좋은 상생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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