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2.22 15:56

한국 경제만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넛 크래킹’ 상황이 아니다.

한국의 대표적 상품으로 자리 잡은 자동차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역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불리는 미래자동차 시장에서 미국과 독일 일본 사이에서 자리를 못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들은 협업을 통해(유럽) 혹은 풍부한 IT인력을 동원해(미국) 앞서가고 있다. 현대차의 현 주소는 그들보다 뒤쳐져 있는 게 현실이다. 앞 설 수 있는 방법. 산업간 융합, 협업에 해법이 있다.

미래차 산업, 유럽이 현대차를 두려워 한다?
독일, 일본 국적의 세계적인 완성차업체들이 현대‧기아차를 두려워하고 있다. 내연기관 완성차 시장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는 그들이 갖고 있지않은 미래차개발을 위한 세계 1위의 든든한 후방산업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자‧반도체‧IT‧배터리 산업은 세계 1위내지 5위권안에 포함돼 있다.

미래차산업에서 자동차부문 전통적 1위국가인 독일을 앞 설 여건이 마련돼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럽의 IT기술이 한국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 스마트시스템 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의 기술은 한국에 7년정도 뒤쳐져 있다.

미래차 산업, 美‧日‧獨과 해볼만하다

미국은 구조적으로 실리콘밸리가 미래차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테슬라모터스, 구글, 애플 등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선도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의 10배에 달하는 IT고급인력(약 250만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GM‧포드와 협업체계를 맺겠지만 IT업체가 주도하는 미래차산업은 기존의 자동차업체가 주도하고 참여하는 산업모델에 비해 뒤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한국은 자동차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으로 미래차산업을 통해 유럽과 미국을 앞지를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현대차와 삼성, SK, LG가 협업한다면...
또 다른 자동차 강국인 일본은 파나소닉과 도요타가 합작해 자국내 업종간 성공적인 협업모델을 제시한바 있다. 이 두 회사는 배터리 회사 ‘PEVE'를 설립,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발했고 전기차 부문에서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제2차 리튬배터리 개발 기술은 이미 한국의 삼성SDI, LG전자, SK이노베이션과 격차가 없다.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현대차가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LG화학,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과 손을 잡는다면...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독일과 일본을 추월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미래차 개발위한 협업... 시간이 많지 않다

현실 평가는 냉정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 독일 일본보다 2~3년정도 뒤쳐져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가장 중요한 부속품인 디지털지도 클라우드 맵 빅데이터 시스템은 개발 조차 안돼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군사용도로까지 쓰일 수 있는 첨단 구글맵을 보유하고 있고, 독일은 350여개 유럽 자동차‧부품 기업과 협업체계를 구성, 클라우드 맵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완성차 업계에선 자율주행차 개발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1~4단계로 구분한다. 4단계를 완전자율주행차, 즉 운전자가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안전하고 일반도로와 고속도로 구분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용화 단계로 구분한다.
현재 독일과 미국의 자율주행차 개발은 3단계 후반부 정도인반면 한국은 2단계 후반내지 3단계 초반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아직까지 완성단계인 4단계에 진입한 업체는 하나도 없으며 4단계 진입을 미국과 독일 업체들은 2020년 정도를 목표로 삼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이 자동차‧IT업체가 협업시스템을 본격 가동한다면 2020년이후 유럽과 미국 일본의 미래차 업체들을 쫓아 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 늦기전에 답을 구해야할 시점이다.

미래차 산업 협업 우등생 ‘독일’
홍성수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자동차 융합 Aliance(얼라이언스‧동맹) 발전 전략포럼에 강사로 참석해 “독일의 협업 사례를 보면서 한국의 협업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우리가 미래차 개발을 위해 왜 그토록 업종 간 협업의 필요성에 대해 알지 못했는지, 왜 이제야 정부가 나섰는지 고민하면서 미래를 향해 차선의 방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국내 자동차‧전자‧IT업체 등 미래차 개발업체들을 한 자리에 모아 ‘자동차 융합 얼라이언스’를 발족했다.

얼라이언스에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LG전자, KT, 한화첨단소재, 오비고, 네이버 등 자동차는 물론 IT,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총 망라돼 있다. 그러나 이런 행사가 논의에만 그쳐서는 안되고 보다 실질적인 결과물을 마련해야 하나는 지적도 있다.

홍 교수는 “독일의 미래차관련 컨퍼런스 참석 경험을 통해 유럽의 큰 비전을 확인했다”며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회사는 물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일관된 비전을 갖고 같은 방향의 목표를 갖고 토의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자율주행차가 꿈이고 현실인 시대가 됐다. 독일은 그에 맞춰 이미 2013년 프랑크프루트 모터쇼와 2014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일관되게 무인자동차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활동을 이어왔다”며 “독일은 나라 전체가 미래자동차와 관련, ▲협업 ▲공생 ▲명확한 비전이라는 목표가 설정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