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7.26 17:53
조내벽 전 라이프그룹 회장. (사진=황해도 연백군 중안군민회 공식블로그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1978년 서울 여의도 미성아파트를 시작으로 1980년대 서울 강남과 목동, 인천 등지에서 대단지 아파트를 잇달아 지은 라이프그룹 창업주 조내벽(趙乃璧)씨가 23일 오후 9시40분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26일 전했다. 향년 만 85세.

1935년(호적상 1937년)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나 경기고, 고려대를 나온 고인은 1962년에 세운 의류 유통업체 한선기업을 1969년 라이프전파사로 바꾸며 '라이프'라는 사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75년 라이프주택개발을 설립하면서부터 사세를 키웠다. 중동 건설과 강남 개발 붐을 타고 사업을 불려 나갔고 1977년 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했다.

라이프주택개발은  1970~1980년대 대단지 아파트 건설의 주역이었다. 1978년 여의도 미성아파트를 시작으로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미성아파트, 크로바맨션, 장미 1·2·3차 아파트, 압구정 1·2차 미성아파트 등을 지었고, 목동 신시가지 개발에도 참여했다. 주로 '미성', '진주', '라이프' 같은 이름을 붙였다. 튼튼하게 지어서 층간 소음 등 불편이 적다는 평을 들었다. 

이밖에도 라이프종합상사, 라이프유통, 한성공영, 미주상호신용금고, 라이프제화, 경주조선호텔, 동방해상, 대한증권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83년 그룹 매출은 3500억원에 달했다.

1980년대 초반 제2차 오일쇼크 여파로 중동 붐이 꺼져 해외건설업 경기가 악화하자 부실화됐고 1987년에 산업합리화 업체로 지정됐다. 1993년 노조측이 조 회장의 동생 조정민 부회장의 노태우 정부 시절 정치자금 제공 등 비리를 폭로한 것을 계기로 같은해 8월18일 조 회장이 물러났다. 서울신탁은행이 관리를 맡으면서 해체 수순을 밟았고, 주축 기업인 라이프주택개발은 1997년 폐업했다. 다른 기업도 폐업하거나 매각됐다.

조 회장은 기업 경영 외에도 1980∼1995년 대한펜싱협회장, 1993년 대한체육회 부회장, 1994∼1999년 황해도민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김석영 씨와 아들 조명희(래딕스플러스 사장)·조시진 씨, 딸 조은수·조수연 씨, 며느리 이혜진·송진영 씨, 사위 김배용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27일 오전 8시다. 장지는 동화경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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