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2.11 09: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옥석 가리기 통해 일시적 유동성 위기 사업장만 보증해야"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건설 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가 레고랜드 발 단기 자금조달 경색 상황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태가 일어났다면, 올해는 역대급 미분양으로 PF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 정책 카드를 황급히 꺼냈지만,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분양 공포는 건설사들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특히 지방 미분양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아파트 분양 시장의 마비는 건설사의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이는 국가 경제의 악재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뉴스웍스는 부동산학자로 40년 넘게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를 만나 미분양 위기의 해법에 대해 물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미분양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건설업계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나?
"재무구조가 양호한 건설사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수익을 모색하는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 리스크가 높은 사업장은 뼈를 깎는 노력(할인 분양)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거나, 그것도 힘들다면 청산·파산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미분양아파트는 사업주가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이 뛰어나거나 사업성이 있는 단지들을 선별해야 하는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 특히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사업장은 정부 보증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서 취득세 감면과 양도 소득세 감면 등의 제도를 통해 분양 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있지만,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세제 개편을 통해 무주택자 등의 수요자들에게 주거를 공급하는 복지정책을 펼치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할인 분양을 하는 아파트들에 세제 혜택을 주는 조치를 하면서 저소득층, 무주택자, 1가구 1주택자 등에게 주택을 마련하게 도와 주거복지까지 함께 해결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공공임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고금리 등 대외적인 변수가 해결돼 부동산 가격 상승의 기대 없이 현재 발생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국가 경제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대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국가가 보증을 잘못한다면 국민 혈세로 메꿔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부실화 가능성이 큰 사업장에는 절대로 보증을 서주면 안 된다. 사업은 사업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매입임대 사업을 할 때 미분양 아파트를 무조건 매입할 것이 아니라 입지 분석을 철저히 해 임대수요가 있는 곳을 선정해야 한다. 또한 반드시 영구임대주택 사업으로 시행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과 연계해 주거복지를 실천해야 한다. 단, 고분양가로 매입하면 안 된다. 반드시 할인 매입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적자금을 아낄 필요가 있다."
-일부 지자체가 미분양 사태로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보류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파트 등 주택공급의 허가권은 행정 재량 행위이기 때문에 허가 제한은 법리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사업주들의 입장에서 보면 허가받지 못하면 도산할 수 있다는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보류보다는 경쟁력 있는 사업장을 가리는 선별적인 보류로 가야 한다."
-향후 주택 시장에 대해 전망해달라.
"고금리 행진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즉 시장 정상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연준에서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고금리 기조는 이어지기 때문이다. 긴 관점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부동산시장이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 시장이 어려울 땐 선제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대외적인 변수로 시장이 어려워졌지만, 그대로 방치한다면 건설업계가 무너지고 이는 곧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선도적인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 만약에 시장이 정상화된다면, 그때 적절한 규제책을 통해서 시장을 조절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