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5.16 17:25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에 화두가 되고 있다. 꽤 오래 전부터 합병 추진에 나섰지만, 상당부분 진척됐다는 긍정론과 걸림돌이 많아 성사가 어렵다는 비관론이 교차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양사의 합병은 지난해 12월 모회사인 CJ ENM과 SK스퀘어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다시 한번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해당 MOU는 양사 간의 전략적 제휴를 포함한 것이어서, 합병 대신 사업 협력이라는 '용두사미'로 매듭이 지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양사의 사업은 합병 말고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티빙은 1420억원, 웨이브는 8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웨이브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국내 OTT 기업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콘텐츠 개발을 위해 넷플릭스에 버금가는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원금 회수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출혈경쟁'으로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추진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선두 업체인 넷플릭스와 규모의 경쟁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양 사가 합병하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때 더 많은 자본으로 더 퀄리티 높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고, 새 작품 출시에 따른 홍보 효과도 더욱 커지게 된다. 

특히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마지막 주 기준 티빙 및 웨이브를 합한 주간 총이용 시간은 2400만 시간으로, 총 1900만 시간을 기록한 넷플릭스를 앞질렀다. 지난 3월 말 기준 넷플릭스 주간 사용자 수는 685만명으로 집계됐는데, 티빙 435만명, 웨이브 252만명을 기록해 양사의 주간 사용자를 합하면 687만명으로 넷플릭스를 넘어선다.

단순 산술 계산이지만, 티빙이 KBO 중계권을 획득하면서 빠르게 이용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합병 법인은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양 사가 합병에 이르는 길에는 넘어야 할 산도 높다.

우선 CJ ENM의 추가 투자 부담이다. 합병법인 출범 시 티빙이 웨이브보다 몸집이 더 크기 때문에, 최대 주주는 CJ ENM이, 2대 주주는 SK스퀘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CJ ENM은 지주사의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율 요건을 맞추기 위해 합병법인의 지분율 4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합병법인에 대한 CJ ENM 지분은 20%대로 추정돼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CJ ENM의 자금 사정은 충분치 않다. 지난해 1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한 상황이다. 

웨이브의 2000억원대 CB(전환사채) 상환 부담도 걸림돌이다. 발행일인 2019년 11월부터 4년 이내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하지 않으면 만기 때 내부수익(IRR)을 9%로 상향해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IPO 미이행 시 CB 일시상환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티빙과 웨이브 합병 시 시장점유율 30%를 넘기게 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것도 난제다. 그러나 정부의 최근 국내 OTT 산업 진흥 기조를 고려해 보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한국이 만들어 세계를 호령하는 'K콘텐츠'가 플랫폼 부재로 그 과실을 해외로 넘기게 된다면, 이는 심각한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합종연횡을 통해 토종 OTT가 거대 해외 플랫폼에 맞서야 한다는 전략은 현시점에서 절실하다.

물론 합병 과정에서 양측의 득실을 치열하게 계산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저울이 꼭 수평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은 과감하고도 뚝심있는 베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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