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5.28 15:45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이솝 우화 중 양치기 소년이 있다.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며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결국 잦은 거짓말에 마을 사람은 소년을 신뢰하지 않아 정작 늑대가 나타났을 때 소년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현재 금감원이 딱 양치기 소년과 같은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은 공매도 재개에서 시작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뉴욕에서 진행된 IR 행사에서 공매도 재개 시점을 6월이라고 말했다. 개인적 욕심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는 상실감이 컸다.
이에 대통령실은 공매도 재개 얘기는 원장의 개인적 희망일 뿐, 전산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공매도가 허용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복현 원장은 27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개인적인 욕심으로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 6월 중 일부 재개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개인적 욕심을 넘어 의지로 비춰진다.
공매도는 개인투자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인식이 강하다. 기관투자자만이 공매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 갑작스럽게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 손실 피해는 개인만 짊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결국 금감원은 투자자에게 정책 혼란을 줬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매도와 같은 상황은 또 있다. 바로 증권사 랩신탁에 대한 제재다.
지난 21일 금감원은 증권사 랩신탁 자전거래에 대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심의 결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복현 원장은 "증권사들이 특정 고객의 랩신탁 계좌 손실을 불법적인 방식으로 보전해줬다"며 강한 의지로 제재를 예고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지 않는 제재란 불만이다. 2022년 레고랜드발 금리급등 및 신용경색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감소했고, 증권사는 고객의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고가 매수운용으로 환매에 나섰다.
금감원은 불법 자전거래란 입장이지만, 현실은 이와 같은 조치로 채권시장이 안정됐다는 게 증권사 항변이다. 제재심에서도 증권사 입장을 반영해 심의가 결국 연기된 것이다.
금감원의 감독 기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의 불법을 차단하고 자정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강압적인 태도는 시장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주식시장 활성화를 내걸며 기업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을 앞둔 만큼 시장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시기는 지금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