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6.07 17:17
반도체 등 어려운 상황에 겹친 악재…이재용 회장, 미국 출장 '분단위 일정' 소화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이 고전하고 있는데 이어 휴대폰 사업에서도 출하량 1위를 내준 상황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1주년을 맞은 7일 연차 파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사업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도 창사이래 첫 파업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을 바탕으로 경영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게 골자다.
앞서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사장단과 임직원을 불러모아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신경영을 선언하고, 양보다 질을 우선하는 글로벌 경영 혁신을 선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 일각에서는 선대 회장이 주창했던 강도 높은 개혁과 혁신 주문이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필요한 정신이라고 보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미래먹거리 발굴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그 선봉에는 이재용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미국 출장 길에 나선 이 회장은 2주 동안 30여건의 미팅을 진행하는 등 '분 단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반도체 사업 고전 속 전삼노, 파업 강행…스마트폰 사업, 돌파구 찾을까
이런 상황에서 전삼노의 연차 파업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에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7일 "사상 첫 연가투쟁에 참여한 조합원 수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반도체(DS) 부문 한 부서가 전체 연가를 내는 등 파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연가 투쟁 후 다른 방식의 파업도 계획하고 있다. 최종 목표인 총파업으로 가기 위해 연가 투쟁은 첫번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번 파업을 강행한 것이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생성형 AI 개발 활기로 도입이 껑충 뛴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는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게 뺏긴 상황이다. SK하이닉스가 HBM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때, 삼성전자는 2017~2018년 HBM 사업부 인력을 축소하면서 이 같은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와 격차를 줄이기는 커녕, TSMC와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트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에서 TSMC는 62%, 삼성전자는 13%를 기록했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1분기 49%P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46%P(포인트)에서 4분기 47%P로 벌어진 데 이어 1분기에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게다가 파운드리 사업에 진입한 인텔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인텔은 2030년 파운드리 2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회사를 고객사로 유치했거나 유치를 추진 중이다.
모바일 사업에서도 삼성전자는 2022년까지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애플에 1위 자리를 뺏기면서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줄곧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1분기 이 자리를 화웨이에 내줬다. 화웨이는 폴더블폰 시장에서 35%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23%의 점유율을 기록해 12%P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는 7월 새로운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폴드6'를 출시해 폴더블폰 1위 자리를 탈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다시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찾아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애플이 9월경 출시할 첫 AI폰인 '아이폰16'에서 획기적인 AI 기능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애플이 어느 정도 선전하는 지에 따라 스마트폰 1위 자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 잭슨 황 엔비디아 CEO 만날까…삼성전자, 새로운 먹거리 부족 '한계'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출장에서 뉴욕에서 실리콘밸리까지 동부와 서부까지 아우르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한다.
그는 지난달 말 출국해 4일(현지시간) 삼성 휴대전화와 네트워크장비 최대 고객 중 하나인 버라이즌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를 활용한 기술·서비스 방안, 차세대 통신기술 전망, 기술혁신을 통한 고객 가치 제고 전략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 기간 중 이 회장은 AI용 GPU 세계 최대 칩 업체인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만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미국 출장 중 삼성의 미래 사업과 관련된 주요 기업 CEO와 미팅을 진행하게 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미국 AI·반도체·통신 관련 기업 CEO 및 정관계 인사들과 릴레이 면담이 예정된 상황이다.
새롭게 반도체 수장으로 선임된 전영현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그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연구개발직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혐(MX) 사업부 일부에서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무에 나서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 시간 12시간을 더해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연구개발 분야 등 특수 직종은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거쳐 주 64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다. 이 부서 직원들은 연장 근로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주 64시간 근무를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반도체 부문에서는 HBM의 주도권을 탈환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AI 칩의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삼성전자가 HBM 퀄테스트에서 탈락했다는 보도에 대해 "어제도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고, 삼성전자가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게 아니라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 마이크론 모두와 협력 중이고 이들 업체에서 제품을 제공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스마트폰 사업에서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새로운 먹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전장업체인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후 대형 M&A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 아이템 발굴해 주력할 '미래사업기획단'을 지난해 말 신설했는데, 이 조직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