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7.08 16:26

"비판 각오한 결정…주저 말고 용기 내 결단해주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지난 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지난 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이제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용기 내 결단해 달라"며 전공의 복귀를 촉구했다.

조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수련 현장의 건의 사항과 의료 현장 상황을 종합 고려해 오늘부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행정처분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에 대해 조 장관은 "정확하게 말하면 행정처분의 철회"라며 "전날(3일)까지 행해진 정부의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행정처분을 걱정하는 것 같은데, 모든 전공의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취소'는 아닌 '철회'라는 설명이다. 조 장관은 "행정명령은 법에 따라 정당하게 이뤄지는 조치기 때문에 취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이번에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특례를 적용키로 했다. 수련 공백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문의 자격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각 연차별, 복귀시기별 상황에 맞춰 수련 특례를 마련할 방침이다.

조 장관은 "복귀한 전공의 경우 최대한 특례를 제공해 본인들이 생각했던 진로 진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사직 후 9월 재응시하려는 수련의의 경우 지금 규정은 사직 후 1년 내 수련과정에 복귀를 할 수 없는데, 이를 완화해서 복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에 복귀를 하게 되면 동일 연차, 동일 과목으로 지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올해 9월 전공의 모집은 예년과 같이 일부 과목에 한정하지 않고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조 장관은 "각 수련 병원은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정부가 특례까지 마련해 피해를 완화하는 조치를 했음에도 미복귀하게 되면 전공의 개인적으로도 큰 피해가 갈 수 있어 걱정이 크다"며 "군대에 갈 경우 장교 개념이기 때문에 입영 기간이 상당히 길고, 전문의 시험도 1년간 응시 제한 적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전공의들을 갈라치기 하려는 그런 개념은 전혀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큰 불이익이 갈 수 있어 반드시 7월 15일까지는 결정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만약 9월 전공의 모집에도 응하지 않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굉장히 늦어지게 된다. 꼼꼼히 고민해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키로한 정부가 입장을 선회함에 따라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 상황을 계속 가지고 가는 것은 너무나 큰 부담이 큰 만큼 불가피하게 조치하게 됐다"며 이해를 구했다.

특히 "전공의는 그동안 주 80시간에 이르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많은 고생을 했고, 아직 수련생 신분이라는 점도 고려했다"며 "앞으로 정부가 구축하려는 필수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인 만큼 정부가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8일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응급실 앞에 환자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8일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응급실 앞에 환자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정부는 전공의가 더 나은 여건에서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전공의법 시행일은 2026년이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36시간의 연속근무시간 상한을 24시간에서 30시간 내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 근무시간은 시범사업의 성과를 살펴 24시간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또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 진료 뿐 아니라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전문진료, 일차의료, 의과학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 수련체계'를 도입한다. 수련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공의에게 체계적이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투자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올해 안으로 '전공의 수련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교육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한 국가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전공의들의 과중한 근로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진료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중증·응급환자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응급, 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고 중등증은 지역 종합병원, 경증은 동네 병의원에서 최적의 진료를 받는 혁신적 의료공급·이용체계를 확립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계적 이행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의 경증 진료는 축소하고 중증 진료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전문의와 진료지원인력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 하면서 구조 전반을 혁신하겠다. 병원들이 각 기능에 맞게 구조 전환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수가와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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