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0.15 18:00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배터리 업체들이 3분기에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영향으로 AMPC(첨단제조세액공제)를 제외한 영업이익이 적자를 이어가거나, 흑자 폭이 줄어드는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3분기에 적자 폭을 다소 축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3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 중인 삼성SDI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70% 이상 줄어드는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8일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8778억원, 영업이익 4483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4%, 영업이익은 38.7% 감소한 수치다. AMPC로 받은 수혜액은 4660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단, 적자 폭은 지난 2분기의 2525억원 대비 대폭 축소됐다.
◆LG에너지솔루션 "펀더멘털 개선 확인"
부진이 이어졌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잠정실적은 당초 예상된 시장 기대치를 웃돈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200억원이었지만, 잠정실적에 따르면 4483억원을 기록해 이를 소폭 상회했다.
전년 동기보다는 38.7% 감소했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129.5%가 증가한 것이다. 매출은 6조87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했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11.6% 증가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에 대해 "GM에 대한 판매가 예상보다 8% 증가했다. 매출 개선을 이끌고 있으며, 폴란드 공장 가동률이 60% 개선됐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매출이 전 분기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며 "일회성 보상금에 의한 수익 반영도 있었지만, 펀더멘털 개선은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셀 출하량은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전 분기 대비 10%가량 증가했고, 판가는 원재료 가격 안정세와 제품 믹스 개선으로 전 분기 대비 2%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전기차 중대형 배터리의 AMPC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폴란드 공장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여전히 -2%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손실 폭은 전 분기 대비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미 주력 고객사인 GM의 전기차 판매량이 꾸준히 늘면서 배터리 셀 수요가 점진적으로 확대돼 AMPC 보조금 규모가 전 분기 4478억원에서 4660억원으로 4% 증가했다"며 "그러나 주력 고객사인 테슬라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와 경쟁을 벌이고 있고, 부품 재고 조정 영향까지 겹치면서 기가상하이에 원형 배터리를 공급 중인 삼성전자의 남경 공장 가동률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실적은 다소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AMPC 규모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4분기에는 4000억원 초반대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주요 고객사인 GM이 배터리 재고 조정을 진행하며 신규 셀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GM의 배터리 재고 조정 과정에서 향후 2분기 동안 AMPC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AMPC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올해 1~3분기 LG에너지솔루션이 GM에 납품한 배터리 출하량은 전기차 25만대 수준인데, 9월까지 GM의 누적 판매량은 9만대 수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실적이 다소 양호하더라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15%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영업이익과 지배주주순이익도 컨센서스를 각각 12%, 72% 하향할 것이며, 4분기 AMPC 규모도 전 분기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부터 배터리 시장 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내년에는 유럽 CO₂ 규제, 보조금 부활, 금리 인하, 미국 대선 등으로 회복되고 2025년에는 저가 차량 출시 확대를 통해 배터리 시장도 확대돼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도 다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I "올해 바닥 찍고 내년 실적 반등 기대"
삼성SDI는 3분기에 13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72.5% 급감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 분기 대비로도 51.3% 줄어든 것이다. 매출은 4조522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삼성SDI의 3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출의 50% 비중에 가까운 중대형 전기차 부문에서 수익성이 2%포인트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출하량이 지난 2분기에 비해 두 자릿수 중반 늘었지만, 판매 단가가 10% 낮아지면서 손익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자재료 부문 매출은 3905억원을 전망하고 반도체 사업이 20%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임에도 편광필름 사업 매각에 따른 외형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전자재료 부문 내 편광 필름 비중이 50~60%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제외되는 분기 매출은 약 2500억원 수준이다. 편광 필름 OPM은 미드 싱글로 추정됨에 따라 분기에 약 130억원이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4분기 실적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실적은 3분기에 바닥을 찍고 4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며 "이는 내년부터 강화되는 EU의 탄소배출 규제 영향으로 유럽 주문자상표부착생산회사(OEM)들이 전기차용 전지 재고 축적 수요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부터 미국 조인트벤처(JV) 공장 가동이 시작됨에 따라 외형 성장 및 AMPC 수령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 여력이 높은 미국 시장 비중 증가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내년은 본격적인 실적 회복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조인트벤처 공장이 올해 4분기 초도 물량 가동을 시작으로 2025년에 본격화되면서 AMPC에 반영될 것"이라며 "가동률 50%를 가정해도 내년 AMPC 반영 규모는 6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다. 46시리즈 추가 계약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 내년에는 수주 모멘텀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SK온 "적자 축소 긍정적…IRA 혜택 증가 예고"
출범 이래 11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SK온은 3분기에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증권은 SK온의 3분기 영업손실 1790억원을 기록하겠지만, 적자 폭은 다소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KB증권도 SK온이 판매가격 상승과 판매량 증가에 따라 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SK온은 최근 캐즘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희망퇴직 및 자기 발 무급 휴직을 단행했다. 특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을 확보하는 등 만전을 다하고 있다.
특히 SK온이 올해 하반기 미국 신공장 가동, 내년 포드·현대차 조인트벤처 가동에 따라 IRA 세액공제 혜택 증가가 예상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SK온은 지난 2분기에 공장 가동률 하락,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 4601억원을 내며 분기 최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