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10.26 08:00

"바닥 찍고 올라간다"…2분기 이어 3분기 증가 확실시
저출산위 "청년 사회진출 앞당기면 결혼·출산 긍정적"

올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9년 만에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픽사베이)
올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9년 만에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작년(23만28명) 가까스로 23만명대를 지킨 출생아 수가 최근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년(43만8420명) 이래 지속 감소했던 연간 출생아 수의 반등이 기대된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출생아 수는 15만8011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1~8월에 비해 598명(-0.4%) 적지만 최근 출생아 흐름은 완연한 개선세다.

올해 월간 출생아 수는 1월(2만1442명) 이후 2월(1만9362명), 3월(1만9669명), 4월(1만9049명), 5월(1만9547명), 6월(1만8242명)까지 5개월 연속 2만명을 하회했지만, 7월(2만601명), 8월(2만98명)에는 2만명을 상회했다.

특히 4월(2.8%), 5월(2.7%)에는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가 증가했다. 6월(-1.8%) 소폭 감소한 뒤 7월(7.9%), 8월(5.9%) 재차 반등했다. 8개월 중 4개월에 걸쳐 증가함에 따라 1~8월 기준으로 0.4% 줄어드는데 그쳤다. 최근 흐름을 고려하면 연간 기준 증가 전환도 가능해졌다.

분기로 살펴보면 개선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474명으로 3994명(-6.2%) 줄었지만 2분기에는 5만6838명으로 691명(1.2%) 증가했다. 참고로 분기 기준 출생아 수가 증가한 것은 2015년 4분기(0.6%) 이후 33분기 만이다.

3분기인 7, 8월 출생아 수는 4만69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3만8059명 대비 2640명(6.9%) 늘었다. 작년 9월 출생아 수(1만8706명)를 고려하면 9월 출생아 수가 1만6066명만 넘으면 분기 기준 증가세가 이어진다. 참고로 1만6000명대 출생아 수를 기록한 달은 통상 가장 출산이 없는 12월에만 확인된다.

올해 1~8월 혼인 건수가 전년 대비 12.2% 늘면서 향후 출생아 수 개선이 기대된다. (출처=픽사베이)
올해 1~8월 혼인 건수가 전년 대비 12.2% 늘면서 향후 출생아 수 개선이 기대된다. (출처=픽사베이)

출생아 수 개선은 결혼 증가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혼인 건수는 작년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4000건으로 1년 전보다 2000건(1.0%) 늘었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1년 연속 줄었던 혼인 건수가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전환됐다. 올해는 증가세가 더욱 강하다. 8월까지 14만6403건으로 1만5945건(12.2%) 늘었다.

여기에 더해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인식도 확인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전국 만 25~49세 국민 2592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실시한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에 긍정적인 인식은 71.5%로 3월 조사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미혼남녀 결혼 의향도 65.4%로 4.4%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만 30~39세 여성은 결혼 의향이 60.0%로 3월 대비 11.6%포인트 급증해 인식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자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응답 비율도 높아졌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68.2%로 7.1%포인트 증가했다. 남녀 모두 긍정적 인식이 늘어난 가운데 만 25~29세 여성의 긍정적 인식(48.1%)이 13.7%포인트 증가했다.

물론 최근 출생아 증가를 두고 바닥까지 내려간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0.7명대로, 떨어질 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0명대를 기록 중이며 매년 낮아지고 있다. 작년에는 0.06명 줄면서 0.72명에 그쳤다. 올해도 1분기 0.76명, 2분기 0.71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다만 0.6명대로 떨어지는 참사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출생아 수와 혼인 증가세를 고려하면 합계출산율은 향후 반등할 공산이 크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차 '인구전략 공동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차 '인구전략 공동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한편 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 대응을 위한 복지재정의 과제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3년)상 2023~2032년 동안 10여 년의 기간은 주 출산 연령대인 31~35세 여성인구가 150만명대로 유지되는 마지막 기간으로, 저출생 대응 정책이 집중돼야 하는 시기다.

향후 합계출산율이 회복되는 경우에도 가임여성인구 수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개선에 한계가 있고, 성인이 돼 경제활동인구로 편입 시까지 대략 2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2040년대 중반까지는 최근까지의 출생아 수 감소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청년의 사회 진출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1일 제4차 '인구전략 공동포럼' 인사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경제보고서(2022년)에서 언급한 '황금티켓 증후군'이 청년들의 사회 진출과 결혼·출산 시점이 늦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금티켓 증후군은 사람들이 일단 손에 넣기만 하면 무엇이든 해결될 것으로 보는 만능열쇠를 열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청년들이 명문대 입학과 대기업 취업 등을 '황금티켓'으로 보고, 경제적 안정을 우선시하면서 결혼과 출산의 선택지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첫 직장 취업연령이 1살 낮아질 경우 평균 초혼 시기가 3.3개월 빨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주 부위원장은 청년층의 사회 진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정책방향으로 '청년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 인력 미스매치 문제 해결, 고졸 취업 활성화'를 거론하며 "청년의 사회 진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면 결혼·출산연령도 자연스럽게 낮아져 초저출생 추세 완화에 도움이 되고,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여 인구절벽이 초래할 노동력 부족 시대에 적응하는 대응책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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