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4일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 브로커와 소통한 녹음이 공개된 것은 국민들께 죄송스러운 일"이라며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과 지지자들께서 정치 브로커 명 씨 상황에 관해서 실망하시고 걱정하는 것을 안다"며 "죄송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력 정치인들이 브로커에 휘둘리게 보이는 것도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며 "국민들의 큰 실망은 정부·여당으로선 큰 위기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면 솔직하고 과감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대표는 또 "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정치 브로커에 끌려다닐 생각이 없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며 "우리 당은 지금 문제되는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단칼에 잘라낸 정당이다. 국민의힘은 정치브로커 관련 사안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 차원에서 당당하고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피력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선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뭔가 감추고 빼고 더하려고 하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셨고 지금이 위기라는 점과 변화와 쇄신이 신속하게 필요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었다는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최근 나흘간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을 만나 '윤 대통령과 명 씨 녹취록'으로 촉발된 사태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청취해왔다.

한 대표는 또 "대통령은 제대로 보조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쇄신하고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즉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예방하기 위해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절차를 즉시 진행하는 것은 이제 너무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안의 경우에 적어도 지금은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는 아니다"라며 "국민들께서 듣고 싶어하시는 말씀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는 앞서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과 명 씨 통화 녹음 내용에 대해 '법적 문제는 없다'라는 취지의 대응에 대한 정면 비판인 셈이다. 한 대표는 지금의 국민정서는 법적 하자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와의 관계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