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1.29 16:47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 내년 3월 16일까지 열려
서순주 총감독 "국내서 선보이는 마지막 기회 될 수도"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빈센트 반 고흐는 당시 미술 역사에서 유명한 화가는 아니었지만, 오늘날 명화의 감동을 가장 잘 전달하는 화가입니다. 어쩌면 이번 전시가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 명화의 감동을 직접 느끼길 바랍니다." (서순주 서울센터뮤지엄 디렉터·전시 총감독)
서울센터뮤지엄이 주관하고 뉴스웍스 등이 후원하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시가 이달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열렸다. 앞서 2007년 '불멸의 화가 반 고흐'를 시작으로 2012년 '반 고흐 in 파리' 전시 이후 12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고흐 전이다.
이번 전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과 함께 가장 많은 고흐의 작품을 소장한 크뢸러 뮐러 미술관 소장의 걸작 70여 점을 '진품'으로 선보이는 전시다. 이번 전시 작품들의 평가액을 한데 모으면 무려 1조원에 육박한다.
대표 전시 작품으로는 ▲네덜란드 시기(1881~1885)에 남긴 '감자 먹는 사람들'(1885) ▲파리 시기 '자화상'(1887) ▲아를 시기 '씨 뿌리는 사람'(1888) ▲생레미 시기 '착한 사마리아인'(1890)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 '구름 낀 하늘 아래 밀더미'(1890) 등이다.

개막 첫날, 전시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반 고흐의 자화상이 걸린 전시장 외벽을 배경으로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활짝 웃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표를 사기 위해 선 긴 줄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12년 만에 국내 선보이는 반 고흐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었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고흐의 생애와 당시의 작품을 차례대로 따라갈 수 있다.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장을 하나둘 거쳐 가다 보면, 저마다 다른 70여 점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반 고흐의 예술 세계로 인도한다.
첫 번째 섹션은 네덜란드 시기(1881~1885)를 조명한다. 1881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약 18개월간의 수련을 통해 고흐는 기본기를 다지고 첫 유화 작품을 완성했다. 해당 작품은 감자 먹는 사람들로, 감자 먹는 사람들의 석판화를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파리 시기(1886~1888)를 다룬다. 1886년 3월, 파리로 이주한 고흐는 동생 테오와 함께 생활하며 화풍을 정립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이 시기에 그는 인상파와 신인상파의 영향을 받아 화풍을 변화시키고, 동료 화가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기법을 실험했다. 이 시기에 그린 자화상은 강렬한 인상과 독창적인 화법을 보여준다.
세 번째 섹션은 '색채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아를 시기(1888~1889)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고흐는 아를에서 씨 뿌리는 사람과 같은 작품을 통해 뜨거운 태양 아래 강렬한 색채를 활용해 인물화와 풍경화에서 자신의 화풍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섹션은 고흐의 깊은 내면적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시기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네 번째 섹션은 생레미 시기(1889~1890)로, 정신적 고통을 겪던 시기에 그린 작품들을 보여준다. 다섯 번째 섹션은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를 다룬다. 이 시기 고흐는 70일 동안 80여 점의 유화를 완성하며 예술적 열정을 불태웠다.
관람을 마친 뒤, 이번 전시를 총괄 기획한 서순주 서울센터뮤지엄 디렉터·전시 총감독을 만났다.
그는 국내 미술계에서 '블록버스터 전시기획의 대가'로 불린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대학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은 서 총감독은 2004년 샤갈전을 시작으로 모네전(2007년), 반 고흐전(2007~2008년), 르누아르전(2009년), 로댕전(2010년), 밀레전·모딜리아니전(2015년) 등 한국 전시 역사에서 손꼽히는 열다섯 차례의 굵직한 전시를 연이어 성공시킨 장본인이다.
서 총감독은 "반 고흐는 명화의 감동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화가"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명화에 목말라 있던 대중들에게 명화가 주는 감동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자신했다. 이어 "한 화가의 일대기를 경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 고흐가 '반 고흐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무엇일까. 서 총감독은 아를과 생레미에서 그려낸 '씨 뿌리는 사람'을 꼽았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며 당시 반 고흐의 정신 상태를 대변해 준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은 이달 29일을 시작으로 내년 3월 16일까지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며, 온라인 예매와 현장 예매 모두 가능하다. 관람료는 성인 2만4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1만8000원이다.
또다시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는 지금. 오랫만에 한국에서 선보인 반 고흐의 작품들을 눈에 담으며, 연말과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