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09 19:03

[뉴스웍스=강석호 기자]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9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는 전과 확연히 다르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 같으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붐빌 시간이었지만, 화장품 가게와 음식점은 물론 환전소마저 인적이 드물었다.
이곳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A씨는 "보통 달러 가격이 오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구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환전량이 많아지는 데, 계엄령 선포 이후 거래량이 떨어지더니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심리에 큰 타격을 준 것 같다. 앞으로 더 줄어들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8원 오른 143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으로 원달러 폭등이 이뤄진 지난 2022년 10월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충격파는 환전소뿐이 아니었다. 'K-뷰티' 인기에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모았던 국내 화장품 매장마저 지난 일주일 사이 매출이 뚝뚝 떨어지는 실정이다.
명동에서 영업 중인 'N' 브랜드 매장 점주는 "비상계엄 이후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 며칠간 하루 매출은 이전의 50% 수준"이며 "현재 방문 고객들은 이전부터 한국을 자주 찾은 외국인들과 내국인들이지만, 그들마저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전했다.
어두운 분위기는 환전소와 화장품 매장만이 아니었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지난 일주일 동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수없이 '이 나라 괜찮냐'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김 씨는 "정국 불안에 유동 인구 자체가 줄면서 대다수 가게가 타격을 입고 있을 것"이라며 "가게를 찾는 외국인들도 지금 상황이 괜찮냐며 되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음식점들도 저녁 손님을 맞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보다는 뉴스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명동에서 줄을 서는 유명한 음식점 앞에도 대기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거리에 드문드문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번 사태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 유학 중이라는 인도인 퀴디 링(26)은 "계엄 관련 뉴스를 들었지만 한국 생활 중 위험을 느껴본 적 없고, 이곳의 치안이 얼마나 완벽한지 잘 알고 있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시애틀에서 한국을 찾았다는 이 안(43)은 "방문하기 전에 비상계엄 뉴스를 들었지만, 총기 사건이 빈번한 시애틀보다는 한국이 더 안전할 것이란 믿음에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지 않았다"며 "서울을 관광하면서 완벽한 치안에 놀랐고, 경찰이 시민을 존중한다고 생각했다"고 느낌을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