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광하 기자
  • 입력 2024.12.12 13:37

개인정보위,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판매 12개 손해보험사 제재처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1일 제21회 전체회의에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판매 손해보험사에 대한 제재를 의결했다. (사진제공=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1일 제21회 전체회의에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판매 손해보험사에 대한 제재를 의결했다. (사진제공=개인정보위)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 11일 제21회 전체회의를 열고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판매 손해보험사에 대한 제재를 의결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제제 대상 보험사는 현대해상화재보험, 악사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엠지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해상보험, 캐롯손해보험 등이다.

개인정보위는 자동차 손해보험사들이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고객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는 보도 등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적법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한 현대해상화재보험, 악사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엠지손해보험 등 4개 보험사는 과징금 92억77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의 내부통제 역할도 강화하도록 시정명령했다.

조사 대상 12개 보험사 모두 보험료 계산을 중단하거나 보험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이용자 정보를 파기하지 않고 1년간 보유하고 있어, 보유기간을 개선하도록 시정명령했다. 1년이 넘어도 이용자 정보를 파기하지 않은 롯데손해보험에는 과태료 540만원을 부과했다.

개인정보위는 자동차 보험사에 대한 조사·처분에 대해 "적법한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정보주체에게 명확히 알리고 자유로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CPO는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뿐만 아니라 적법한 개인정보 처리를 위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등 역할을 해야 한다"며 "비록 금융기관의 개인정보 처리라 하더라도 명백히 신용정보법상의 개인신용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개인정보 분야의 기본법인 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고 했다.

◆동의 없는 마케팅 활용은 위법

현대해상화재보험, 악사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엠지손해보험 등 4개 보험사는 상품소개를 위한 동의에 명백히 미동의 의사를 표시한 이용자에게 동의의 변경을 유도하는 팝업창(재유도 창)을 운영했다. 재유도 창으로 개인정보 수집·이용과 제공에 동의를 받으면서도, 재유도 창에는 '개인정보 처리' 표현이나 동의에 필요한 법정 고지사항이 없어, 이용자는 마케팅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재유도 창은 지난 2022년 7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종전의 재유도 창에서 '확인'과 '취소' 버튼의 효과를 변경해 정보주체가 오인하도록 유도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는 경우 동의 내역이 변경된 것을 알 수 없도록 했는데, 이를 다른 사업자들이 벤치마킹해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종전에는 '확인' 버튼을 누르는 경우 '미동의' 상태로 다음 절차로 넘어가고, '취소' 버튼을 누르면 재유도 창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서 정보주체가 직접 '상품 소개 항목에 동의'할 수 있도록 했다. 4개 보험사가 재유도 창을 운영한 기간 동안 이용자의 마케팅 동의율은 31.42%에서 61.71%까지 최대 30%p 급증했다.

이렇게 적법하지 않게 동의받은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자동차보험뿐 아니라 운전자보험, 건강보험, 치아보험 등 해당 보험사에서 운영하는 다른 보험 마케팅에도 활용했으며, 이중 자동차보험에만 국한해도 문자, 전화 등 약 3000만건의 마케팅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위반기간 동안 이와 관련한 스팸 신고 규모도 적지 않았다.

통상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계산 과정에서 상품소개 동의 시 1건당 5000~1만원 상당의 상품권이나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하는 것을 고려하면, 재유도 창을 이용한 적법하지 않은 동의 절차를 통해 해당 기업들은 상당한 마케팅 비용 절감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개인정보위는 설명했다.

보호법에서 요구하는 정보주체의 적법한 동의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개인정보처리자에 의해 처리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개인정보의 처리 여부 및 동의의 범위 등을 결정할 수 있어야 성립한다. 개인정보위는 과징금이 부과된 4개 보험사의 경우,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공에 대한 표현뿐만 아니라 법정 고지사항도 확인할 수 없어, 이용자가 개인정보 처리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CPO는 뭐했나…내부통제 미흡

재유도 창을 통해 이뤄진 동의 절차는 마케팅 부서에서 기획했는데, 그 과정에서 CPO의 검토 등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개인정보위는 4개 보험사에 대해 CPO의 내부통제 절차가 적정하게 이뤄지고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시정명령했다.

조사 대상 12개 보험사는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기 위해 보험료 계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때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등을 필수로 수집하게 된다. 이들 보험사들은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자가 계산을 중단하거나 계산 후 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1년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12개 보험사는 손해보험협회와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 개인정보위에 공식 의견으로 제출하고 내년 초부터 자진 시정할 계획임을 밝혀, 보유기간 개선 이행에 대한 시정명령을 했다. 그러나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동의 유효기간인 1년이 만료됐음에도 32만명의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아 과태료 540만 원이 부과됐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