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석호 기자
  • 입력 2025.01.08 11:26
특허청이 압수한 유명 배우 송중기 씨를 제품모델로 한 '7DAYS 마스크팩(송중기 마스크팩)'의 위조품. (출처=특허청)
특허청이 압수한 유명 배우 송중기 씨를 제품모델로 한 '7DAYS 마스크팩(송중기 마스크팩)'의 위조품. (출처=특허청)

[뉴스웍스=강석호 기자] K-브랜드를 모방한 이른바 '짝퉁' 상품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정부당국의 관련 예산이 100억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안팎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라며, 올해에도 짝퉁 상품이 홍수를 이룰 것이란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특허청 예산 7058억원 중 약 1.5% 수준인 108억원이 K-브랜드 보호와 관련된 예산으로 파악됐다. 지식재산 창출·보호·활용 등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전년보다 6억원 증가한 3653억원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수많은 짝퉁 상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방어가 불가능한 예산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서 특허청은 지난해 2월 K-브랜드 보호를 위한 '위조상품 차단 지원 사업' 확대 입장을 밝히며 관련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세부적으로 해당 분야의 올해 예산은 신규 개설된 '수출기업 IP위험 대응역량 강화(26억원)'와 'AI 기반 위조상품 단속(7억원)'를 비롯해 기존의 'K-브랜드 분쟁대응 지원(75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K-브랜드 분쟁대응 지원은 사업비가 전년 대비 7억원 증가했으며, 전체로 보면 전년 대비 40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정부당국의 이러한 예산 편성이 짝퉁 피해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짝퉁 피해가 범람했음에도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한 터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관세청이 진행한 '해외직구 불법수입 특별 단속'으로 나타난 지식재산권 피해액은 19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1% 증가한 수치다.

이미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6일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패션 브랜드 '스투시'의 가품 논란이 불거져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앞서 한 패션 전문 유튜버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구매한 스투시 상품을 리셀 전문 플랫폼 '크림'과 '한국명품감정원'에 의뢰한 결과, 가품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판을 치는 짝퉁에 한국 기업들이 힘을 합쳐 공동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21년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대상, 오뚜기 등이 공동으로 중국 모방 제품들에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 삼양식품은 대표 제품 '불닭볶음면'의 가품인 '마라 화계면'의 상표권 침해 문제를 제기해 중국 법원으로부터 피해를 인정받았다. 배상금은 각각 20만위안(약 3730만원)과 15만위안(약 2800만원)이다. 중국 법원은 현지 업체들이 한국 제품의 포장을 유사하게 모방했다는 점을 인정했고,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 제품에 대한 생산 및 판매 중지를 요구한 바 있다.

또 일본의 닛신식품은 지난 2023년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의 패키지와 맛을 유사하게 생산한 'UFO 볶음면 한국식 매콤달콤 까르보'를 선보였고, 농심의 볶음면 '매콤달콤 양념치킨'과 흡사한 '양념치킨맛 야끼우동'을 출시했다. 다만 해당 기업들의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무분별한 미투 제품 확산이 국내 제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미투제품의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 K-라면 전체의 문제로 오인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K-브랜드 위조상품 유형 (자료제공=특허청)

지식재산권 침해는 국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특히 위조상품 차단 사업의 예산 부족을 문제 삼았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조상품 차단 사업은 2020년 한시 사업으로 시작해 2023년 본사업으로 전환됐다"며 "2022년 당시 32억7400만원이던 국비 예산이 2023년에는 절반 수준인 15억원으로 감소했다"고 예산 증액이 필효하다고 강조했다.

K-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음에도 이를 보호하기 위한 예산이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은 정부의 낮은 관심과 의지를 간접 투영한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K-브랜드의 가치 보호를 얼마나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예산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며 "기업의 지식재산이 위조되거나 도용된다는 것은 기업의 의지를 꺾을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특허청은 지난달 3일 국무회의를 통해 해외 유입 위조상품 대응을 위한 상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 하위행위 유형으로, '외국에서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한 것을 운송업자 등 타인을 통하여 국내에 공급하는 행위'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해외로부터 국내로 배송되는 위조상품을 상표법상 상표권 침해 물품으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상표법 개정안은 향후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돼 심의·의결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에 따라 개정안 심의·의결은 현재까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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