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2.08 08:00
글로벌 '관세 전쟁' 본격화…씨티 "韓 상반기 수출 1.1% 감소 예상"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작년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호조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첫 달부터 수출 감소가 발생하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990억4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328억2000만달러) 대비 3배 가량 불어난 것으로, 연간 기준 역대 2위 실적이다.
이런 호실적은 상품수지 흑자(1001억3000만달러)가 1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이 배경이다. 작년 통관기준 수출은 6388억달러로 2022년(6836억달러)를 소폭 상회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또 무역수지는 515억9200만달러 흑자로 전년(-103억4600만달러) 적자에서 반등했다.
국제수지의 상품 수출입은 국제수지매뉴얼의 소유권 변동원칙에 따라 국내 및 해외에서 이뤄진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모든 수출입거래를 계상한다. 따라서 국내에서 통관 신고된 물품을 대상으로 하는 통관기준 수출입(무역수지)과 차이가 있으나, 통관기준 수출이 증가하고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상품수지도 호조를 보인다.
다만 연초부터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수출이 부진을 보이면서 우려가 감돌고 있다. 지난 1월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도 발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은 491억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0.3% 감소했다. 2023년 10월부터 계속된 증가 흐름이 끊겼다. 1월 수출 감소는 장기 설 연휴(25~30일) 영향으로 조업일수가 4일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24억6000만달러로 7.7% 증가했다.
월간 수출 감소 영향으로,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1월 수입은 510억달러로 6.4% 줄었지만 무역수지는 18억9000만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월간 무역수지 적자는 20개월 만이다.

1월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 전환을 두고, 설 명절 탓만 하기에는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설 연휴 및 임시공휴일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작년 1월 수출 호조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이번 수출 증가율 급락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면서도 "반도체와 비반도체 품목 간 괴리가 지속되고 있고,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 우려도 상존해 2025년 한국 수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수출 호조를 이끌던 반도체 수출 모멘텀이 서서히 약화할 소지가 있다"며 "반도체 수출 단가가 작년 7~8월을 고점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대중 반도체 수출 규모가 줄어들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반도체 수출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해외기관도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로 한국 GDP가 0.22~0.44%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부품, 철강, 기계 등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수출은 보호무역주의, 반도체 사이클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는 "1월 수출 감소폭은 10.3%로 시장 예상(-14.0%)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반도체 사이클 하락, 관세 영향 등으로 상반기 중 수출 부진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적 측면에서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경쟁력 향상,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중국의 비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 노력 등이 한국 수출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