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2.23 16: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에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이어, 자동차·반도체·의약품·목재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한 달 내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전 예고했던 '관세 폭탄'이 현실화함에 따라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옮기는 등의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 거점을 옮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여러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이를 수정하며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환율마저 1400원대로 껑충 뛰어오르며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을 예고했다.
뉴스웍스는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를 만나 추가 관세와 고환율에 따른 우리 산업계의 영향과 그룹별 현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기업의 올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가장 뛰어오른 주식이 한화그룹 주다. 한화그룹만 보면 관세 영향을 안 받는 종목이라고 볼 수 있다. 방산·에어로스페이스·조선 등 품목을 보유하고 있고, 한화비전·한화시스템은 최근 급부상했다.
바이든 때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어마어마한 규모로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정된 투자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투자를 이미 받았다면 영향이 적었겠지만, 투자를 덜 받은 상황에서는 큰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국 우시에서 만들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 관세를 부여하면 그 영향을 받게 된다. 스마트폰은 베트남, 가전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 부과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선택지는 생산기지 이전 밖에 없나.
"지금 미국 공장 설립을 계획해 봐야 트럼프 정부가 끝날 때나 완성된다. 따라서 현지 생산기지 설립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고 하면 완공까지 4~5년이 걸린다. 그 사이 US스틸이 철강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또 미국에서 생산하더라도 반도체·이차전지·조선 분야에서는 우리가 기술 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만 TSMC와 같이 고급 기술은 자국에 두고, 중국도 만드는 수준의 낮은 공정은 미국에서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 국가에서도 이들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환율이 1430원대까지 올랐다. 올해 사업 계획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나.
"기업들은 이미 사업 계획을 수정했을 것이다. 당초 1350원 정도에서 사업 계획을 세웠을 텐데, 1400원대 초반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강달러 기조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대미 투자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SK이노베이션·LG에너지솔루션 등이 공장을 짓고 있는데 강달러 흐름에 투자를 홀딩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강달러면 수출국에 유리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결국 원자재 비용이 올라서 절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올해는 기업들이 살아남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각 그룹의 현안을 묻고 싶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끝났다고 봐야 하나.
"2심에서 증거능력 불충분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죄를 받았다. 3심은 법리 다툼이어서 증거를 다시 검사하지 않기 때문에 2심이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항간에는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 때문에 공격적인 행보를 못 한다고 하는데, 사법 리스크가 '삼성 위기설'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말 인사를 보면 '혁신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인사에서는 '미전실 파워'만 키워준 것이 특징이다. 미래전략실이 부활돼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미전실은 이미 복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미전실이 부활한다고 삼성전자의 위기가 해소될까,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 위기에서 벗어날까 생각하면 '아니다'라는 답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은 지난해 실적은 괜찮았지만, 그 이전까지 실적이 좋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오픈AI를 180조원 규모로 인수하지 않는 이상 M&A는 큰 의미가 없다.
본원적인 기술 능력을 높이는 게 핵심이 되어야 한다. 전영현 부회장이 메모리 수장으로 들어오면서 반성문을 냈던 내용이 핵심이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잘하던 것, 남들보다 빨리 만들어 돈을 벌던 것을 현재는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게 사실이다. 조직을 혁신시켜 엔지니어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돌아왔지만, 반도체 사업을 회복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SK그룹의 지난해 리밸런싱의 핵심은 SK온 살리기였다. 성공적이라고 보는가.
"SK그룹은 M&A로 지금의 그룹 구조를 완성했다. SK는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며 석유사업에 진출했고, 90년대 들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SK텔레콤을 출범시켰고, 하이닉스도 인수를 통해 그룹으로 편입시켰다. 하이닉스는 현대전자로 설립돼 하이닉스 반도체를 거쳐 2012년 SK에 인수됐다.
맨땅에서 시작해 성공시키는 사업은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이 처음이다. SK그룹 입장에서는 SK온의 성공 여부가 'SK 미래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룹 수뇌부는 SK온을 살리기 위해 리밸런싱에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제조 기업으로 우뚝 설 지, M&A를 통해 회사를 가져다 붙여 성장하는 기업이 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투자 전문회사인 SK스퀘어를 통해 투자 성과를 가져가려 했는데, 문제가 터졌다. 외부의 자본력을 잠깐 빌리는데 외부 자본에 의존하는 회사는 자본 시장이 나빠지면 무너질 수 있다. SK온은 기업공개(IPO)를 시키려 했는데 전기차 시장 캐즘과 시장 점유율 한계로 벽에 부딪혔다. SK온에 SK이노베이션 자회사들을 붙였는데, 그 방법보다는 SK온을 규모의 경제까지 키우는 게 급선무다.
그러려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5%까지 가야 하는데, 아직 4.4%에 그치고 있어, 조금 더 점유율을 늘려야 한다. SK온이 IPO를 하지 않지 않는 이상 리밸런싱은 계속될 것이다. 또 11번가가 매각되지 않고 있고, SK머티리얼즈도 상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LG그룹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해 보인다.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LG의 실적은 못 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않았다. LG전자는 B2B(기업 간 거래) 매출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이 오랫동안 종속하려면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보다 B2B 매출이 많은 기업이 오래 간다. AI 사업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데, LG전자의 제조업과 연결해 수익화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중국 1위 전기차 제조업체인 BYD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전기차가 2만달러대까지 떨어져 대중화되면, 배터리 업체들도 30~40% 가격을 낮춰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기차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 배터리 가격을 낮추고 팔아도 이윤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 배터리 업체들이 잘 해낼 것으로 본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간 상속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데.
"LG의 상속 분쟁은 올해 안에 끝나지 않을까 한다.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여러 송사에 연루돼 있고, 구현경 대표도 부부가 같이 기소됐다. 이 소송이 세 모녀에게 유리하게 갈 것 같지가 않다. 구 회장이 분쟁에서 승리한다면 오히려 LG로서는 정통성을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나.
"현대·기아차는 연간 600만대의 차량을 판매하는데, 북미 시장에서만 180만대다. 현재 150만대인 미국 공장 생산량을 더 늘려 관세 영향을 줄이려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자동차 라인은 생산 차종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만큼, 차종을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울산 공장에서는 현대차에서 주로 돈이 되는 차를 만든다. 제네시스·산타페·그랜저 등이 바로 그런 차종이다. 경영진은 미국에서 그 차를 만들고 싶어 하는 데 노조가 이를 반대할 수 있다. 미국 공장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에 대응해 만들어진 만큼, 다소 한계가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