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3.10 16:44

한화오션 "매년 보안 검사받아…적법 절차 따라 원본 보관"
방첩사 조사 진행…한화오션 측 "사업자 선정에 영향 없어"

한화오션의 초격차 방산 기술력이 집약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최첨단 수상함 함정모형들. (사진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의 초격차 방산 기술력이 집약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최첨단 수상함 함정모형들. (사진제공=한화오션)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한화오션이 보안 규정 위반 의혹을 받는 가운데, 한화오션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KDDX 개념설계 용역이 종료된 지 10년 만에 방위사업청에 개념설계 결과 보고서 원본을 제출하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논란은 방사청이 용역 종료 당시 원본 1부와 사본 4부 등 모든 결과물을 업체로부터 제출받았다고 판단했으나, 한화오션이 원본 1부를 별도로 추가 생산해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방위산업보안업무훈령(2742호)에 따르면 방산업체는 용역 종료 후 모든 자료를 방사청에 제출해야 하며, 자체 보관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한화오션이 이를 위반하고 해당 개념설계 자료를 KDDX 기본설계 사업 제안서 작성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2012년 개념설계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출한 당시의 수령확인증과 제출 공문에는 당사의 원본 보관 사실과 원본 및 사본의 폐기 연한이 정확히 기재돼 있다"며 "매년 상·하반기 방사청, 방첩사, 국정원 등으로부터 보안검사를 받아왔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원본을 보관해 왔다"고 반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화오션이 보관했던 개념설계 보고서를 기본설계 제안서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방첩사 조사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제출한 기본설계 제안서(특히 생존성 분야) 일부가 개념설계 보고서와 동일할 뿐만 아니라, 개념설계 보고서 내 도표 27건이 기본설계 제안서에 그대로 인용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방첩사가 사전 조사만 진행한 것이지, 입건이나 사건 조사는 아니다"라며 "27건의 도표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방첩사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앞서 KDDX 기본설계 입찰 당시에도 유사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2020년 9월,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이 KDDX 개념설계 보고서를 불법 취득해 기본설계 제안서 작성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사청 조사 결과, 오히려 한화오션의 기본설계 제안서에서 개념설계 보고서와 동일한 내용이 발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본인들이 수행한 개념설계 자료를 무단 활용하고도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다"며 "이는 수상함 분야에서 HD현대중공업에 비해 기술력이 뒤처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화오션 측은 이에 대해 "2012~2015년 HD현대중공업의 한화오션 KDDX 관련 군사기밀 탈취 사건 이후, 방사청은 2020년 현대중공업이 제출한 KDDX 기본설계 제안서에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관련 내용들이 유용됐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방사청 내 전문가와 보안팀, 방첩사령부 파견자 등으로 구성된 보안검증위원회를 3회에 걸쳐 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보안검증위원회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기본설계 제안서를 함께 살펴봤으며,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보고서에 포함된 일부 이미지가 제안서에 반영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념설계 보고서에 사용된 이미지는 2020년 기본설계 제안서 작성 시점에는 이미 기한이 지난 데이터였으며, KDDX 사업의 연계성과 충실한 제안서 작성을 고려해 자체 검토 후 반영한 것"이라며 "보안검증위원회에서도 일부 자료가 인용된 사실을 파악했으나, 최종적으로 '문제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즉, 한화오션 측은 KDDX 개념설계 내용을 사전 승인 없이 활용했다는 의혹이 이미 문제없는 것으로 결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달 26일 방사청에 'KDDX 기본설계 목적 문건 제공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 이전에 특정 업체가 기본설계 자료를 요구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과의 수상함 설계 기술 격차를 보완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KDDX 사업에 참여해 해군 전력 건설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문건 제공을 요청한 것"이라며 "국가계약법 제7조에 따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로, 방사청이 특정 기업에 기본설계 문건을 제공한 전례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KDDX 사업 추진 시 기본설계를 수행하지 않은 업체가 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최초 사례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화오션 측은 "KDX-Ⅱ 충무공이순신함의 경우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DDX 기본설계 결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상세설계를 위해 문건을 요청한 것으로, 향후 KDDX 사업을 통해 해군 전력 증가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화오션의 보안 위반 의혹에 대한 방첩사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만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KDDX 사업자 선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화오션 측은 "방첩사 수사와 관련해 알고 있는 바가 전혀 없으며, KDDX 사업과 관련한 한화오션의 '원본 보관', '개념설계 내용 활용' 등의 의혹 관련해 회사는 해당 사업에서 충실하게 규정과 절차를 따라왔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에 미칠 영향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바 있다. 이는 앞서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들에 대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군사 기밀 유출 고발을 취소한 것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KDDX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다시 양사 간 논쟁이 불거지는 가운데, 향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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