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02 13:00
방사청 분과위 내부 의견 통일 이뤄지지 않아
혼란스러운 정치권에 방사청 부담론도 제기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1년 반 넘게 표류 중인 8조원 규모 대형 국책사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여부가 이달에도 불투명할 전망이다. 사업자 선정 방식을 놓고 발주처인 방위사업청 내부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날 사업분과위원회를 열어 소형무장헬기 공대지유도탄 양산계획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KDDX 관련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방사청 측은 “업계 간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한 후 분과위에 관련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KDDX 주요 사업자 지위를 놓고 HD현대와 한화오션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HD현대는 풍부한 수상함 건조 및 기본설계 수행 경험을 내세워 관행에 따라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과거 HD현대 측의 설계 기밀 유출 논란을 이유로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방사청 분과위는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과반수는 수의계약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외부위원 6명은 경쟁입찰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KDDX 주요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는 주된 이유는 외부위원의 경쟁입찰 주장에 딱히 반박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라며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방산업체 선정 시 기밀 유출 이력 등이 있으면 철저히 배제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과위에서 이달 중 KDDX 안건을 논의한다는 소식은 없다. 5월이나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KDDX가 자꾸 미뤄지고 있는 것은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결과라는 시각도 나온다.
KDDX 주요 사업자는 방사청 분과위에서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후 국방부 장관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종 승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지난 2024년 말 계엄 사태 여파로 국방부 장관은 공석이고,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직무대행 중이다.
복수의 방산 업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기획된 만큼, 정권과 무관하게 국가 안보를 위해 서둘러야 하는 사업임은 분명하다”면서도 “새 국방장관이 임명되거나 신정부가 들어설지도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사업비 7조8000억원을 들여 KDDX 총 6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KDDX는 좀 더 먼 거리를 항해할 수 있는 데다, 북한 등의 탄도탄 감지 능력과 스텔스 기능이 강화된다. 무엇보다 100% 국내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건조를 완료하면 미국과 일본 같은 해군 강국 반열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이지스급 구축함 사업과 차별성을 지닌다.
사업 과정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이다. 정부가 KDDX 사업을 시작한 때가 지난 2011년이다. 기본설계 단계 수주를 끝내는 것만 해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소송전으로 8년을 보내고, 상세설계 단계에서 6년을 허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