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수한 기자
  • 입력 2025.04.03 10:30
김동혁 바이즌 최고기술책임자.
김동혁 바이즌 최고기술책임자.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을 목적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는 200곳을 넘는다. 코로나19 이후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발행이 급증하며, 2021년 2조원이던 발행액은 2024년 약 5조원에 달했다.

경기도 김포시의 '김포페이'는 2020년 발행 첫해에 지역 소비를 약 15% 늘리는 등 초기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 다수는 할인 혜택만을 노리고 지역화폐를 구매한 뒤 곧바로 현금화하거나 필수 소비에만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운영 구조도 비효율적이다.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시스템은 관리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예산의 약 30%가 발행·유통·정산 등 행정비용으로 소진됐다.

더 큰 문제는 '깡' 현상이다. 대구 달서구의 '달서사랑상품권'은 발행액의 약 30%가 현금화에 사용됐다. 일부 가맹점에서 수수료를 떼고 현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지역화폐의 순환 구조가 붕괴되고, 지자체 예산도 실질적 효과를 내지 못한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는 연간 50억원을 투입했으나, 현금화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가 단기 소비 진작에는 효과가 있어도, 자금 유출 방지나 지속 가능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서울 노원구의 '노원코인'은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다. 2019년 도입 초기에는 지역 내 거래량을 약 20% 늘렸지만, 2023년 사용률은 10% 미만으로 하락했다. 사용처 제한, 복잡한 결제 절차 '깡' 악용이 원인이었다.

다만 글로스퍼와 협력해 구축한 블록체인 시스템은 연간 유지비를 약 2억원으로 낮췄다. 기존 모바일 기반보다 60% 절감된 수치로, 블록체인의 운영 효율성은 입증됐다.

성남시와 부산시에서 도입된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착(Chak)'은 중앙 서버 없이도 실시간 거래 추적이 가능하고, 발행·정산 비용을 지류형 대비 약 40%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중개 기관 없이 거래 신뢰성을 확보하고, 위변조 방지와 사용 조건 설정, 스마트 계약 기능을 통해 운영비를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본다. 복지 수당 지급과 가맹점 정산의 자동화도 가능하다.

영국의 '브리스톨 파운드'는 2012년 도입 이후 지역 내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가맹점 등록 시 엄격한 심사, 공공요금 납부 허용 등을 통해 현금화 유인을 차단하고 실질 소비를 유도했다.

스위스의 WIR 시스템은 중소기업 간 거래를 위해 설계된 B2B 지역화폐다. 참여 기업 수는 약 6만 개에 달하며, 현금화가 불가능한 구조로 운영된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으로 투명한 거래 기록도 확보된다.

두바이의 'Emcash'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다. 모든 거래가 추적되며, 현금화 시도는 시스템상에서 자동 적발된다. 스마트 계약을 통해 지역 내 사용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는 훌륭하지만, 현재의 비효율적인 운영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혁신으로 낭비를 줄이고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면, 지역화폐는 진정한 지역 경제의 활력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동혁 바이즌 최고기술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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