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18 17:2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들] 김동성 골프 전문 피터

[뉴스웍스=강석호 기자] 최근 국내 골프산업이 휘청거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MZ세대가 대거 유입되면서 '황금기'를 맞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린피·장비·카트비 상승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하나둘씩 골프채를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의 지속 발전을 염두에 두지 않은 '한탕주의'가 전체 시장을 죽였다는 자성으로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
골프산업의 재부흥을 위해 업계 종사자들이 나선 가운데, 최근 '골프 피터'들의 활약이 눈에 띄고 있어 주목된다.
피터는 골프업계에서 통용되는 단어로 피팅 전문가를 일컫는다. 골퍼들의 '장비 커스텀'을 도와 골프의 진가를 맛보게 하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김동성 피터는 골프산업이 조정기를 거쳐 반드시 재도약할 것으로 봤다. 그는 국내에서 드물게 골퍼의 신체, 스윙, 장비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최적화된 플레이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퍼포먼스 피팅'을 고수하고 있다.
단순한 장비 조정이 아닌, 골퍼 개인의 신체 특성과 운동 역학에 기반한 '수행능력 설계'에 가까운 접근이 그만의 비법이다. 김 피터는 잘못된 피팅으로 인해 불필요한 보상 동작이 누적되고, 골퍼가 부상을 입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고 말했다.
-퍼포먼스 피팅의 탄생 배경은.
"처음 골프에 입문했을 당시 레슨 프로에게 장비에 대한 조언을 구했지만, '아무 장비나 써도 된다'는 식의 답변을 받았다. 그때는 막연히 받아들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골프를 제대로 배우고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본인에게 맞는 장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장비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를 통해 몸에 부적합한 장비는 스윙 시 보상 동작을 유발하고, 이는 관절에 반복적인 부담을 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골퍼의 신체, 스윙, 장비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피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레슨 프로나 골프숍에서 제시하는 정형화된 클럽별 비거리에 맞추는 골퍼들에게 각자의 스펙에 기반한 '나만의 비거리'를 알려주기 위해 지금의 퍼포먼스 피팅 방식을 정립하게 됐다."

-퍼포먼스 피팅은 일반 피팅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일반적인 피팅숍에서는 단순히 골퍼의 신체 스펙과 스윙을 바탕으로 클럽의 길이·무게·라이각만을 세팅해 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퍼포먼스 피팅은 골퍼의 목적에 따라 클럽을 어떻게 구성할지, 그렇게 구성된 장비로 골퍼가 낼 수 있는 최적의 비거리가 얼마나 될지를 세밀히 제시한다.
특히 구질과 비거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는 따로 있다. 골퍼마다 보유한 헤드 스피드와 클럽의 로프트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번호의 클럽이라도 실제 비거리는 제각각일 수 있다.
퍼포먼스 피팅은 먼저 헤드 스피드와 발사각 등 구질과 비거리에 직결되는 데이터를 수집한 뒤, 골퍼가 가장 자연스럽게 어드레스를 취했을 때 클럽 헤드가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지 확인한다. 이어 임팩트 시 클럽의 바닥 면(솔)이 지면과 닿는 위치를 분석하고, 어드레스부터 임팩트까지 헤드가 안정적으로 수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라이 각을 조정한다.
모든 피팅 과정은 작업을 의뢰한 골퍼의 의도와 목적에 맞는 상담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나만의 골프채'로 재탄생한다. 즉 객관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골퍼 개인의 목적과 신체적 특성에 가장 적합한 장비를 설계해 최적의 비거리와 플레이 스타일을 컨설팅하는 점이 일반적인 피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퍼포먼스 피팅을 받은 골퍼 중 기억에 남는 사례는 무엇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과거 피팅을 진행한 주니어 선수 A씨다. 이름은 공개할 수 없지만 당시 청소년골프협회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실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A씨는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클럽의 피팅을 의뢰했고, 그 과정에서 전반적인 라이 각 세팅이 신체와 맞지 않게 설정된 것을 알게 됐다. 세팅을 조정한 이후 해당 선수는 1년 동안 크고 작은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으며 경기도 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성과는 전적으로 선수의 실력과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애정이 깊은 선수며,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한다."
-피팅은 상급자에게 더 효과적인가.
"피팅의 효과는 숙련자일수록 단기적으로 체감되기 쉽지만, 실력보다는 장비 세팅이 자신의 신체나 스윙과 얼마나 맞지 않느냐에 따라 더 크게 나타난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가 '초보인 내가 피팅을 받아도 되느냐'고 묻곤 한다. 특히 피터 앞에서 직접 스윙을 하고, 그 데이터를 수치로 확인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골프를 오래 즐기고 싶은 골퍼라면 피팅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한 자신의 신체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정도의 피팅이라도 받아야 장기적인 부상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연습량이 많은 골퍼라면 클럽이 자신의 신체와 스윙에 맞게 세팅돼 있는지 반드시 점검하길 권한다."

-피팅이 침체된 시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성 있다. 국내 골퍼들은 골프 시장의 고착화된 가격과 획일적인 서비스에 불만이 많다. 누구도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장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프로에게 조언을 받는다든지, 혹은 효과가 불확실한 피팅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피팅 서비스는 많은 시간과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효과를 체감한 골퍼는 장비를 교체할 때마다 반드시 피팅을 받는다.
결국 시장이 부활하려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 중심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최근 퍼포먼스 피팅의 효과를 경험한 골퍼들이 다시 찾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침체된 시장에서 '신뢰를 기반한 충성 서비스'라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골프 장비에도 단순 구매로 그치지 않고 '커스텀 설계'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흐름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골프 산업이 이전보다 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보는가.
"골프는 네트워킹과 비즈니스의 수단에 부합하면서도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이런 특성 덕분에 사회 활동이 활발한 이들의 관심을 꾸준히 끌고 있다. 플레이어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약 470만명이었던 국내 골프 참여 인구는 2021년 564만명, 2023년에는 전체 성인의 16.9%에 해당하는 624만명으로 증가했다. 일시적 유행이 아닌 참여층 자체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팬데믹 시기 대거 유입된 MZ세대를 겨냥해 업계가 무리하게 투자와 채용을 확대한 영향으로, 현재는 수요에 비해 과잉 공급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꾸준한 골프 인구 증가세는 산업 전반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