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5.06.25 16:28

HBM 선전, 범용 D램·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효과
SK하이닉스·삼성전자, 2분기 실적 기대감 커져

마이크론테크놀러지. (출처=마이크론테크놀러지 홈페이지)
마이크론테크놀러지. (출처=마이크론테크놀러지 홈페이지)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이 회계연도 3분기에 호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업체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업계의 '실적 풍향계'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내달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호실적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우리 시간으로 26일 2025년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 발표에 나선다.

금융정보업체인 LSEG에 따르면, 글로벌 증권사들은 마이크론의 3분기 매출을 88억8500만달러(약 12조2800억원)로 예상했다. 이는 마이크론이 지난 3월 실적 가이던스로 제시한 86억원에서 90억달러의 중간치인 88억달러를 소폭 웃도는 수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1.59달러로, 전년 동기 0.62달러 대비 1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의 호실적 예고에 따라 주요 증권사와 투자은행들은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론의 나스닥 주가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24일(현지시간) 127.91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40% 이상 주가가 올랐다. 

웨드부시는 마이크론 주가의 이전 목표가 130달러에서 150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웰스파고는 130달러에서 150달러로 목표주가를 올렸다. 또 씨티그룹·베어드 등 투자은행들은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전부 170달러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마이크론의 3분기 매출 추정치로 88억달러를 제시했다. 주당순이익도 월가 컨센서스(1.48달러)를 넘어서는 2.57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은 "마이크론이 HBM 수요 강세, 범용 D램 출하 증가는 물론 평균 판매가격 상승세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고객사 재고 정리 속도 증가, 일부 관세 회피 목적 수요 선반영(사재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은행 레이먼드제임스는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론이 발표하는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은 투자자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킬 것”이라며 그 배경으로 D램 평균 단가 상승과 낸드플래시 가격 안정화, HBM 사업의 꾸준한 성장세를 꼽았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HBM3E 12단 제품.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HBM3E 12단 제품. (사진제공=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지난 3월부터 엔비디아에 12단 HBM3E를 공급하면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HBM 시장에서는 아직 '꼴찌'이지만, HBM3E 대량 양산체제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면서 시장 판도를 뒤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마이크론은 차기 HBM3E 및 HBM4 규격 반도체 상용화에도 앞서가고 있어, 내년에는 1, 2위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이크론은 HBM4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면서 삼성전자보다 앞서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12단 HBM3E가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은 그간 5% 안팎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올해 하반기 마이크론의 HBM 점유율이 20% 초반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론의 HBM 매출은 지난 2분기(12~2월)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를 넘어섰고, 3분기에 더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HBM4는 내년부터 AI 반도체에 본격적으로 탑재될 것으로 보여, 엔비디아 공급량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생산 종료를 앞둔 구형 D램 가격이 급등세를 보인 것도 실적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주요 제품인 DDR4의 평균 현물 가격은 이번 주 평균 4.182달러로, 지난주 3.421달러에서 한 주 만에 22.2% 올랐다. 메모리 업체들이 DDR4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규격인 DDR5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 3개월간 구형 D램 가격은 두 배 이상 뛰었다. 더불어 낸드플래시도 5개월 연속 가격이 인상되는 추세다. 

최근 마이크론은 미국 아이다호와 뉴욕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고, 기존 버지니아 공장을 포함해 총 2000억달러(약 27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미국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자사 D램 생산량의 40%를 미국 내에서 처리한다는 전략이다. 또 TSMC 전 회장인 마르 리우를 이사회에 임명하기도 했다.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마이크론의 실적 호조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호실적을 시현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HBM 수요가 강세를 보이는 국면에 맞춰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이 최대한 좋은 행보를 보였다"며 "결국 SK하이닉스·삼성전자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실적 호조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교수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는데 (마이크론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할 것"이라며 "마이크론은 미국 내 유일한 반도체 기업인 만큼, 미국 정부도 많은 지원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라 2분기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일반 D램보다 3~4배 비싼 HBM에서 강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의 실적 차이가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4분기 실적에는 관세 영향이 반영된다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메모리 수요 기업들이 하반기 관세 부과 예고에 따라 상반기에 제품 구매에 대거 나선 것으로 예상돼 역기저 효과(하방 압력)로 이어질 수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관세 풀인으로 인해 하반기 수요의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며 "올해 연간 D램 수요가 기존 대비 더 높아질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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