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7.29 14:17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LG유플러스가 향후 5년간 약 7000억원의 정보보호 투자를 단행한다. 2027년까지 특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모델을 구축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비정상적 접근 통제와 이상 행위 탐지 조치를 전면 자동화한다.
홍관희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이 29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보안 퍼스트 전략을 공개했다.
홍 센터장은 이날 LG유플러스 용산사옥에서 열린 보안 전략 간담회에서 "보안은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이며, 전문가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해나가야 한다"면서 "LG유플러스는 국내 기업 중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보안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보안 수준을 높여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객이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도 디지털 생태계 안전을 보장하는 보안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는 실제 악성 앱을 통해 스마트폰 단말기가 장악되는 과정을 최초로 시연하는 등 실질적인 보안 역량을 공개했다. LG유플러스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보이스피싱, 스미싱 조직이 운영하는 악성 앱 서버를 추적·분석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홍 센터장은 "보이스피싱, 스미싱 피해 근절을 위한 민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관 협동 정보보안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CEO 직속 보안전담조직 편제로 책임·권한 보장…2027년 특화 제로트러스트 완성
홍 센터장은 LG유플러스가 2023년 7월 CEO 직속 정보보안센터를 신설한 뒤 보안 거버넌스, 보안 예방, 보안 대응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보안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 거버넌스'는 사내 보안 전담 조직인 정보보안센터를 중심으로 완성 단계다. 정보보안센터는 독립적 위치에서 전사 정보보호를 총괄하며, 홍관희 센터장은 경영위원으로서 보안을 포함한 사내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그는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나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가 CEO 직속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사회에서 보안 정책이 다뤄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매주 '보안 기본기' 회의를 통해 보안 과제를 점검하고 있고, 이사회에 보안 안건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논의한다"고 강조했다.
보안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투자와 인력도 지속 확대 중이다. LG유플러스는 KISA 정보보호공시 기준 2024년 정보보호 분야에 약 828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2023년) 대비 31.1% 증가한 것으로, 올해도 30% 이상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홍 센터장은 "앞으로 5년 동안 약 7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2024년 정보보호 전담인력은 292.9명으로, 2023년 157.5명과 비교해 86.0% 대폭 증가했다.
'보안 예방'은 해킹 등 내부 정보를 겨냥한 사이버 위협에 대비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LG유플러스는 내부 체계를 자체 점검하는 데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진행 중인 역대 최장기간 블랙박스 모의해킹을 이어간다. 블랙박스 모의해킹은 외부 화이트해커 집단에게 자사 모든 서비스 해킹을 의뢰해 잠재된 취약점을 발굴하는 방식이다. 어떠한 사전 정보도 공유하지 않은 채 외부 전문가에 의해 실전처럼 보안성을 확인한다.
기존 망 중심 보안 체계를 데이터 중요도, 위치, 소유자에 맞춰 데이터 중심 체계로 전환하고, 법적 필수 요건 외에도 중요 데이터에 대해 암호화나 토큰화(Tokenization)를 진행한다. 데이터 접근 권한을 최소한으로 부여하는 원칙을 확산한다.
서비스 설계 단계부터 보안을 내재화하는 '시큐리티 바이 디자인(Security by Design)'과 개인정보보호가 중심이 되는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Privacy by Design)'을 지속 적용한다. 홍 센터장은 "통신사 특성상 공격 표면이 많고, 이를 줄이는 것이 리스크를 제도화하는 것과 직결된다"며 "실수나 설정 오류 등으로 노출될 수 있는 부분들을 자동화해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모의해킹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기로 하는 등 지속 취약점 탐색에 나설 계획이다. 홍 센터장은 "국내에서 비슷한 규모를 찾기도 힘들 정도로 최장기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험 요소를 찾는 작업"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이 안심하고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보안 대응'을 고도화하기 위해 AI 기반 관제 체계를 지속 강화한다. 특히, 2027년까지 LG유플러스에 특화된 제로 트러스트 모델을 구축한다. 제로 트러스트란 모든 접근을 신뢰하지 않고 항상 검증을 수행하는 보안 개념을 뜻한다.
LG유플러스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개방형 클라우드 등을 활발히 사용하는 업무 환경에 맞춰 '구축, 확산, 안정화'로 이어지는 단계별 제로 트러스트 로드맵을 마련하고 인프라를 구축한다. 2027년까지 AI를 통해 비정상적 접근 통제와 이상 행위 탐지 조치를 전면 자동화하는 등 선제적 보안 체계를 확보할 계획이다.

◆고객 경험 여정 전체 보호하는 보이스피싱·스미싱 대응 풀패키지 구축
이날 LG유플러스는 고객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보이스피싱, 스미싱 범죄 피해를 예방하고자 풀패키지도 선보였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 대비 약 2배인 8545억원이었고, 올해 상반기 피해액은 6421억원에 달하는 등 피해 규모가 급증한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보이스피싱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경찰은 관련 범죄 척결을 위한 전담수사팀 신설을 추진한 상태다.
LG유플러스는 나날이 고도화되는 보이스피싱, 스미싱 범죄에 맞서고자 고객이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을 구분하고 모니터링, 범행 대응, 긴급 대응 등 단계별로 촘촘한 장벽을 세웠다.
모니터링 단계에서는 AI 기반 대내외 데이터 통합 분석·대응 체계인 고객피해방지 분석시스템을 통해 24시간 보이스피싱, 스미싱 위협을 탐지하고 스팸문자 차단, 악성 URL 접속 차단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LG유플러스는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악성 앱 서버를 직접 추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이 악성 앱 서버를 통해 악성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장악하는 방식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악성 앱 서버에서는 악성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에 걸려오는 전화를 모두 차단하는 것은 물론, 범죄 조직이 거는 전화는 112, 1301(검찰) 등으로 표시되도록 조작할 수 있다. 또 피해자가 112로 신고해도 범죄 조직이 전화를 받게 만들 수 있다. 피해자 몰래 카메라를 실행해 위치 정보 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
홍 센터장은 "악성 앱이 설치되면 전화를 어디로 걸든 범죄 조직이 가로채게 되고, 스마트폰 카메라, 마이크 등을 통해 실시간 도·감청이 가능해져, 피해자는 보이스피싱에 취약해지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된다"며 "시급한 보호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악성 앱 서버 추적을 통해 해당 서버에 접속한 이력이 있는 고객을 직접 확인한다. LG유플러스는 분석된 악성 앱 서버 접속을 네트워크 망에서 직접 차단하며, 관련 정보를 경찰에 알려 더 많은 고객을 보호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경찰에 접수된 전체 보이스피싱 사건 중 약 23%는 LG유플러스가 악성 앱 서버를 추적해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대응' 단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고객에 대한 보이스피싱, 스미싱 시도에 맞서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악성 URL이 담긴 스팸문자 유포는 AI 기반 스팸 차단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스팸 차단 건수를 5개월 만에 1.4배 늘렸다.
범죄 조직이 전화로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가 보이스피싱을 감지해 고객에게 경고한다. 기계로 조작된 음성도 안티딥보이스 기능으로 구별해낼 수 있다. 익시오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월 평균 2000여 건의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감지한다.
'긴급 대응' 단계는 자사 고객의 악성 앱 설치가 확인돼 즉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통신사가 수집하거나 외부 기관에서 제공받은 악성 앱 관련 데이터는 유관 기관 정밀 분석을 거쳐 경찰의 현장 출동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절차를 밟는 중에도 피해자가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악성 앱 서버 추적 등 자체 분석 결과 고객의 악성 앱 설치가 확인될 경우, 즉시 카카오톡을 통해 알림톡을 발송한다.
알림톡을 받은 고객은 전국 1800여개 LG유플러스 매장에 상주 중인 보안 전문 상담사나 인근 경찰서 경찰관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악성 앱 감염 알림톡은 지난 6월 30일 시행 이후 약 4주 동안 약 3000명의 고객에게 발송돼 위급 상황을 전달했다.
홍 센터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2억5000만건의 스미싱 문자를 차단해 약 200억원 규모의 피해 예방 효과를 거뒀다"면서 "지난해 출시한 'U+ 스팸전화알림' 앱을 통해 월평균 약 2000건의 보이스피싱 경고를 제공하면서 약 800억원의 예방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범죄 조직의 실제 통화 패턴을 AI에 학습해 피해 우려가 큰 고객에게는 경찰 등이 즉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으로, 이를 통해 분석 시간과 실제 고객 보호 사이 간극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LG유플러스만 한다고 해결될 일 아냐"…민생사기 근절 위한 민관 협의체 제안
LG유플러스는 사회적 문제로 번진 민생사기 범죄에 대응하고자 민관 협동 정보보안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홍 센터장은 "정부가 보이스피싱 대응을 위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AI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만큼, LG유플러스도 적극 참여해 고객 피해가 이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경찰에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업계 최초로 서울지방경찰청과 현장 공조체계를 구축했다. 피해 예상 고객 방문에 동행해 현장에서 악성 앱을 검출하는 등 실질적인 보호 활동에 나선다. 경찰청과도 보이스피싱 범죄 확산 방지를 위한 민관 협력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홍 센터장은 경찰청 산하 과학치안진흥센터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보안을 위한 다각도로 협업한다.
다만, 개별 통신사가 각 부처, 공공기관 등과 각각 협업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모든 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금융사 등 민간 영역과 공공 영역의 유관 부서·기관이 모두 모여 연합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홍 센터장의 이야기다.
홍 센터장은 "LG유플러스는 물론, 모든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주기적으로 만나고 대책을 공유하며, 모든 국민이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LG유플러스는 보안에 진심인 통신사, 보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통신사,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보안을 제공하는 통신사, 보안 트렌드를 주도하는 통신사가 되겠다. AX 시대, 단순히 연결을 제공하는 통신사를 넘어 고객의 디지털 생활과 함께하고, 이를 보호하는 통신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