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06 16:25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SK텔레콤이 사이버 침해 사고의 영향으로 이동통신(MNO) 가입자 감소, 유심 무상 교체 및 대리점 손실 보상 등 일회성 비용 발생에 따라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5일 발표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37.1%, 76.2% 감소하면서, 연결 기준 매출 4조3388억원, 영업이익 3383억원, 순이익 832억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이날 '2025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 같은 실적을 공개하면서, 사이버 침해 사고에 대한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 이행을 강조했다.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은 사이버 침해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고객 안심 패키지 강화, 정보보호 혁신, 고객 감사 패키지 등 3가지로 구성돼 있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정보보호 체계를 갖추기 위해 향후 5년간 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포함하는 정보보호 혁신안을 마련했다. 고객 안심 패키지를 강화해 모든 고객에게 모바일 단말 보안 솔루션을 무상 제공하고, 하반기에는 요금 50% 할인 및 월 50기가바이트(GB) 추가 데이터 제공 등 고객 감사 패키지를 시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이 프로그램 이행으로 인해 올해 실적에 일시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이동통신 가입자가 순감하면서 매출이 하락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2분기에는 신규 가입 중단으로 핸드셋 가입자가 전 분기 대비 약 75만명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이동통신 매출이 387억원 줄었다. 유심 무상 교체와 대리점 보상 등 약 25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하반기에 통신요금 50% 할인이 예정돼 있어 2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기존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SK텔레콤은 AI 사업 성장이 통신 매출 감소를 일부 상쇄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AIDC) 사업은 가동률 상승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3.3% 성장한 108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AIX 사업은 B2B 솔루션 판매 증가로 15.3% 성장한 4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7월 말 누적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한 AI 서비스 'A.(에이닷)'은 'A.노트'와 '브리핑' 베타 서비스를 출시하며 유료화 기반을 다지고 있다.
울산에 하이퍼스케일 AIDC를 건립하는 사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의 핵심 거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울산 AIDC는 초고집적 랙 밀도와 첨단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높은 수익성이 기대된다. SK텔레콤은 2030년까지 총 300㎿ 이상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해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만 연간 1조원 수준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울산 AIDC 투자로 SK브로드밴드의 올해 자본적지출(CAPEX)이 전년 대비 1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5G 전국망 구축 완료 등 구조적 요인 덕분에 SK텔레콤 전체 연결 기준 CAPEX는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당 정책에 대해서는 2분기 배당금을 주당 830원으로 결정했다. 향후 배당은 연간 실적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이사회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사는 고객 신뢰 회복과 마찬가지로 주주 신뢰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이탈한 고객에 대해서는 보안이 가장 강한 회사로 거듭나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우선 전략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탈 고객이 3년 내에 재가입하면 가입 연수와 멤버십 등급을 복구해주며, 올해 안에 재가입하는 고객에게는 멤버십 할인 혜택 등 고객 감사 패키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7월 22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돼 프로모션 자율성이 높아진 만큼, 정교하고 개인화된 마케팅으로 실질적인 고객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권형 AI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5월에는 엔비디아(NVIDIA)의 최신 GPU로 구성된 AIDC를 공급하는 사업자로 선정됐고, 7월에는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의 최종 5개 팀 중 하나로 선정됐다. 독자적으로 구축한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A.X 3.2'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AI 반도체 '아톰'을 테스트하는 등 AI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 대표 AI 기업으로서 위상을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