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02 17:54
임기 내 임금체불 '2조→1조' 감축…민주노총 "절반 아닌 제로돼야"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작년에 2조원을 돌파한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다단계 하도급 등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체불'의 원인을 해결해 체불을 원천 차단하고,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경제적 불이익을 줌으로써 임금체불로 이득을 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일 관련 브리핑을 갖고 "노동 현장에서 임금을 제때 지급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당연하고,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해 정부 임기 내에 국민이 체감할 만한 임금체불의 실질적 감축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임기 내 2조원이 넘은 임금체불을 1조원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책을 살펴보면 우선 올해 하반기는 체불임금이 감소추세로 전환되도록 가능한 행정수단을 모두 동원한다. 당초 계획했던 감독을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최초로 관계부처와 지방정부 간 합동점검을 실시하는 등 예방적 감독을 강화한다.
근로감독 과정에서 발견한 불법 하도급, 탈세행위 등 불법행위는 국토교통부, 국세청 등 관련 부처에 공유해 임금체불 발생을 예방한다. 추석에는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노동자가 없도록 명절 전 6주간 체불 청산 집중지도 기간을 운영한다.
이미 발생한 체불 해결에도 신속 대응한다.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사업주 융자 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장 도산 시 대지급금의 지급 범위를 최종 6개월분의 임금까지 확대해 체불 피해 노동자의 생계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한다. 체불사업주가 정부 지원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회수전담센터를 설치해 변제금은 끝까지 추적해 회수한다.
오는 10월 23일에는 이른바 '상습체불사업주 근절법'이라 부르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체불행위를 반복하는 사업주는 체불정보가 신용정보기관에 제공돼 대출, 이자율 심사 및 신용카드 발급 등에 영향을 받게 된다.
구조적 원인 개선에도 나선다.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한 업종에 대해 발주자와 원도급사가 하도급사로 대금을 지급할 때 도급 비용에서 임금을 구분해 지급하도록 하고, 전자대금시스템을 노동자의 임금지급계좌와 연동해 발주자와 하도급 노동자 간 직접 임금이 지급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개정·보급하고 건설, 조선업종 부터 우선 추진한다.

상습 체불에 대한 제재는 강화한다. 상습체불 사업주는 전체 체불사업주의 13%에 불과한데, 이들이 저지르는 체불액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법정형을 상향하고 명단공개, 출국금지 등 제재를 확대하며, 명단공개 이후에도 다시 임금을 체불을 하는 경우 반의사불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그 불법성에 비례해 과징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 경제적 제재를 병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사업주가 임금체불을 '막대한 경영상 비용'으로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체불범죄의 법정형을 3년 이하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횡령 등 재산 범죄형량 수준으로 상향하고, 관련 기관과 적극 협의해 실효적 구형·양형기준을 설정해 나갈 계획이다.
신용제재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해 경영상 비용으로 인식하는 계기도 마련한다. 현행 명단공개 대상을 3년 이내 2회 유죄에서 1회 유죄로 확대하고, 명단공개에도 다시 체불을 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반의사불벌 적용 제외, 과징금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 출국금지 등을 병행하는 방안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한 번이라도 악의적 체불행위는 체불임금을 청산하기 전까지 정책자금융자 등 공공재정 투입을 제한한다. 채용정보 플랫폼과 협업해 구직자가 체불 등 노동법 위반 사실이 없는 사업장을 선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관련 성명을 내고 "뒤늦게라도 체불 대책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이나, 정부의 접근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체불액을 2조원에서 1조원으로 줄이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목표는 '임금체불 제로'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반의사불벌죄는 조건부가 아니라 전면적·즉시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며 "현행 개정안은 '명단공개 사업주가 재차 체불할 경우'에만 적용을 제한하는데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 노동자가 일부 체불액만 돌려받고 나머지는 포기하도록 강요받는 구조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전면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