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5.09.10 17:43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 현장의 중대재해 근절을 선언한 뒤, 국내 산업 현장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중대재해가 빈번한 건설이나 중공업 뿐만 아니라, 전 산업으로 확산 중이다.

한 전자업체 임원은 "정부가 중대재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다 보니, 여름휴가도 아직 못 갔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2022년 4월 LG전자의 에어컨 수리 및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자회사 하이엠솔루텍 소속 30대 설치기사가 실외기를 점검하던 중 5층 난간에서 추락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송파구 한 상가 5층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를 점검하다가 12m 아래로 떨어져 결국 사망했다. 이에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결국 하이엠솔루텍 및 이 회사 대표이사를 기소하지 않기로 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안전을 위해 투자를 했느냐, 근로자에게 관련 교육을 했느냐 등 여러 노력에 대해 입증해야 한다. 대기업은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 지속 투자해온 만큼, 이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다. 또한 근로자의 과실이 사고의 원인인 경우도 많다. 

80% 이상의 사업주가 '근로자 부주의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항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업주가 아무리 안전 투자를 늘린다고 해도 근로자가 이를 호응해 주지 않으면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특히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인 만큼, 현장의 고민은 과거보다 더 커진게 현실이다.

우선, 중대재해를 제대로 뿌리뽑기 위해서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상호 책임지는 정책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근로자에게 안전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불리하다고 따진다면, 해외에서처럼 근로자가 위험한 작업 선택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과할 수도 있다. 

중대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상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처럼 강력하게 명문화된 법은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업주에게 무거운 처벌을 부과하는 결과론적 방법에 앞서, 어떻게 하면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예방 정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예방 위주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사전 예방·자율 관리·기술 혁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 선진국과 같이 정부·민간단체가 이를 지키는지 철저히 감독해, 법 준수율이 높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통해 안전에 대한 사업주 규제와 처벌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지만, 사망재해 감소 효과는 미미했던 것만 보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처벌 중심 정책'은 결국 한계가 온다. 

민간의 자발적인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산업재해 예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법률에 근로자가 준수해야 할 핵심적인 의무사항을 규정한다면 안타까운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중대재해 감소 효과가 낮거나 현장에 부적합한 안전 규정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면 실효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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