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운기자
  • 입력 2016.09.24 13:15
[뉴스웍스=이소운기자]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이 지난 23일 밤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샘표식품 창업주인 선친 박규회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1922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함흥공립상업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식산은행(현 한국산업은행 전신)에서 25년 동안 근무했다. 이후 1965년부터 재무부 기획관리실장,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을 역임했다.

공직생활을 마치고 1976년 선친의 뒤를 이어 샘표식품 사장으로 취임한 박 회장은 '내 식구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은 만들지도 말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식품업 본연의 가치인 '품질'에 최우선을 뒀다. 그는 세계 최고 품질의 간장을 만들겠다는 바람을 갖고 1987년 당시 단일 품목 설비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간장 공장을 짓기도 했다. 이를 통해 간장하면 샘표를 떠올릴 정도로 국민들의 사랑받는 70년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는 주춧돌을 놓았다.

그는 원리원칙을 중시하고 위기상황에서도 정면돌파를 택했다. 1985년 불법으로 간장을 만들어 파는 고발 영상이 방영됐고, 소비자들이 샘표가 제품을 그렇게 만드는 것으로 오해하자 직접 TV광고에 출연해 "샘표는 안전합니다. 마음 놓고 드십시오. 주부님들의 공장 견학을 환영합니다"라고 밝히며 위기를 타파하기도 했다. 이 광고는 CEO가 광고에 출연한 첫 국내 사례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직원과의 신뢰를 중시한 경영자이기도 했다. 덕분에 샘표는 아직까지 단 한차례도 노사분규가 없다. 그는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매일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매 분기 전 직원 앞에서 회사 경영현황을 설명하며 직원들과 신뢰를 쌓아갔다. 노조 설립을 먼저 권유할 뿐만 아니라, 경조사를 직접 챙기고 아픈 직원을 직접 병문안 하는 등 직원 사랑이 각별했다. 자신이 타던 10년된 자동차를 장남인 박진선 사장에게 물려줘 40만㎞를 타고서야 바꿨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박 회장은 '식초 전도사'라는 별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루 세 번 식초를 마시는 특별한 건강법을 실천하며 흑초음료 '백년동안'을 개발하는 등 마시는 식초시장을 개척했다.

40여년을 경영 일선에 있으면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별세 전까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장,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부회장,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회장, 국총회(국무총리실 동우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설립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도 23년간 역임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 국민훈장 목련장,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 한국의 경영자상,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족은 아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등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02-3410-3151~3)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7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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