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0.14 15:11

자진사퇴라지만 '중도낙마'…조국 수호·검찰개혁보다 조국 사퇴·문재인 탄핵 목소리가 더 커
대통령·민주당 지지율 폭락으로 내년 총선 위기감 확대…'조국 돌연 사퇴'에 영향 미쳤을 것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에 나선 조국 법무부장관. (사진= 원성훈 기자)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에 나선 조국 법무부장관.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법무부장관직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없이 입장문을 공개하는 형식으로 자진사퇴했다. 비록, 형식은 '자진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조 장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뤄지는 중도낙마의 성격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때까지만 해도 조 장관 스스로가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을 봐야 한다"면서 "검찰개혁이 확실한 결실을 보도록 당정청이 힘을 모아주길 부탁한다"고 언급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아울러 조 장관은 "흐지부지하려고 하거나 대충 하고 끝내려고 했다면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또한,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두 법안의 본격적인 입법 절차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입법 제도화 궤도에 올라왔지만 안심할 수 없다. 시간, 방향 정해졌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고도 말했다.

이렇게도 검찰개혁 완수를 다짐했던 조 장관은 하루 만에 180도 달라진 결정을 내렸다. 조 장관은 "가족 수사로 인하여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하였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월 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다"며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화됐다. 어제는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계획을 재확인했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이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이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됐다. 어느 정권도 못한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조 장관은 검찰개혁에 시동을 걸은 것까지를 자신의 역할이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자신의 사퇴 명분으로 삼았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조 장관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만만찮다.

야당의 한 핵심인사는 이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아무리 서초동 집회를 통해 '조국수호·검찰개혁'을 외쳐왔지만, 그 세(勢)보다는 지난 3일과 9일 그리고 13일에 치러진 광화문 집회에 모인 사람들이 외친 '조국 사퇴·문재인 탄핵'의 목소리가 훨 더 컸다는 것을 여권에서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민주당으로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3%~5% 정도의 박빙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서울 수도권에서의 선거결과를 망쳐서는 안 된다는 내부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써 지난 9월 8일 법무부장관에 취임한 이후 35일 만에 법무부장관직에서 내려오게 된 조국 장관의 앞 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젠 법무부장관이 아닌 자연인의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8일 조국 장관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도 빠르게 가시화될 확률이 적잖아 보인다.

정가 일각에선 "지난 8월말부터 조국 장관과 그 가족들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불거져 나올 당시에 조국 당시 장관 지명자를 자진사퇴시켰으면 레임덕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당시, '조국 사퇴'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기에 이젠 레임덕은 필수 코스가 된 느낌"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김성원 대변인이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온 가족의 계획적인 범죄를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며 끝까지 국민을 기만하며 국민 분열과 혼란에 대해서는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는 조국은 국민분열의 '불쏘시개'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극심한 갈등과 분열조차 못본 체 하더니,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폭락할 위기가 오고 나서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냐"고 쏘아 붙였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무자격 장관을 임명하여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린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조국과 조국 가족에 대한 엄정한 수사로 법치와 민주주의를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라며 "오만한 실정에 대한 책임이 국민의 몫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조국 장관의 '돌연 사퇴'는 최근 들어 급격히 나빠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여론도 적잖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오전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실시한 10월 2주차 주간집계(7~8일, 10~11일)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41.4%인 반면, 부정평가는 56.1%에 달했고, 정당지지율도 민주당이 35.3%인데 한국당이 34.4%로 불과 0.9%P차이로 바짝 따라붙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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