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0.14 18:41

한국당, '표정관리' 모드…바른미래당·대안신당도 정치적 이익
비호했던 문 대통령과 민주당 타격 클 듯…정의당도 이미지 손상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여한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의 표정이 착잡해보인다. (사진= 원성훈 기자)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여한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의 표정이 착잡해보인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자진사퇴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뚜렷이 갈리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대안신당(가칭) 등 범 보수정당으로 분류되는 정당들은 정치적 기상도가 맑아졌다. 이에반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암울해졌다.

특히,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퇴하던 당일까지도 조국 법무부장관을 비호하면서 힘을 실어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이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9월 8일 여러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서 대부분 조국 장관 임명 반대 여론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으로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이때부터는 대통령의 정치적 운신의 폭이 제약됐고, 행보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을 임명한 그 시점부터 한 묶음의 운명공동체로 묶이게 됐고, 결국 레임덕으로 치닫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더욱더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퇴한 조국 장관이 장관 후보자였던 시절부터 일관되게 비호하면서 국회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입장을 발표하는 마당을 열어주고, 그 이후 청문회 일정 잡기에서도 조 장관의 편에 서서 자유한국당과 대립했고 증인 선정 문제에서도 철저히 '조국 가족 지키기'에 나서는 등 '조국 수호' 일변도로 나섰기 때문이다. 출구전략 자체가 없었던 만큼, 조국 장관의 돌연사퇴의 후유증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당장 이날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전용게시판에는  대다수 글은 "조 장관 사퇴가 잘못됐다", "민주당에 실망했다"는 내용을 비롯해 "이해찬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조국 사퇴의 후유증이 만만찮은 분위기다. 심지어는 조 장관 사퇴를 계기로 민주당을 탈당하겠다며 "촛불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당이다. 중도층 데리고 잘 해보라"고 쓴 당원도 나왔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와 황교안 대표(가운데)의 표정이 비교적 가벼워 보인다. (사진= 원성훈 기자)
14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와 황교안 대표(가운데)의 표정이 비교적 가벼워 보인다. (사진= 원성훈 기자)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사실상 표정관리에 나설 정도로 호재를 맞이했다. 국회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이날 "정권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서초동 촛불 민심만 민심이라 했지만,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며 "이번 일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시민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곽상도 의원은 "제일 처음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수령 의혹부터 시작해 매일 하루에 한 건 정도는 새로운 의혹을 밝히려고 자료 요구와 분석에 충실했다"며 "저희가 단서를 제공하는 등 약간의 역할은 했지만 결국 광화문에 나와주신 국민의 힘으로 정부가 꼼짝 못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국민을 승자로 치켜 세우면서도 그 과정에서 한국당의 노력이 적잖게 스며들어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 등 큰 맥락에서 대체적으로 한국당과 궤를 같이해왔던 바른미래당도 이번 '조국 장관 사퇴'로 인한 정치적 이익을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오신환 원내대표는 주요 고비마다 대여 강공책은 물론이고,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나름의 협상력을 관철시켜왔던 것이 승점으로 평가된다.

대안신당(가칭)도 정치적으로 약간의 이익을 봤다는 분석이다. 유성엽 임시대표가 지난 9월 17일 조국 법무부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할말을 다 하면서도 검찰개혁·사법개혁의 중요성을 충분히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의 정의당은 이번 조국 사퇴로 인해 민주당에 못지않은 정치적 손실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 법무부장관 청문회 과정에서부터 민주당과 행보를 같이해왔기 때문이다.

조국 장관을 정의당의 '데스노트'(정의당이 임명을 반대한 공직 후보자는 낙마한다는 것에서 나온 말)에 올리지 않았는데, 그 여파로 당내의 중요자산으로 평가되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탈당과 탈당번복 사태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정의당의 '정의·공정' 이미지가 적잖게 손상을 입었다는 관측이다.

더군다나, 조국 장관이 이날 사실상 '중도낙마'하면서 정치적으로 적잖은 내상(內傷)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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